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쿠바 정권을 제거해야 한다(get rid of the regime)”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 미 재무부는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과 배우자를 포함한 쿠바 권력의 실세 전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 정권의 자금줄을 차단한 데 이어 정권의 핵심 수뇌부까지 겨냥하면서 “쿠바를 점령하겠다”고 밝혀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곧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석탄산업 지원 정책 발표를 마친 뒤 가진 기자들과 나눈 문답에서 ‘쿠바에 대한 제재가 정권 붕괴를 노린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우리는 단지 그 나라가 국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잘 운영되는 국가가 되기를 원할 뿐”이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쿠바는 이미 어느 정도 붕괴했다”며 “나는 그 정권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상반된 말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가 붕괴하고 있는 배경으로 자신의 지시로 시행된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축출 작전을 내세웠다. 그는 “베네수엘라가 그들(쿠바)이 생존할 수 있도록 돈을 지원해줬지만, 이제 그 돈은 (마두로 축출 이후)우리에게 오고 있다”며 마두로 축출 작전 이후 쿠바가 경제난에 봉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쿠바에 대한 아주 훌륭한 계획들이 몇 가지 있다”며 “쿠바에는 석유는 없지만 아름다운 땅을 가지고 있어 멋진 리조트를 지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로리다)마이애미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상당수는 쿠바인이고 지난 대선에서 95%가 내게 투표했다”며 “그들이 원한다면 쿠바로 돌아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에 대한 본격적인 개입 시기와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란과의 전쟁을 마무리한 이후 상황을 정리하겠다”며 “나는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처리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일(이란 문제)이 끝나면 잠시 들러 (쿠바 문제를)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 직전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과 배우자인 리스 쿠에스타 페라사, 아들 마누엘 아니도 쿠에스타 등 대통령 일가 3인에 대해 제재를 발표했다. 쿠바의 ‘권력 실세’ 라울 카스트로 전 대통령(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유일한 아들인 알레한드로 카스트로 에스핀과 친손자 라울 알레한드로 카스트로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은 현 정권 수반과 비선 실세를 망라하는 쿠바 권력층의 핵심 인물들이다. 최고 막후 실력자인 라울 카스트로 전 대통령이 미 법무부에 기소된 상태인 것을 감안하면 쿠바 최고위층 모두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셈이다. 이번 제재에 따라 디아스카넬 대통령 등은 미국 관할권 내에 보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과 부동산, 은행 계좌가 동결되고,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도 전면 금지된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1일 쿠바 경제의 근간 역할을 하는 군산복합체 ‘가에사(GAESA)’와 거래하는 제3국 기업까지 제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이후 가장 높은 수위의 제재로 평가된다. 가에사와 거래하며 쿠바에 진출했던 글로벌 기업들은 당시 조치 이후 탈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쿠바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사실상 모든 연료 수입을 차단했고, 쿠바에 투자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겠다고 했다. 이로 인해 프랑스와 독일의 해운사들은 쿠바행 화물 예약을 중단했고, 쿠바에서 니켈을 채굴해온 캐나다 광물회사 셰리트도 지난달 철수했다. 6일부터는 비자와 마스터 등 신용카드 거래까지 중단되면서 쿠바에 진출한 호텔들도 철수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