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점은 이날 젠슨 황 CEO가 네이버뿐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들과 연이어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그는 이날 SK하이닉스와 차세대 메모리 공동 개발 계획을 발표했고 SK텔레콤과는 AI 팩토리 구축 협력을 공개했다. 현대차와의 피지컬 AI 협력도 언급했으며 오후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경영진과 비공개 회동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날 시장의 선택은 네이버였다. 이와 관련해 투자자들이 네이버가 제시한 신사업 모델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엔비디아 협력 수혜주는 주로 반도체 기업들에 집중됐지만, 이번에는 네이버가 AI인프라 사업자로 도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부각됐다.
네이버는 이날 엔비디아와 함께 기가와트(GW)급 글로벌 AI 팩토리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AI 팩토리는 대규모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을 처리하는 차세대 컴퓨팅 인프라다. 네이버는 내년 55메가와트(MW) 규모 가동을 시작으로 같은 해 100MW, 오는 2028년 200MW까지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1GW 규모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데이터센터 증설과는 결이 다르다. 네이버는 국내 최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을 기반으로 아시아·태평양은 물론 중동과 유럽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플랫폼을 활용해 글로벌 AI 인프라 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기존 광고·커머스 중심 플랫폼 기업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사실 네이버는 올해 AI 열풍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된 종목으로 꼽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반도체 수혜주로 평가받으며 급등하는 동안 네이버는 광고 경기 둔화와 플랫폼 성장 정체 우려가 부각되면서 기업가치 재평가에서 한발 비켜서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야기가 달랐다. AI 검색이나 AI 비서 같은 서비스 경쟁이 아니라 AI 시대의 핵심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성장 스토리가 등장한 셈이다.
사업 규모 역시 시장 예상보다 크다는 평가다. 최종 목표인 1GW 규모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최대 용량의 약 4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십만 장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가 기존 광고·커머스 중심 플랫폼 기업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기존 인터넷 포털 및 플랫폼 사업을 넘어 '아시아판 코어위브(미국 AI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로 도약하겠다는 선언"이라며 "그동안 내부용으로 활용하던 데이터센터 역량을 외부 사업으로 본격 개방해 글로벌 인프라 공급자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네이버가 자체 클라우드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음에도 외부 고객 확보 한계로 적정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다"며 "이번 AI 팩토리 사업 외부 사업화는 중장기 성장동력과 기업가치 재평가가 동시에 가능한 이슈"라고 평가했다.
이어 "성장 내러티브 부재로 플랫폼 기업 수준의 평가를 받아왔지만, AI 매출이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하면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자 가치가 함께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