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를 하다보면 전쟁이 언제쯤 끝날 것 같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죠. 실망스러우시겠지만 트럼프도 모르는 일 아닐까요. 저 역시 조심스럽기는 합니다만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금의 전쟁이 어포더빌리티 이슈를 건드릴 경우... 금융 시장이 전쟁 장기화의 우려를 안고 휘청할 경우... TACO의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결국 많이 위험할 것이라는.. 이걸 길게 가져가는 것이 트럼프에게도 위험할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야 움직이게 되지 않을까요? 지난 해 4월 해방의 날 직후 일주일 정도 금융 시장이 극단적으로 흔들리다가 안전 자산이 미국 국채 가격마저 무너지면서 금리가 뛰어오르자 트럼프는 전격 90일 관세 유예를 선언했던 바 있습니다. 벼랑 끝에서 무언가 접점이 나올 수도 있다는 희망섞인(?)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시나리오일 뿐이죠. 만약 전쟁이 길게 갈 것으로 보이면 금융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전세계 주식 시장은 크게 흔들리게 되지 않을까요? 물론 지금과는 워낙 큰 차이가 있지만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주식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았죠. 러셀 내피어의 베어마켓이라는 책에서 인용한 내용인데요, 시사하는 바가 크니 꼼꼼히 읽어보시죠.
“NYSE는 1914년 12월 12일 토요일에 재개장하면서거래에 몇가지 제한을 뒀다.(중락) 다우존스 철도지수는 90.21까지 오른 반면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54로 7월 30일 폐장 직전보다 32% 폭락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며칠 후 이보다 조금 더 낮은 수준에서 바닥을 친 뒤 1915년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다. 전쟁 비용 때문에 미국에서 자본이 대거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자본이 미국으로 물밀듯이 유입됐다. 전쟁 중인 유럽 국가들이 전쟁에 중립적인 미국에서 필요한 물자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주식 시장의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오르기도 했지만 지수에 편입되어 있는 기업들의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상승 탄력을 크게 받았다. 무엇보다도 제1차 세계대전 동안 미국 제조업체들의 이익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급증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베어마켓, 러셀 내피어, 한국경제신문, 2023. p.62 인용)
1914년 6월 사라예보의 총성과 함께 1차 대전이 시작되었죠. 참고로 당시에도 이 전쟁... 금방 끝난다.. 이런 얘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위의 내용을 보시면... 전쟁 시작 이후 주식 시장은 휴장을 이어갔는데요, 이후 재개를 하게 됩니다. 단기로는 급락을 했지만 지수 전체는 하락해도... 군수 물자 등의 수송이 필요해서인지 철도주는 상승했다고 나오죠. 다만 그 뒤를 더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1914년 12월에 주식 시장이 바닥을 친 후에 1915년에는 강한 상승세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전쟁으로 인한 안전 자산 선호 등으로 미국 주식 시장 등에서 자본 유출이 대규모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전쟁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미국으로 자금이 쏠렸다는 해석이죠. 당시 미국은 군수 물자 등을 생산해서 유럽에 제공했었죠. 그 과정에서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는 얘기가 두번째 문단에 나옵니다.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다음의 기사를 보시죠.
“이란 전쟁 2단계 초읽기... 트럼프, 록히드마틴, 노스럽 등 방산 CEO 긴급 소집”(문화일보, 26. 3. 7)
“트럼프 ‘최첨단 무기 생산 4배 확대’... 방산 CEO 들과 백악관 회동”(이데일리, 26. 3. 7)
네.. 미국 군수 기업들에게 생산을 크게 늘리라는 얘기를 하고 있죠. 미사일이 모자라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초점을 맞추는 듯 합니다. 그리고 미국 원유 관련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원유 생산을 늘려야 할 겁니다. 유가가 상승한 상태에서 공급을 늘리게 되면 에너지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가능해지겠죠. 그래서 이런 기사가 나옵니다.
“이란 공습 전 ‘에너지 삼총사’에 7조 몰려.. 전투기보다 먼저 움직인 돈”(한경비즈, 26. 3. 6)
그리고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를 최대한 제어하기 위해 인도에게는 러시아산 원유를 1개월 도안은 살 수 있도록 허용해주었구요, 중국에게는 러시아나 이란 산 대신에 미국에서 원유를 사줄 것을 요청할 듯 합니다. 3월 말에 미중 정상회담이 있죠. 여기서 시진핑 주석이 어떤 답을 하게 될지 보다 중요해집니다.
“미, 중에 ‘러-이란산 대신 미국산 원유 사라’ 요청할 듯”(동아일보, 26. 3. 6)
“국제유가 폭등에... 미 ‘러시아산 원유 제재 추가 완화 가능’”(조선비즈, 26. 3. 7)
애니웨이... 1차 대전 당시의 흐름을 생각해보면 이번 전쟁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미국 쪽으로의 자금 유입이 나타날 가능서이 있고, 이는 미국 자산 시장의 상대적인 성과를 높이는 요인이 될 겁니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는 OBBBA법안의 일환으로 현재 세금 환급을 해주고 있죠. 개인들의 소득에도 일시적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해석이 중요한데요.. 미국이 빠지지 않는다가 아니라 다른 국가 자산들 대비로는 하방 방어력이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될 듯 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은 지난 해부터 미국보다는 미국 이외 시장의 자산들을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왔는데요... 이번에는 약간 결이 다른 얘기를 하고 있죠. 인용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이클 하트넷 수석 전략가는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일본과 유럽에서 은행주 중심으로 이어진 랠리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석유와 달러 노출을 확대하기 위해 해당 시장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하트넷은 "장기 갈등의 수혜 자산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며, 에너지 관련 주식 비중이 적은 한국, 일본, 유럽 같은 석유 수입국들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기술주와 글로벌 방산업종은 이번 자금 이동의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쟁 발발은 하트넷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미국 외 자산 선호' 전략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떠올랐다. 그는 2024년 말부터 국제 주식에 대한 선호를 유지해왔으며, 실제로 그 기간 동안 S&P 500 지수가 15% 상승하는 데 그친 반면 MSCI ACWI 미국 제외 지수는 33% 상승해 그의 전망이 적중한 바 있다.”(뉴스핌, 26. 3. 7)
네. 하트넷은 그 동안 유럽이나 일본 등의 금융주에 몰려있던 자본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죠. 석유를 구하기 위해서는 달러가 필요하니.. 달러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구요.. 일종의 매크로 레짐의 변화를 대비해서 유동성 완충 쿠션을 만들고자 미리 달러 현금을 구하려는 수요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유로존이나 아시아 국가들이 불안할 때...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할 것으로 보이는, 그리고 되려 수혜를 받을 수도 있는 곳으로 돈이 몰리게 되지 않을까요? 1차 대전 당시 자본 유출을 우려했던 미국이지만 되려 자본이 유입되면서 금융 시장이 뜨거웠었다고 했죠. 이번에도 비슷할까요... 네.. 위의 인용문 두번째 문단에서는 기존에 하트넷이 유지해왔던 미국 이외 지역에 대한 투자가 보다 유망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흔들릴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다시 미국인가요?? 우리가 지켜봐야 하는 또 다른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케이스들을 읽다보면.. 아.. 미국이 제일 좋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죠. 미국은 해당 국가들의 전장에서 멀리 떨어져있으니.. 불안감도 한결 덜할 겁니다. 다만 1914년과는 큰 차이가 있죠. 우선 현재의 미국은 엄청난 부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가 역시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넘은지 5년이 훌쩍 지났죠. 물가 불안이 클 때.. 그리고 국가의 부채 부담이 큰 상황에서 중동에서 전쟁을 한다... 그리고 전쟁에서 발생하는 부작용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고 가정해보죠. 유가의 상승과 함께 재정의 부담을 늘리게 될 겁니다. 그리고 자산 시장의 밸류에이션도 높은 편이죠... 작은 충격에도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습니디. 마지막으로 이번 전쟁은 1차 대전과는 달리.. 미국이 주체가 되고 있죠. 당시와는 여러 면에서 차이를 갖고 있습니다. 또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도 어려울 듯 합니다.
다만... 이번 전쟁의 충격 속에서도 지역별, 섹터별, 국가별, 산업별, 자산군 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점은 명확합니다. 결국 답은 돌고 돌아서 분산 투자가 되는 건가요? 전쟁이라는 이슈 앞에서 그냥 무조건 달아나는 것보다는 위의 시나리오를 통해 냉정과 열정을 모두 갖고 고민해보셨으면 합니다. 주말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