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걸프 동맹국들의 복구 비용을 이란 자산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종전을 목표로 한 양해각서(MOU) 협상에서 미국에 동결된 자산 해제를 요구하는데, 미국은 오히려 걸프국 피해 보상으로 사용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7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란이 걸프 동맹국들에 끼친 피해 비용을 평가하라고 지시했다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미국은 걸프 동맹국들의 피해를 복구하는 데도 이란 자산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할 예정이다.
이 소식통은 재무부가 검토 중인 이란 자산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으나, 이란의 동결자산에 국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란 자산 전용 카드는 미국이 이란을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지렛대이나, 이란의 반발만 키워서 협상을 파국으로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같은 조처는 미국과 이란이 다시 교전을 벌이고 이란 쪽이 협상 조건으로 자산 문제를 공개 거론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고문 모흐센 레자이는 6일 시엔엔과의 회견에서 “평화협상 타결의 핵심 조건 중 하나는 미국이 동결한 240억달러(약 33조 원) 규모의 이란 자산을 해제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미군은 6일 이란이 발사한 드론이 해상 교통을 위협했다는 이유로 이란 남부 호르무즈해협 인근 고루크와 케슘섬의 해안 레이더 기지를 타격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에 맞서 쿠웨이트와 바레인 내 미군 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쿠웨이트 군 당국에 따르면 주거 밀집 지역 상공을 통과한 탄도미사일 7발을 요격했으며, 인명 피해는 없었다. 바레인에서는 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쿠웨이트와 바레인 양국은 이란의 공격을 강력히 규탄했다.
미 중부사령부도 이란의 공격을 일부 확인했다. 중부사령부는 이날 이란 미사일 6발을 요격했고 나머지 1발은 목표물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전쟁 종전협상이 흔들리자, 중재국인 파키스탄이 다시 적극 나서고 있다. 모흐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6일 테헤란에 도착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 등과 이란 고위 인사들과 회담을 가졌다고 이란 반관영 통신 이스나(ISNA)가 보도했다. 나크비 장관은 종전협상 중재를 주도한 파키스탄의 실력자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 및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에게 보내는 ‘특별 서한’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밝혔다.
루돌프 하이칼 레바논 군 총사령관도 6일 파키스탄의 초청을 받고 출국했다고 레바논 군 당국이 밝혔다. 헤즈볼라와 교전 중인 이스라엘의 레바논 전선에서의 적대행위 종결은 이란이 종전협정의 조건으로 요구하는 사안이다. 미국과 레바논 당국이 ‘레바논 휴전 협상은 미-이란 협상과 별도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번 방문은 외교적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