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금융시장이 다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업률과 임금 상승세는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해 연방준비제도(Fed)의 고민은 오히려 더 깊어졌다.
강한 고용은 금리 인상론에 힘을 싣지만, 임금과 물가 압력은 예상보다 제한적이어서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상과 동결·인하 가능성이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 5일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17만2000명 증가했다.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8만5000명을 두 배 이상 웃돈 수치다. 3월과 4월 고용도 총 9만3000명 상향 조정됐다.
최근 3개월 평균 일자리 증가폭은 18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세 배 수준까지 확대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미국의 일자리 창출 엔진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여 반영하기 시작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금리 인상 확률은 고용보고서 발표 전 약 50% 수준에서 70% 안팎으로 상승했다.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지난해 2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었고 나스닥100 지수는 5% 급락했다.
하지만 이번 고용보고서의 핵심은 단순한 '고용 서프라이즈'가 아니다. 고용은 뜨거운데 임금은 식고 있다.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지 여부가 연준의 다음 판단을 좌우할 전망이다.
특히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실업률이었다. 고용이 예상보다 크게 늘었지만 실업률은 3개월 연속 4.3%를 유지했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 규모의 일자리 증가라면 실업률이 하락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노동시장으로 새롭게 유입된 인력이 증가하면서 실업률 하락을 상쇄한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가계조사에서도 취업자는 14만9000명 증가해 노동시장 참가자 증가분 8만3000명을 웃돌았다.
RBC캐피털마켓의 마이클 리드는 WSJ에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노동시장의 손익분기점에 대한 기존 가정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제학자들은 강력한 이민 단속 여파로 노동력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미국 경제가 적은 수의 신규 고용만으로도 실업률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올해 초만 해도 노동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월간 신규 고용 규모는 0~5만명 수준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고용 증가세는 이 같은 전망을 크게 웃돌고 있다.
월드컵·AI가 채용 이끌고, 노동력도 늘어나
이번 고용 증가를 주도한 업종은 외식·숙박업과 건설업이었다. 외식·숙박업은 7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었고 음식점과 주점에서만 4만8000명이 증가했다. 로이터는 미국이 공동 개최하는 2026 FIFA 월드컵을 앞두고 관련 업종들이 미리 인력 확보에 나선 영향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업 고용도 1만7000명 늘었다. WSJ는 오픈AI와 앤트로픽, xAI 등 주요 AI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확대하면서 관련 투자 붐이 고용을 견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노동 공급 측면이다. WSJ이 인용한 하버애널리틱스 자료에 따르면 생산연령 외국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난해 66%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67%로 상승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민 단속 여파로 노동시장을 떠났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시 일터로 복귀하고 있을 가능성을 WSJ은 주목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복귀 가능성은 임금 지표에서도 나타났다.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은 지난해 4% 수준에서 올해 3.4%로 둔화했다. 노동력이 부족했다면 기업들이 인재 확보 경쟁에 나서며 임금이 더 빠르게 상승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시장은 이번 보고서를 금리 인상 재료로 받아들였지만 경제학자들의 해석은 다소 엇갈린다.
웰스파고의 톰 포첼리는 로이터에 "고용 회복이 분명해지고 있지만 노동시장이 다시 과열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만약 노동 공급이 실제로 늘어나고 있다면 미국 경제는 '강한 고용'과 '안정된 임금'이라는 이상적인 조합에 가까워질 수 있다. 성장세를 유지하면서도 물가 압력을 억제할 수 있다는 의미로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를 추진할 근거가 될 수 있다.
WSJ는 최근 데이터가 "고용 증가의 손익분기점이 크게 낮아졌다"는 기존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채용 수요가 살아나는 동시에 노동 공급도 확대되고 있다면, 강한 고용이 반드시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는 공식 역시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은 워시가 직면할 가장 중요한 정책 변수 가운데 하나가 될 전망이다. 시장은 고용 지표만 보고 금리 인상을 베팅하고 있지만, 연준은 그 이면에서 벌어지는 노동 공급의 변화를 더 주의 깊게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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