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일자 : 2025-12-18
그들은 태국의 국제수지 통계에서 경상수지나 자본수지로 설명되지 않는 ‘오차 및 누락(Net Errors & Omissions)’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데 주목했습니다. 특히 2024년 연간 통계에선 이 규모가 무려 5300억 바트(약 25조원)로 불어났는데요. 통계에 오차는 있을 수 있지만, 구멍이 커도 너무 큽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불투명한 해외 자금의 비정상적 유입. 이건 혹시 불법 자금세탁의 흔적 아닐까요?
경제학자들의 이런 문제 제기는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범죄집단의 불법 자금이 태국으로 밀려들고 있다’, ‘태국이 세계적인 자금세탁 중심지로 전락했다’며 여론이 들끓었고요. 중앙은행이 나서서 “국제수지의 오차·누락 규모가 꼭 불법 자금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어차피 그게 불법 자금인지 아닌지는 중앙은행도 알 도리가 없으니까요.
결국 정부가 움직였습니다. 총리 지시로 재정정책국·중앙은행·증권거래소·자금세탁방지국·증권거래위원회가 특별 태스크포스를 구성했죠. 바트화 강세의 주범으로 지목된 설명할 수 없는 대규모 자금 유입, 그 출처를 밝혀내기 위해서입니다.
뒷문 열린 태국, 불법자금 놀이터 됐다
그럼, 범죄자금은 어떤 식으로 태국으로 흘러 들어갔을까요. 아직 정부 TF의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는데요. 많은 이들이 의심하는 유력한 통로는 가상화폐 거래소입니다.
범죄집단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불법 자금을 가상화폐로 관리하는 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죠. 하지만 검은돈을 영원히 코인으로 둘 순 없고, 언젠가는 이를 현금화해야 할 텐데요. 한국처럼 법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도 깐깐하게 고객 신원을 확인하는 나라에선 이게 쉽지 않죠. 규제가 가장 약한 곳을 통해 빠져나갈 텐데, 태국이 바로 그런 나라입니다.
태국은 가상화폐의 바트화 환전을 규제하는 법률이 아직 없고요. 따라서 별다른 고객 신원확인 절차 없이 가상화폐를 얼마든지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다는데요. 이렇게 바트화로 바뀐 불법 자금은 다시 태국에서 금괴나 호화 콘도, 회사채, 주식 매입으로 흘러갑니다. 검은돈이 태국의 금융·부동산 시장을 거치면서 합법적인 자금처럼 완전히 세탁되는 거죠. 그 결과 시장에선 바트화 유동성이 고갈되면서, 통화가치는 급등하게 됩니다.
왜 태국의 금 수출, 특히 캄보디아로의 수출이 급증했는지도 짐작할 수 있죠. 캄보디아를 기반으로 한 범죄집단이 가상화폐를 거쳐 태국에서 바트화로 환전한 돈으로 금을 사고요. 그 금괴를 캄보디아로 보내 자금세탁을 완결하는 겁니다. 즉, 금 수출의 비정상적 급증은 바트화 강세의 원인이 아니라 최종 결과물인 셈이죠.
그리고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달 초 태국 정부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정보를 받아 국제 사기 조직이 태국에서 보유해 온 불법 자산 약 100억 바트(약 4600억원) 어치를 압류했는데요. 적발된 건 캄보디아를 기반으로 하며 국경을 넘나들며 사기 행각을 벌여온 조직-‘임 리악-벤 스미스’, ‘콕 안’, 프린스그룹 천즈 회장-이었고요. 압류된 자산엔 은행 예금, 토지, 콘도미니엄, 유가증권, 요트, 고급승용차 등이 포함됐습니다. 그만큼 막대한 범죄자금이 태국으로 흘러들어와 있었던 거죠.
특히 일부 태국의 전현직 고위급 정치인들이 사업가를 가장한 이 범죄조직 수괴들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드러났는데요. 혹시 이 사기꾼들이 태국 정치권력의 비호를 받고 있었던 걸까요. 사건이 정치 스캔들로 번질 조짐입니다.
*이 기사는 12월 1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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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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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환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김에 같이 여러 기사 읽어봤음 좋겟어서 꾸준히 가져오려함ㅎㅎ
다만, 기사작성일자와 내가 스크랩한날짜가 다를수있다는거 유의해주고,
모든 기사논조에 동의해서 가져오는 거 아니란거 알아쥬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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