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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IDF 영상 공유 — 실수인가, 다층 외교 시그널인가

무명의 더쿠 | 11:20 | 조회 수 1292

이재명 대통령의 IDF 영상 공유 — 실수인가, 다층 외교 시그널인가

4월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X에 IDF 영상을 올렸다가 수정한 사건을 두고 국내에서는 "검증 실패"니 "외교 리스크"니 말이 많다. 그런데 이걸 단순 실수로만 보는 건 너무 순진한 독해일 수 있다.


영상 자체부터 짚어보자.

해당 영상은 2024년 9월 요르단강 서안지구 카바티야에서 IDF가 무장 팔레스타인인 7명 사살 후 시신을 옥상에서 발로 차 떨어뜨린 장면이다. AI 조작 없음, 진본. 당시 미국 백악관 존 커비는 "deeply disturbing"(매우 충격적), IDF 자체도 "serious incident contrary to our values"(우리 군의 가치에 반하는 심각한 사건)라며 조사 착수를 발표했다. 즉 이스라엘이 부인하기 가장 어려운 종류의 영상이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이 영상을 올린 날, 호르무즈 해협에는 한국 선원들이 한 달 넘게 갇혀 있었다.

유조선 7척을 포함한 한국 선박 26척이 이란의 해협 봉쇄로 발이 묶인 상태였다. 외교부 장관이 이란 외무장관에게 두 번이나 전화해 통항을 사정하는 상황. 경제적 손실도 손실이지만, 좁은 선박 안에서 한 달 넘게 대기하며 인근에서 이란-이스라엘 교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갇혀 있는 선원들의 안전 문제가 실질적으로 걸려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에는 일관된 패턴이 있다. 캄보디아 스캠 피해자 건처럼 — "내 국민"이 위험에 처하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이다. 경제적 손실보다 사람을 먼저 꺼내는 프레임을 일관되게 써왔다.

그러면 이 대통령의 실제 내면 동기 순서는 이렇게 읽힌다. 선원 안전이 1순위, 선박·화물 경제적 손실은 그다음, 외교적 포지셔닝 효과는 결과적으로 따라온 것. 이란한테 "우리는 미국-이스라엘 편이 아니다"라는 메시지 하나가 협상 테이블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게 오히려 이 포스팅이 정교하게 설계된 전략이 아니라 감각적 직관에 가깝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람 걱정이 앞선 사람이 올린 글치고는 디테일 검증이 부족했고, 그게 "조금 다행이라면 시신이었다는 점"이라는 어색한 문장으로도 드러났다.


타이밍을 보면 우연이라고 하기 어렵다.

미국-이란은 2주 휴전으로 사실상 마무리 국면. 그런데 이스라엘은 휴전 합의 직후에도 "레바논은 우리 관계없다"며 베이루트 주거지역을 계속 두들겼고 사망자가 250명을 넘었다. 트럼프조차 네타냐후에게 직접 자제를 요청했고, WSJ은 "Netanyahu had not been consulted before the ceasefire and was notified only by phone just before the deal"(네타냐후는 휴전 체결 전 협의 없이 직전 전화로만 통보받았다)고 보도하며 미-이스라엘 균열을 확인했다.

이 타이밍에 이스라엘을 건드리면 역풍이 거의 없다. 미국도 이스라엘한테 짜증난 상태고, 국제사회는 가자·레바논 민간인 피해에 이미 지쳐있다.


두 가지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

첫 번째는 의도된 전략이라는 시각이다. 구글 역검색 한 번이면 나오는 2024년 9월 영상을 현직 대통령실이 몰랐을 리 없다. 알면서 올렸다면 영상이 진본이라 이스라엘이 "가짜다"고 반박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올린 것이다.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문형 코멘트는 직접 단정하지 않으면서 이슈를 터뜨리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오후 수정 포스팅에서도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시신이라도 국제법 위반"으로 프레임을 유지했다. 메시지가 흔들리지 않았다.

두 번째는 감각적 직관이라는 시각이다. 만약 완전히 설계된 수였다면 오후 포스팅에서 "조금 다행이라면 시신이었다는 점"이라는 표현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계획된 사람이 쓸 문장이 아니다. 청와대 대변인도 "대통령이 알고 올렸는지 확인 못했다"고 했는데, 각본이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답변이다. 타이밍과 영상의 반인도성을 감각적으로 포착하고, 호르무즈 선원들에 대한 걱정이 앞선 상태에서 구체적인 날짜 검증 없이 올렸을 가능성이 높다. 완전한 무지도 아니고 정교한 기획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


결과는 어떻게 됐나.

The Korea Herald는 "The Embassy of Israel in Korea declined to comment on the matter when asked"(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항의하고 싶어도 "그 사건 책임자 처벌은 됐습니까"라는 후속 질문이 따라붙는 구조라 입을 열기 어렵다. 반박 못 하는 침묵이 때로는 가장 큰 답이다. 팔레스타인 크리에이터 'Jvnior'는 같은 날 장문의 감사 메시지를 보냈고, 국제 외신에는 "South Korean President criticizes Israeli military conduct"(한국 대통령, 이스라엘군 행위 비판) 헤드라인이 나갔다.


그런데 이 포스팅에는 훨씬 큰 그림의 맥락도 겹쳐 있다.

4월 3일, 마크롱이 서울에 왔다. 정상회담에서 마크롱은 "독립을 원하는 나라들, 헤게모니를 원하지 않는 나라들, 예측 불허 상황을 우려하는 나라들이 함께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외교 언어로 번역하면 "미국·이스라엘 축 바깥에서 우리끼리 뭔가 해보자"다. 마크롱은 이미 이스라엘의 레바논 폭격을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in the strongest terms) 규탄한 상태였다.

마크롱 방한(4월 3일) → 한국-프랑스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격상 및 호르무즈 공동 대응 합의 → 이재명 대통령 G7 에비앙 정식 초청 → IDF 포스팅(4월 10일). 딱 일주일 사이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이 마크롱의 대전략에 감화돼서 움직인 건 아니다. G7 초청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한-프 전략 동반자 격상도 손해날 게 없었다. 마크롱의 프레임이 한국 국익과 방향이 겹쳤기 때문에 올라탄 것이지, 거대한 외교 연대를 설계한 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움직인 실제 이유는 훨씬 더 즉각적이고 인간적인 것 — 한 달 넘게 좁은 배 안에 갇혀 있는 선원들 — 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포스팅이 동시에 작동한 방향은 여러 개다.

이란을 향해서는 가장 실질적인 유화 신호다. "한국은 미국-이스라엘 편이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호르무즈 협상 테이블에서 불리하게 작동할 이유가 없다.

유럽·중견국 연대를 향해서는 "우리도 이스라엘 견제하는 라인에 있다"는 시그널이다. 6월 G7 에비앙에서 이스라엘 문제가 의제로 오를 때 한국이 어떤 포지션으로 발언권을 갖고 들어갈지, 그 포석이 깔렸다.

트럼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절묘하다. 트럼프 자신이 네타냐후에게 자제를 요청하는 타이밍이기 때문에, 반이스라엘이 반트럼프가 아닌 구조를 골라서 친 셈이다.

글로벌 사우스(예전의 제3세계·개발도상국)를 향해서는 중동·아프리카·동남아 여론이 압도적으로 팔레스타인 편인 상황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우리는 미국 동맹국이지만 다르다"는 신호를 보냈다.

국제법 질서 프레임에서는 ICJ 이스라엘 제노사이드 소송, ICC 네타냐후 체포영장이라는 흐름 위에 한국을 올려놓는 작업이기도 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제인도법은 준수돼야 한다"는 키워드는 나중에 다자 논의에서 쓸 수 있는 일관된 포지션의 축적이다.


이제 청구서를 쓸 시간이다.

미국이 의회 승인 없이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법적 기한이 4월 말까지다. 전쟁권한법(War Powers Act)상 구속력이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선전포고도 동맹 조약도 출구전략도 없이 시작된 전쟁에서는 오히려 이 기한이 출구로 작동할 수 있다. 트럼프도 이란도 모두 끝낼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고, 2주 휴전은 그 명분을 향해 가는 과정이다.

전쟁은 두 달이었지만 청구서는 길다. 호르무즈 봉쇄로 묶인 선박, 치솟은 유가, 흔들린 공급망, 재편되는 중동 질서. 이 청구서를 어느 나라가 어떻게 나눠 갖느냐가 이제 시작되는 게임이다.

한국의 포지션은 나쁘지 않다. 미국의 전쟁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고, 이란을 적으로 돌리지 않았으며, 이스라엘과도 노골적으로 편을 가르지 않았다. 제국주의적 역사 부채 없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 중동 어느 쪽에도 식민지 기억을 남기지 않은 나라.

여기에 에너지 시장 구조도 바뀐다. 전쟁 이후 중동엔 석유가 남아돈다. 재건이 빠른 나라는 결국 에너지 수입을 재원으로 쓰는 나라들이고, 저장 인프라가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공급은 늘고 수요는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구매자 중심 시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이란까지 경제 제재를 벗어던지면 공급은 더 늘어난다. 가장 큰 바이어는 한중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마크롱 및 전쟁 당사자가 아닌 나라들과 손잡고, 이란에 유화 신호를 보내고, 글로벌 사우스에 "우리는 다르다"고 말한 것 — 그것이 즉흥이든 직관이든 전략이든 간에 — 은 결국 이 청구서에서 한국 몫을 최대한 크게 쓰기 위한 사전 포지셔닝이었다. 전쟁이 끝나면 인내자와 중재자에게 발언권이 생긴다. 오래 참고 버텨온 나라가 테이블에 앉을 자격을 얻는다.

한국은 그 자리에서도 아직은 이름 붙여지지 않은, 상호 존중하고 서로 이득되는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제국주의의 부채도, 이념 수출의 역사도, 자원 권력의 배경도 없이 여기까지 온 나라가 앉는 테이블이기 때문에, 그 외교에는 아직 이름이 없다.

아마 이번이 코로나 이후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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