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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가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6척에 원유 1200만 배럴을 실어 한국 자회사인 에쓰오일에 보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이후 민간에서 확보한 원유가 대체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일 정유업계와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아람코는 최근 사우디 중서부에 있는 얀부 석유 터미널에서 원유 1200만 배럴을 VLCC에 실어 한국으로 보냈다. 얀부는 홍해에 인접한 터미널로, 이곳에서 실은 원유는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해협을 거치지 않고 한국으로 올 수 있다. 아람코는 사우디 동서 지역을 가로지르는 1200㎞에 달하는 수송관을 통해 원유를 걸프만에서 홍해로 보냈다.
1200만 배럴은 하루 최대 정유 설비 가동 물량이 약 65만 배럴인 에쓰오일 공장을 18일간 가동할 수 있는 양이다. 업계에선 아람코가 에쓰오일에 보낸 VLCC 6척을 ‘가뭄 속 단비’로 받아들이고 있다. 24일 전남 여수에 도착하는 VLCC를 끝으로 당분간 한국에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 공급이 끊기기 때문이다.
얀부에서 출발한 VLCC는 4월 중순께 한국에 도착할 전망이다. 에쓰오일 등 정유회사는 보통 설비를 두 달여간 가동할 수 있는 석유를 비축해놓는다. 비축 물량으로 공장을 가동하다가 얀부에서 출발한 원유가 도착하면 에쓰오일은 공장 가동이 멈추는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에쓰오일은 아람코가 지분 63.41%를 보유한 핵심 자회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우리나라 다른 정유사는 여전히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원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쓰오일은 아람코와 얀부 터미널을 통해 원유를 지속 공급받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해협 대체 경로인 얀부가 언제 막힐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란이 최근 얀부 정유시설에 드론 공격을 가해 석유 수출 터미널 선적이 일시 중단됐기 때문이다.
박종관/노유정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