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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이슬라마바드의 빈손 — 미·이란 1차 협상 결렬,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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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3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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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라마바드의 빈손 — 미·이란 1차 협상 결렬, 무엇을 남겼나

4월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 47년 만에 마주 앉은 미국과 이란 협상단은 21시간을 버텼다. 그리고 합의 없이 헤어졌다. 밴스 미국 부통령은 새벽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나쁜 소식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이는 미국보다 이란에 훨씬 더 나쁜 소식"이라고 말한 뒤 에어포스2에 올랐다. 이란 외무장관 아라그치는 수시간 뒤 X에 이렇게 썼다. "이슬라마바드 MoU 직전까지 갔는데, 극단주의와 요구 조건 변경, 그리고 봉쇄 위협을 마주했다."

두 문장 사이에 이번 협상의 진실이 있다.

 

결렬인가, 연기인가

언론의 "결렬" 프레임은 절반만 맞다. 알자지라 이슬라마바드 특파원의 표현이 더 정확하다. "돌파구도 아니고 파탄도 아니다(neither a breakthrough nor a breakdown)." 1차 협상에서 핵 포기와 호르무즈 개방을 동시에 타결하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다. 47년 단절의 불신을 하루 만에 녹이는 건 어느 협상 테이블에서도 일어난 적 없다. 애초부터 무리한 기대치를 걸었던 것이고, 그 기대치가 무너진 것을 "결렬"이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진짜 질문은 협상이 얼마나 근접했느냐다. 아라그치의 "MoU 직전" 발언은 외교적 수사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란 외무장관이 공개적으로 합의 직전이었다고 밝히는 건 체면을 걸고 하는 발언이다. 틀렸을 때의 외교적 손실이 너무 크다. 이걸 사실로 받아들이면 협상의 실상은 다르게 읽힌다. 미국 측이 막판에 요구를 추가로 얹었을 가능성, 즉 트럼프 협상법의 전형적 패턴이 여기서도 작동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관세 협상에서 반복적으로 목격된 그 수법이다. 합의 직전에 조건을 바꾼다.

 

3대 쟁점의 실상

공식 발표에서 미국은 핵 포기를 최대 쟁점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알자지라 특파원이 짚은 내용이 중요하다. 미국이 요구한 것은 단순히 "핵무기 포기"가 아니었다. 의료 목적 핵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핵 활동의 포기였다. 이란이 NPT 체제 하에서 갖는 평화적 핵 이용권 자체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이건 협상 조건이 아니라 무조건 항복 선언서다. 이란 의회 의장 갈리바프가 "NPT 정당한 권리"를 내세운 게 외교적 레토릭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수용 불가한 요구였다는 뜻이다.

호르무즈 문제는 더 복잡하다. 여기에 알려지지 않은 변수가 하나 있다. 이란이 해협에 설치한 기뢰의 위치를 스스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호르무즈 즉각 개방"은 이란이 원해도 물리적으로 이행할 수 없는 요구다. 이 조건은 협상장에서 처음부터 충족 불가능했던 것이다. 트럼프가 기뢰 제거 작전 착수를 언급한 게 단순 위협이 아닐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 번째 쟁점인 270억 달러 동결 자금과 전쟁 배상금 문제는 이번에 표면 위로 거의 부상하지 못했다. 이란이 제기했지만 미국이 차단하면서 공식 쟁점으로조차 논의되지 못한 채 끝났다.

 

협상을 방해한 제3의 변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 200개 이상의 헤즈볼라 표적을 타격했다. 네타냐후는 협상 테이블 옆에서 "이란 테러 정권과의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공개 선언했다. 이란의 10개항 요구에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중단이 포함돼 있다. 미국이 동맹국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협상 테이블 위에 그림자를 드리운 것이다.

이건 단순한 배경 변수가 아니다. 네타냐후는 2025년 트럼프의 핵 협상 추진을 의도적으로 좌절시키기 위해 전쟁을 확대했다는 분석이 있었다. 그 패턴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이란 합의보다 이란 정권 교체를 원한다. 미국이 협상으로 출구를 만들려 할 때 이스라엘이 발목을 잡는 구도가 이번에도 작동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중국이다. 트럼프는 협상 기간 중 "중국이 이란에 무기를 보내면 큰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CNN은 중국의 이란 방공망 지원 관련 첩보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뒤에 중국이 서 있다는 구도가 미국의 협상 강경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역봉쇄의 자가당착

협상 결렬 직후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상봉쇄를 선언했다.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고 있으니 미국이 이란 항구를 역으로 봉쇄한다는 논리다. 구조적으로는 대칭적 대응처럼 보이지만, CNN 비즈니스의 분석이 핵심을 찌른다. 미국은 이란 전쟁 내내 이란 유조선의 호르무즈 통과를 허용해왔다. 이란 석유라도 흘려보내야 유가가 어느 정도 통제됐기 때문이다. 3월에는 이란에 임시 원유 수출 면허까지 발급했다.

그런데 이제 이란 항구를 봉쇄한다는 건 자신들이 유지해온 유가 관리 논리를 스스로 뒤집는 것이다. 봉쇄가 실제로 이행되면 이란 수출이 막히고 유가는 다시 치솟는다. 이미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돌파했다. 이게 미국 경제에도 직격탄이 된다는 걸 트럼프 참모진이 모를 리 없다.

따라서 이번 봉쇄 선언의 진짜 의도는 실질적 이행보다 협상 압박에 있다. 4월 21일 휴전 종료 전까지 이란을 더 급박한 상황으로 몰아 2차 협상 테이블에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자리를 점하려는 것이다. 영국이 즉각 봉쇄 불참을 선언하고 "항행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밝힌 것도 이 봉쇄가 국제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는 신호다. 트럼프는 "다른 나라들도 참여하고 있다"고 했지만,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 하루 만에 선을 그었다.

 

앞으로 8일, 가능한 시나리오

4월 21일 휴전 종료까지 오늘 기준 8일이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2차 협상 재개다. 양측 모두 전쟁 재개의 인센티브가 크지 않다. 이란은 전쟁 6주 만에 군사력 상당 부분을 소모했고 경제는 만성 인플레이션과 인터넷 차단으로 악화 중이다. 미국은 유가 충격과 인플레이션 압박을 중간선거 전에 감당하기 어렵다. 아라그치가 런던·파리·베를린을 돌며 유럽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란이 협상 채널을 멀티트랙으로 열어두고 있다는 신호다. 이 시나리오의 확률을 55~60%로 본다.

 

두 번째는 해상봉쇄 과정의 우발적 충돌이다. 미 구축함 두 척이 이미 호르무즈를 통과했고, IRGC는 "군함 접근은 휴전 위반"이라 경고했다. 기뢰 제거 작전이 실제로 착수되면 해협에서 미 해군과 IRGC가 조우한다. 거기서 오발이든 의도적 충돌이든 한 번 터지면 휴전 자체가 무너진다. 양측 모두 원하지 않지만 피하기 가장 어려운 시나리오다. 확률 25%.

 

세 번째는 21일 이후 제한적 전투 재개다. 미국이 이란 핵시설 정밀 타격 등 제한된 군사 옵션을 다시 꺼내들면서 압박을 높이는 것이다. 트럼프는 "하루 만에 이란을 파괴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건 협상 레토릭이다. 실제 전면전 재개는 그가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역풍을 동반한다. 다만 정밀 타격 수준의 제한적 행동은 가능하다. 확률 15%.

 

한국 주식 관점 —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번 협상 결렬이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단일하지 않다. 시나리오별로 섹터 반응이 완전히 갈린다.

전쟁 발발 이후 코스피는 최대 987조 원 시가총액이 증발했고, 전체 상장 종목의 69%가 하락했다. 반면 LIG넥스원은 74%, 대우건설은 130% 상승했다. 4월 8일 휴전 합의 발표 하루 만에 코스피가 6.87% 급반등했다. 시장이 지정학적 이벤트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오늘 개장에서 코스피는 2% 넘게 하락하며 5737선으로 출발했다가 낙폭을 어느 정도 회복하는 흐름이다.

지금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포지션을 짜려면 시나리오별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방산 섹터는 단기적으로 가장 직관적인 수혜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늘 상위 10위권에서 유일하게 플러스를 유지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게 있다. 이미 전쟁 발발 이후 방산주는 상당히 올라와 있다. 여기서 추격 매수를 하면 2차 협상 재개 소식 하나에 급락할 수 있다. 방산주는 "전쟁 재개 시나리오에 대한 헤지" 성격이지, 지금 이 가격에서의 공격적 진입 대상이 아니다. 이미 포지션이 있다면 유지할 수 있지만, 없는 상태에서 쫓아가는 건 리스크가 높다.

정유 섹터는 이번 결렬의 단기 수혜처로 보이지만, 구조적으로는 훨씬 복잡하다. 유가 100달러 돌파는 정유사 마진에 단기 긍정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중동 원유 의존도가 70%인 상황에서, 호르무즈에 묶인 유조선이 출발해도 이달 말에야 들어오고 그 물량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1주일도 안 된다. 즉 정유주 수혜보다 원유 조달 불안이 더 큰 리스크다. 대체 공급원 확보 속도가 이 섹터의 핵심 변수가 된다.

건설 섹터는 다른 맥락으로 봐야 한다. 대우건설 130% 상승은 이란 재건 테마를 먹고 올라온 것이다. 전쟁이 끝나면 이란 재건 수요가 폭발적으로 발생하고, 한국 건설사들이 1970~80년대 중동 붐처럼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그런데 협상 결렬이 이 시나리오를 단기적으로 뒤로 미뤘다. 재건 수요는 종전 이후에야 현실화된다. 지금 포지션이 있다면 종전 협상의 다음 국면을 기다리는 버티기가 맞고, 신규 진입이라면 2차 협상 재개 이후 종전 가시성이 높아지는 시점이 더 적합하다.

달러/원 환율 1500원 돌파 우려는 수출주 전반에 걸친 이중 압박이다. 원화 약세는 수출 가격 경쟁력에 유리하지만, 원자재 수입 비용을 동시에 높인다. 반도체는 수출 비중이 높아 환율 수혜를 볼 수 있지만, 오늘 삼성전자가 2.79% 하락한 것은 협상 결렬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반도체 수요 전망을 눌렀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도 1.27% 하락했다.

광통신, AI 인프라 섹터는 이번 지정학적 변수와 본질적으로 무관하다. 대한광통신, LS전선 등의 AI 데이터센터 수요 테마는 중동 사태 전개와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구조적 성장이다. 단 시장 전체가 흔들릴 때 개별 종목도 동조 하락하는 베타 리스크는 있다. 이 섹터는 지정학 이벤트로 일시 조정이 나면 오히려 매수 기회로 볼 수 있는 구간이다.

 

핵심 변수는 4월 21일

투자자 입장에서 지금부터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시계는 하나다. 4월 21일 휴전 종료 전에 2차 협상 재개 신호가 나오느냐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향후 2주간은 협상 진행 및 종전 여부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했고,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첫 종전 협상에서 타결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으며 추가 협상 여지는 충분하다"고 했다. 이 두 시각을 동시에 갖고 있어야 한다. 과도한 공포도, 과도한 낙관도 다 비싼 실수가 된다.

대신증권이 제시한 지지선이 참고가 된다. 5400~5500선이 1차 지지선이고, 이탈 시 5100선에서 지지력을 확보할 것으로 봤다. 전저점 이탈 가능성은 낮다는 게 현재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 협상이 남긴 것

결국 이슬라마바드 협상이 남긴 건 세 가지다. 첫째, 47년 만의 직접 대화 채널이 만들어졌다는 것. 이건 다음 협상의 물리적 기반이 된다. 둘째, 쟁점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것. 핵, 호르무즈, 동결 자금이라는 세 축이 공개적으로 확인됐다. 셋째, 양측 모두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것. 이란이 국영 매체를 통해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했고, 밴스도 "최선의 제안을 남기고 간다"며 여지를 열어뒀다.

CNN이 이번 협상을 정의한 문장이 아마 가장 정확하다. "양측은 내용뿐 아니라 스타일과 기질에서도 너무 멀리 있었다." 합의 내용의 차이만이 아니라 협상 문화 자체가 충돌했다는 것이다. 트럼프식 막판 요구 상향과 이란의 체면·신뢰 중심 문화가 MoU 직전에서 터졌다. 이 둘이 어떻게 접점을 찾느냐가 이 전쟁의 결말을 결정한다. 그리고 그 결말은 호르무즈를 통해 한국 경제의 체온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다음 8일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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