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삼성전자 턱밑까지 따라왔다. 그동안 반도체주 상승을 떠받친 논리는 ‘실적 개선’이었다. 순이익 추정치 증가에 발맞춰 주가 상승이 이뤄졌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시총이 삼성전자를 넘어서면 얘기가 달라진다. 양 사 순이익 추정치 격차는 그대로인데, 시총만 역전되는 꼴이기 때문이다. 증권가 일각에서 시총 역전을 ‘실적 장세 종료’ 시그널로 보는 배경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18일 기준 SK하이닉스 시총은 1913조6058억원이다. 삼성전자 시총(2119조2759억원)의 90.2%다. 장중 한때는 94% 수준까지 따라잡았다.
그러나 이익 규모는 그만큼 좁혀지지 않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6년 기준 삼성전자 순이익 규모 컨센서스는 294조원이다. SK하이닉스는 217조원이다. SK하이닉스 순이익은 삼성전자 대비 74% 수준이다. 2027년으로 봐도 비슷하다. 삼성전자 순이익 컨센서스는 388조원, SK하이닉스는 297조원이다. SK하이닉스 순이익 규모가 삼성전자의 76%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순이익 추정치는 그대로인데 시총이 뒤집힌다면, 주가 흐름이 실적보다 기대감을 더 반영 중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심리적 요인 주도 장세의 경우, 작은 변수에도 주가가 요동칠 수 있다. 슐리 렌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도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밈 주식(Meme stock)’이라고 표현했다.
과거 미국 증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하나증권은 지난 5월 리포트에서 2000년 미국 기술주 버블 당시 시스코시스템즈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시스코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제너럴일렉트릭(GE)을 제치고 시총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순이익만 놓고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GE의 20~28% 수준에 그쳤다. 이익 규모와 무관하게 심리적 요인에 따른 주가 과열로 시총 순위가 뒤집혔던 셈이다. 시장에서는 버블 시그널로 판단, 이후 나스닥 지수는 하락 추세로 전환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 시총이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경우, 반도체 실적 개선 기대가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과거 2000년 테크 버블의 종료는 이익 규모와 상관없이 주가 과열로 시총 1위 기업만 바뀐 상황에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코스피 하락 신호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재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주도 장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지수는 단기적으로 눌릴 수 있지만, 그동안 소외됐던 다른 업종으로 관심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