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1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펼치며 코스피 상승에 제동을 걸었다. 올해 누적 순매도 규모는 103조원을 돌파해 역대 어느 위기 때보다 큰 폭으로 불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8883.19로 장을 열자마자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고, 8933.62까지 치솟아 처음으로 8900선을 뚫었다. 그러나 오름세는 곧 뒤집혔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급등했던 피지컬 AI(인공지능), 기판 관련 일부 종목 등이 하락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차익실현 물량이 나왔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18거래일 연속 코스피 순매도 흐름을 이어갔다.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지난달 7일부터 전날까지 순매도액은 53조5981억원에 이르렀다.
기간을 올해 전체로 넓히면 숫자는 한층 더 가파르게 불어난다. 올해 들어 전날까지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순매도한 누적 금액은 103조2497억원으로 집계됐다. 2007~2008년 금융위기 당시(62조원)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25조원)를 모두 웃돌았다.
역대 최대 순매도라는 공포감이 시장에 번졌지만, 전문가들은 이탈보다는 기계적 리밸런싱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 증시와 반도체 업종 강세로 특정 국가·업종 비중이 높아진 해외 펀드들이 포트폴리오 균형 회복 차원에서 자동으로 코스피 주식을 처분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외국인의 순매도세는 리밸런싱에 의한 것이지 한국주식을 팔고 떠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실제로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밝혔다.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살펴보면 전날 기준 외국인의 코스피 보유 비중은 40.26%로 산출됐다. 지난해 말 36.26% 대비 4%포인트 오른 수치다. 외국인이 대규모로 주식을 내다 팔았는데도 보유 비중이 오른 것은 기존 종목의 시가 평가액 증가폭이 매도 금액을 앞질렀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늘어난 코스피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현재의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과거 대비 크지 않다”며 “외국인 순매도는 규모 측면에서는 사상 최고 수준이지만,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순매도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나타난 외국인 순매도보다도 작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외국인은 한국 시장과 메모리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며 “코스피 과열 시그널이 완화되고, 매크로 환경이 개선될 경우 지난 4월처럼 외국인의 순매수가 재차 확대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