지난 주 주식시장에서는 약간의 변화를 엿볼 수 있었죠. 양극화 테마 속에서도 또 다른 양극화가 만들어지는 그림이죠. AI관련이라고 해서 모두가 달려갈 수는 없다는 의미인가요..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독주가 보다 강해졌고 빅테크들이 고전하는 양상이 보다 뚜렷해졌죠.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가 거기에 불을 당겼던 듯 합니다. 너무나 올라버린 반도체 가격.. 여기서도 계속해서 올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2006년 5월로 기억하는데요.. 국제유가가 너무 많이 올랐죠. 그럼 우리는 원자재 관련 기업들에 투자를 해야 할 겁니다. 문제는.. 그렇게 너무나 많이 오른 유가는 수요의 둔화.. 혹은 그 수요처들로 하여금 대안의 모색을 하게 만들게 되죠. 이는 원자재 관련 기업들에게도 좋은 소식은 아닐 겁니다. 꿋꿋이 그 가격 상승을 받아주게 되면 원자재 기업들에게는 좋겠지만 그런 원자재의 수요처는 비용의 증가로 인한 부담을 느끼게 되겠죠. 그리고 경제 전체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겁니다. 반대로 받아주지 못한다면? 네. 원자재 기업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죠. 어쩌면 지금 반도체 기업들이 이런 단계에 들어서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니 모두가 달려가는 게 아니라 어느 쪽이 달려가면 반대쪽이 쉬고... 반대쪽이 달리면 이 쪽이 쉬는 그런 그림이 그려지는 것 아닐까요? 주가의 향방보다도.. 반도체 가격이 일정 수준 경제 주체들에게 부담을 주는.. 그런 레벨까지는 올라왔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지난 주 포르투갈 신트라에서는 중앙은행 총재들의 연설이 있었는데요... 신트라에서 진행하는 이 회의는 미국의 잭슨홀 연설처럼 유로존에서는 매우 권위있는 회의라고 할 수 있죠. 지난 2012년 드라기 당시 ECB 총재가 Whatever it takes라는 표현을 쓰면서 유로존의 양적완화를 시사했던 곳으로도 유명하죠. 여기서 케빈 워시, 라가르드, 베일리 등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행보가 있었는데요... 여러 이슈 중에 케빈 워시가 바꾸고자 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얘기에 집중해보고자 합니다.
포워드 가이던스..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미리 통화 정책의 가이던스를 제시하는 거죠. 금융 위기 이후에 너무나 큰 충격에 트라우마를 겪던 미국의 금융 기관들을 비롯한 경제 주체들에게 적어도 통화 정책 관련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매우 적절한 방식이 되어주었죠. 당시 연준 버냉키 의장은 돈 풀기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멈춰서는 게 아니라 여러분들이 확연히 느낄 수 있는 그 순간까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니 안심하고 투자하라는 메시지를 던졌죠. 그러면서 소비자물가지수가 2.5%를 넘는 그날까지.. 실업률이 6.5%를 하회하느 그날까지 돈 풀기는 이어질 것이라는 명확한 기준까지 제시했었습니다. 그리고 금융 시장은 이에 열광했구요... 그 이후 계속해서 주식 시장을 비롯한 자산 시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죠.
그런데요... 이런 포워드 가이던스가 이제는 어느 정도 한계에 봉착한 듯 합니다. 우선 금융 위기 직후였던 2012년과 지금을 비교할 수는 없죠. 위기 상황이라는 얘기를 할 수는 없는 단계에 와 있고 미국의 금융 기관들도 금융 위기 이전보다도 더 탄탄한 자본 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너무 오랜 기간 지속되니 모든 시장 참가자들이 어떤 상황이건 으레껏 연준이 무언가 답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죠. 큰 형님이 주시는 가이던스를 확인하고, 거기에 맞춰서 움직이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네... 시장의 자생력이 크게 약해지는 거죠. 시장이 자체 논리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의 행동으로 가이던스가 생겨나면 거기에 맞춰서 우르르 몰려가는 형국이 고착화된 셈입니다.
자생력이 뭐 그리 중요하냐.. 그냥 계속 하면 되지... 라는 생각도 하실 수 있는데요.. 포워드 가이던스가 중앙은행에게는 매우 불리한 게임입니다. 일단 예기치 못한 상황이 나타났다고 해보죠. 그럼 시장은 스스로 판단하기 전에 연준이 뭐라고 하는지를 지켜볼 겁니다. 그리고 연준은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서게 되죠. 문제는 연준의 대응이 맞을지 틀릴지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연준이라고 해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한 얘기죠. 그런 상황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되고... 그 실패를 메우기 위해 연준이 기존의 포워드 가이던스가 틀렸음을 인정하면서 반대로 방향을 되감으면.. 연준을 믿고 우르르 몰려갔던 시장 참가자들이 크게 낭패를 보게 되겠죠. 특히 AI시대가 되면서 과거보다도 한치 앞을 알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전지전능하게 미래를 맞출 수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특히 틀리면 더욱 문제인데요... 연준에 대한 비난이 엄청나게 쏟아지겠죠. 특히 연준을 믿고 투자했다가 망하는 케이스가 되니.. 내 돈을 잃는데 당연히 비난의 수위가 높을 수 밖에 없겠죠. 비난도 비난이지만 연준의 신뢰성에 큰 흠결이 생기게 됩니다. 연준 입장에서는 맞으면 본전이고 틀리면 신뢰를 잃는.. 이런 불리한 게임을 할 이유가.. 별로 없겠죠. 그래서 케빈 워시는 처음부터 포워드 가이던스는 아닌 것 같다라는 얘기를 하고 있구요... 라가르드와 베일리 총재도 포워드 가이던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럼 뭐... 부작용이 있으니 없애는 게 맞는가.. 라는 생각이 들죠.
그런데요.. 문제는 남습니다. 첫째.. 그 시기가 언제일지입니다. 포워드 가이던스를 지난 10여년 이상 이어오면서 시장은 상당히 적응했을 겁니다. 그런데.. 최근처럼 금리 인상, 인하, 동결의 세가지 뷰가 모두 튀어나오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포워드 가이던스를 없애면 더 큰 혼란이 생기지 않을까요. 자전거 타는 아이의 뒤를 잡아주던 아빠가.. 그냥 평지인 도로에서 놓아주는 것이랑... 돌밭이나 오르막길에서 놓아주는 것이랑은 차이가 클 겁니다. 지금처럼 물가에 대한 뷰가 엇갈리고 통화 정책에 대한 두려움도 큰 상황에서 포워드 가이던스를 드랍하는 것... 시기 상으로 좋은 선택일지 고민이 되겠죠. 여기서 자칫 잘못하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금리 상에서는 불확실성을 커버하기 위한 프리미엄 금리가 붙을 수 있습니다. 원래 5%인데.. 향후에 더 불확실하니 금리를 더 올려놓고 싶은 케이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마지막 하나는요... 트럼프 행정부입니다. 케빈 워시의 연준이 포워드 가이던스를 줄이는 것은 좋은데요... 트럼프가 포워드 가이던스를 던지는 건 더 문제가 아닐까요. 계속해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죠. 물가도 내려올 것이고 금리도 내려올 것이고... 이런 얘기를 계속해서 하고 있죠. 그리고 사람들은 여전히 워시가 친트럼프 인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 케빈 워시의 연준이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지 않더라도 트럼프가 통화 정책에 대한 얘기를 해버리면... 아주 이상한 포워드 가이던스가 되지 않을까요.
케빈 워시의 연준.. 분명히 변화를 줄 듯 하구요.. 이미 그 시동을 걸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변화의 속도와 시기가 얼마나 빠르고 언제쯤이 될지.. 생각보다는 변화의 속도나 정도가 빠르지 않거나 크지 않을 수도.. 혹은 전체 포워드 가이던스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일부 삭제를 하는 정도로 진행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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