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주식시장은 왜 이렇게 쪼개졌나
주변에서 "왜 카카오 안 사요?", "왜 네이버 안 사요?", "LG에너지솔루션 좋지 않아요?", "현대차 4위인데 왜 못 가요?"
다 같은 질문이다. 답도 같다. 물적분할.
물적분할이 뭔지부터
회사가 잘 되는 사업부를 떼어내 100% 자회사로 만들고, 그 자회사를 별도 상장시키는 것.
- 인적분할은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신주를 나눠준다. 주주 입장에서 손해가 없다.
- 물적분할은 자회사를 통째로 회사가 쥔 채로 상장시킨다. 기존 주주는 자회사 주식을 한 주도 못 받는다.
결과는 단순하다. 모회사를 들고 있는 주주는 그 회사의 핵심 성장 사업이 분리되는 순간 그 과실을 잃는다. 자회사 IPO 공모주 청약자와 기관이 그 자리를 채운다. 기존 주주 입장에선 조용한 수탈이다.
카카오 — 이 시대 물적분할의 교과서
| 연도 | 분리 법인 | 상태 |
|---|---|---|
| 2020 | 카카오게임즈 | 코스닥 상장 |
| 2021 | 카카오뱅크 | 코스피 상장 |
| 2021 | 카카오페이 | 코스피 상장 |
| 진행 중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 상장 준비 |
| 진행 중 | 카카오모빌리티 | 상장 준비 |
| 진행 중 | 카카오헬스케어 | 상장 준비 |
카카오를 2020년부터 들고 있었다면 어떻게 됐나. 뱅킹 성장은 카카오뱅크 주주 몫, 핀테크 성장은 카카오페이 주주 몫, 콘텐츠 성장은 카카오엔터 IPO 투자자 몫. 카카오 주주는 껍데기 지주회사만 들고 있는 신세가 됐다. 주가는 고점 대비 80% 가까이 빠졌다.
네이버 — 조용하지만 같은 방향
| 법인 | 상태 |
|---|---|
| 네이버파이낸셜 | 비상장 분리 |
| 네이버웹툰 | 미국 나스닥 상장 (2024) |
| 네이버클라우드 | 비상장 |
| 네이버랩스 | 비상장 |
네이버 웹툰 사업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다. 한국에서 네이버를 들고 있는 주주는 그 IPO 수혜를 받을 수 없다. AI와 클라우드 투자 비용은 모회사가 지고, 상장 이익은 딴 데서 나눠 갖는 구조가 반복된다.
LG — LG에너지솔루션 하나로 설명 끝
2022년,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했다. 공모액 12.7조원, 국내 역대 최대 IPO. LG화학 주주들은 자회사 주식을 한 주도 받지 못했다. 이후 LG화학 주가는 배터리 성장 프리미엄을 잃었고, 남은 건 업황이 나쁜 석유화학과 자회사 지분법 이익뿐이다.
LG CNS도 2025년 초 코스피에 올라갔다. 범LG는 지금도 계속 쪼개고 있다.
한화 — 물적분할 대신 유상증자
한화는 물적분할보다 반복적인 대규모 유상증자가 문제다.
| 연도 | 주체 | 규모 |
|---|---|---|
| 2024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약 3.6조원 |
| 2024 | 한화오션 | 약 1.3조원 |
| 2023~ | 한화솔루션 | 다수 회차 |
2024년 방산 테마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급등하던 시점에 3.6조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조달한 돈 일부는 자회사 한화오션 지원에 썼다.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적자를 메우는 구조다. 주식 수는 늘어났고 그 희석은 영구적이다.
그리고 현대차, 시총 4위인데 왜 못 가나
카카오·네이버·한화·LG 이야기를 하면 "그럼 현대차는요?"라는 질문이 나온다. 현대차는 코스피 시총 4위다. 그런데 주가 흐름이 시총 순위에 비해 답답하다.
이유가 있다.
현대차 그룹이 AI 시대에 무엇을 하는지 생각해보자.
| 계열사 | AI 관련 사업 |
|---|---|
| 현대차 | 보스턴다이내믹스 (휴머노이드), 자율주행 |
| 기아 | PBV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차량 |
| 현대오토에버 | 차량 OS, AI 소프트웨어 플랫폼 |
| 현대모비스 | 자율주행 부품, ADAS |
| 현대로템 | 방산 AI, 무인 전투체계 |
| HD현대일렉트릭 | AI 데이터센터 전력기기 |
| HD현대마린솔루션 | 선박 AI 자율운항 |
| HD현대에너지솔루션 | AI 인프라 전력 공급 태양광 |
범현대가 40개 상장사 중 AI와 연결할 수 있는 곳이 절반이 넘는다. 그 말은 현대차 하나를 사도 AI 수혜를 온전히 받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수혜는 현대차에, 전력기기 수혜는 HD현대일렉트릭에, 소프트웨어 수혜는 현대오토에버에 분산돼 있다.
물적분할처럼 명시적으로 떼어내지 않았어도, 수십 년에 걸쳐 이미 쪼개져 있다. 결과는 같다. 투자자 입장에서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래 표를 보면 감이 온다.
범현대가 상장사 현황 (2026년 5월 기준)
코스피 39개 + 코스닥 1개 = 총 40개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 재계 3위) — 코스피 12개
| 종목명 | 티커 | 업종 |
|---|---|---|
| 현대차 | 005380 | 완성차 |
| 기아 | 000270 | 완성차 |
| 현대모비스 | 012330 | 자동차부품 |
| 현대제철 | 004020 | 철강 |
| 현대건설 | 000720 | 건설 |
| 현대글로비스 | 086280 | 물류 |
| 현대위아 | 011210 | 자동차부품 |
| 현대로템 | 064350 | 방산·철도 |
| 이노션 | 214320 | 광고 |
| 현대오토에버 | 307950 | IT서비스 |
| 현대차증권 | 001500 | 증권 |
| 현대비앤지스틸 | 004560 | 스테인리스강 |
HD현대 (정기선 · 재계 8위) — 코스피 8개
| 종목명 | 티커 | 업종 |
|---|---|---|
| HD현대 | 267250 | 지주회사 |
| HD한국조선해양 | 009540 | 중간지주·조선 |
| HD현대중공업 | 329180 | 조선 |
| HD현대미포 | 010620 | 조선 |
| HD현대일렉트릭 | 267260 | 전력기기 |
| HD현대마린솔루션 | 443060 | 선박AS·솔루션 |
| HD현대에너지솔루션 | 322000 | 태양광 |
| HD건설기계 | 267270 | 건설기계 |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 코스피 5개
| 종목명 | 티커 | 업종 |
|---|---|---|
| 현대백화점 | 069960 | 유통·백화점 |
| 현대홈쇼핑 | 057050 | 홈쇼핑 |
| 현대그린푸드 | 005440 | 식자재·급식 |
| 한섬 | 020000 | 패션 |
| 현대리바트 | 079430 | 가구 |
HL그룹 (정몽원) — 코스피 3개
| 종목명 | 티커 | 업종 |
|---|---|---|
| HL홀딩스 | 060980 | 지주회사 |
| HL만도 | 204320 | 자동차부품 |
| HL디앤아이한라 | 014790 | 건설 |
HDC그룹 (정몽규) — 코스피 3개 + 코스닥 1개
| 종목명 | 티커 | 시장 |
|---|---|---|
| HDC | 012630 | 코스피 |
| HDC현대산업개발 | 294870 | 코스피 |
| HDC현대EP | 089260 | 코스피 |
| HDC아이콘트롤스 | 039570 | 코스닥 |
KCC그룹 (정몽진) — 코스피 3개
| 종목명 | 티커 | 업종 |
|---|---|---|
| KCC | 002380 | 도료·건자재 |
| KCC글라스 | 344820 | 유리 |
| KCC건설 | 021320 | 건설 |
현대그룹 (현정은) — 코스피 2개
| 종목명 | 티커 | 업종 |
|---|---|---|
| 현대엘리베이터 | 017800 | 승강기 |
| 현대무벡스 | 100590 | 물류자동화 |
현대코퍼레이션그룹 (정몽혁) — 코스피 2개
| 종목명 | 티커 | 업종 |
|---|---|---|
|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 227840 | 지주회사 |
| 현대코퍼레이션 | 011760 | 종합상사 |
현대해상화재보험그룹 (정몽윤) — 코스피 1개
| 종목명 | 티커 | 업종 |
|---|---|---|
| 현대해상 | 001450 | 손해보험 |
전체 요약
| 그룹 | 코스피 | 코스닥 | 합계 |
|---|---|---|---|
| 현대자동차그룹 | 12 | 0 | 12 |
| HD현대 | 8 | 0 | 8 |
| 현대백화점그룹 | 5 | 0 | 5 |
| HL그룹 | 3 | 0 | 3 |
| HDC그룹 | 3 | 1 | 4 |
| KCC그룹 | 3 | 0 | 3 |
| 현대그룹(현정은) | 2 | 0 | 2 |
| 현대코퍼레이션그룹 | 2 | 0 | 2 |
| 현대해상화재보험그룹 | 1 | 0 | 1 |
| 합계 | 39 | 1 | 40 |
다행히 법은 바뀌었다. 그런데 그게 끝인가
202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할 때 기존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도록 의무화됐다. 사실상 물적분할 후 IPO가 어려워진 것이다. 그 이후로 물적분할 후 상장 사례는 눈에 띄게 줄었다.
늦었지만 맞는 방향이다.
그런데 법이 새 물적분할을 막는 것과, 이미 쪼개진 것들이 돌아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카카오뱅크는 여전히 카카오와 따로 상장돼 있고,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밖에 있고, 한화오션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아래에 걸쳐 있다. 한국 주식시장에는 물적분할의 잔해가 그대로 남아 있다.
AI 시대는 속도가 빠르다. 어느 계열사가 진짜 수혜를 가져가는지 쪼개진 구조에서는 투자자가 판단하기 더 어렵다. 결국 그 복잡함이 디스카운트로 이어지고, 코스피 전체의 저평가를 구조적으로 만드는 요인이 된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막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이미 쪼개진 것들은 다시 합쳐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