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30만원, 200만원 고지를 눈앞에 두고 각각 7%, 12%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가파른 주가 하락에도 오히려 눈높이를 높여잡고 있다. 특히 지지부진한 삼성전자 노사 간 임금협상이 마침표를 찍을 경우, 오히려 주가가 강한 반등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 대비 0.18% 오른 27만6000원에 마감됐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날과 같은 수준인 174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양사의 주가는 이전 전고점인 29만9500원, 199만5000원과 비교하면 각각 7.84%, 12.53% 하락한 수준이다.
특히 이날 삼성전자의 경우 정부의 사후조정 절차에서도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장중 26만3500원까지 빠지기도 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대로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관련 산업에 대한 직간접적 피해액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파업 우려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업계 대장 격인 삼성전자의 파업 우려로 인해 반도체 업종 전반의 주가가 상대적인 눌림세를 보여왔으나, 향후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오히려 주가 상승의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이란 분석에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양사의 목표주가를 57만원, 38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촉발한 구조적 공급 부족과 달라진 장기공급계약(LTA) 기조로 인해 업계 전반의 높은 수익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공급 부족 상황에 삼성전자의 파업으로 생산량이 일부라도 줄어들 경우, 시장은 이 같은 위험을 메모리 가격에 곧바로 반영해 가격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쟁사인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이 풀캐파로 운영 중이기 때문에 삼성전자에서 줄어든 물량을 타사가 추가 생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양사의 목표주가를 각각 50만원, 32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영업이익이 323조원, 내년엔 503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256조원, 내년 40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양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각각 43조6010억원, 47조원206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나란히 600% 넘는 상승세를 기록하는 것이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는 노조 파업 우려로 인해 경쟁사 대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장기화될 메모리 슈퍼사이클과 이로 인해 나타날 대규모 주주환원, 메모리 공급 역량을 바탕으로 한 파운드리 고객사 확대 등이 삼성전자의 장기 주가 상승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다올투자증권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45만원, 2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단기적으로 파업 및 임직원 보상 규모 미정 등 주가의 불확실성 요인이 존재해 강한 업황 대비 최근 상대적 눌림세를 보였으나, 현재 추정치의 추가 상향이 남아있단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비중 확대 기회로 보기 충분하다”며 “서버 및 모바일 고객사들과 장기공급계약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3분기부터 해당 물량이 반영되면서 안정적, 장기적 가격 상승세를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이미 정해진 확정적 호황에 대한 주가 반영이 진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업황의 강도에 비해서는 눌려있다고 판단된다”며 “올해 말까지 새로운 전고점 형성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타 증권사들도 양사의 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로 45만원,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로 320만원을 제시했다. 하나증권은 43만원, 275만원으로 상향했고, iM증권은 40만원, 276만원으로 높여 잡았다. 미래에셋증권은 40만원, 320만원을 제시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여전히 반도체를 전통적인 경기순환 산업으로 바라보고 재고, 공급증가, 이익 피크아웃을 계산하지만, 인공지능(AI) 국면은 기존 사이클과는 다르다”며 “AI 투자는 효율화가 아니라 생존이며 기업, 국가, 개인 모두가 뒤처지지 않기 위해 AI 지출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