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취임 2주 만에 '금리 인상론'에 직면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속에 연준의 독립성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분야 일자리는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이에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인 베스 해맥은 "최근 추세가 지속된다면 곧 행동에 나서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며 이르면 7월 말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지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댈러스 연은의 로리 로건 총재도 현재 상황이 이어질 경우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월가도 기류 변화에 동참했다. BNP파리바는 주요 투자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연내 금리 인상을 전망하며, 지난해 단행된 세 차례의 0.25%p(포인트) 금리 인하가 12월부터 순차적으로 되돌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지난해부터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훌륭한 고용보고서가 나왔으면 주식은 올라야지 내려가면 안 된다"며 "성장이 곧 인플레이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CNBC 인터뷰에서 "이번 고용지표는 공급 측면의 성장 신호"라며 "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연준이 향후 금리를 인하할 여지를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주식시장은 급락해 나스닥지수는 4% 넘게 하락했다. 강한 경제지표가 금리 인상 기대를 자극하면서 국채 금리가 상승했고, 이는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WSJ은 워시 의장 취임 후 이달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둔 가운데, 현재 경제 여건은 지난 1월 지명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당시 시장은 올해 연준이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에는 고용이 다시 강해지고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 내부에서도 노동시장 둔화 위험보다 인플레이션 위험을 더 중시하는 매파적 기류가 강화되고 있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의 닐 두타는 "미국 노동시장이 한 단계 더 강한 국면으로 진입했다"며, 연준이 7월 회의에서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WSJ은 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기타 차입 비용이 상승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금리 인상론이 확산되면 트럼프 행정부와 연준 간 긴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은 오는 16~17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그 결정은 케빈 워시에게 맡기겠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금리가 더 낮아지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