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선 외국인과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은 개인 투자자(개미) 간의 치열한 공방전 속에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외국인의 매도 폭탄이 쏟아진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최근 급등하는 미국 국채 금리가 외국인 이탈의 핵심 도화선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코스피가 7000포인트를 달성한 다음 날인 이달 7일 6조 6986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을 시작으로 8거래일 연속 총 35조 731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 매도세의 타깃은 국내 반도체 '투톱'에 집중됐다. 해당 기간 외국인의 순매도 1위 종목은 16조9000억 원을 기록한 SK하이닉스였으며, 15조1000억 원을 매도한 삼성전자가 그 뒤를 이었다. 두 종목에서만 32조 원 안팎의 매물이 쏟아진 셈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에도 지수 하락은 제한적이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대거 물량을 소화하며 지수를 굳건히 떠받쳤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증권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59만 원, SK하이닉스를 400만 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하는 등 증권가의 장밋빛 전망이 개미들의 투자 심리에 불을 지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거침없는 매도 행렬을 단순한 고점 차익 실현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의 악화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란 전쟁의 여파로 지정학적 불안이 가중되며 국제유가가 재차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데다, 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6.0%로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3.8% 올라 약 3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을 보이는 등 물가 쇼크가 겹친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되살아나면서 미국의 국채 금리는 발작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시간 18일 오후,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5.16%까지 치솟으며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장기 시장금리 벤치마크인 10년물은 4.63%,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은 4.10%를 기록해 각각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