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은
송창현 사장이 결국 현대차그룹과 포티투닷을 떠났습니다. 형식은 자진 사임이지만, 그가 남긴 5년의 흔적을 돌아보면 이 선택이 얼마나 필연적이었는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술 리더십의 부재, 전략적 판단 미흡, 그리고 무엇보다 책임 회피에 가까운 행보까지. 이 모든 것의 총합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코드42(포티투닷 전신) 투자로 시작된 정의선 회장과 송창현의 파트너십. 시작부터 우려가 많았습니다. 실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단순한 시행착오가 아니라, 구조적 무능과 관리 부재에 가까웠습니다.
방향은 있었지만 방법이 없었고, 구호는 있었지만 결과가 없었습니다. 송창현은 구조적 갈등을 조정하지 못했고, 기술적 병목을 해결하지 못했고, 실행 가능한 로드맵도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현대차의 미래 전략은 5년 동안 사실상 공백 상태에 놓였습니다.
경영실적 데이터를 보면 현실은 더 분명합니다. 포티투닷 매출은 2023년 340억여원에서 2024년 173억여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영업손실은 1737억여원까지 확대됐고, 누적 결손금은 5590억원에 달합니다. 현대차그룹 전체로 투입된 자금 규모가 1조5000억원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 대비 성과는 매우 부족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책임감의 결여였습니다. 남양과 판교의 충돌은 결국 방치됐고, 조직 간 장벽은 높아지기만 했습니다. 포티투닷 중심의 폐쇄적 구조는 내부 역량이 흩어지고 중복되도록 만들었고, 결국 양쪽 모두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시간 동안 글로벌 경쟁사들은 실제 제품을 내놓았고, 소비자들은 이미 다른 기준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SDV와 자율주행은 계획이 아니라 실행의 영역입니다. 꾸준한 반복과 검증을 통해 기술이 쌓여야 하는데, 지난 몇 년 동안 현대차는 이 부분에서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내부적으로도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계속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입니다.
FSD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비교의 기준이 실제 도로 위에 생겼습니다. 설명으로는 가릴 수 있었던 기술 차이가 현실에서는 그대로 드러났고, 이 격차를 더는 미룰 수 없게 됐습니다. 현대차가 지난 5년간 준비하지 못한 부분들이 한 번에 노출된 셈입니다.
승진 과정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이미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부회장 후보에서 제외됐고, 올해 역시 승진이 보류됐습니다. 조직 내부에서 평가가 이미 갈렸다는 의미입니다. 맡았던 프로젝트가 기대했던 결과를 제때 내놓지 못했기 때문에, 더 높은 책임을 맡기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사임을 선택했다는 점은 여러 신호가 쌓여 만들어진 결정으로 보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방향이 아니라 책임 구조였습니다. 큰 변화를 시도할 때 필요한 의사결정과 조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결과 프로젝트는 늦어지고 공백만 길어졌습니다. 결국 기술의 축적이 멈춘 시간이 현대차에 그대로 부담으로 남게 됐습니다.
이제 현대차가 해야 할 일은 실행 가능한 구조를 새로 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부 인재를 확보하거나 팀 단위로 영입하는 방식, 필요한 기능을 가진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 글로벌 테크기업과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 모두가 현실적 선택지입니다.
SDV R&D를 두고 포티투닷과 갈등이 컸던 현대오토에버에 대한 지원도 좋은 대안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와 축적을 동시에 만들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일입니다.
이번 사임은 하나의 종결이라기보다, 지난 5년의 공백을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그 공백이 만들어낸 무게는 앞으로 몇 년 동안 현대차가 감당해야 할 과제가 될 것입니다. 기술과 시장은 기다리지 않기 때문에 선택의 속도가 중요해졌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나은 설명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결과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제부터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현대차가 다시 시작점에서 무엇을 선택하는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P.S. 테슬라는 이제 한국 시장에도 FSD를 출시했습니다. 웨이모는 이미 도시 단위에서 완전 무인 운영을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 업체들은 NOA를 기본 옵션처럼 올리고 있습니다. 영국의 웨이브(Wayve)는 E2E 모델 하나로 낯선 도시에서도 주행을 이어가며 기술의 방향이 어디로 가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송창현 사임은 끝이 아니라, 지난 5년의 무게를 드러낸 사건입니다.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포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언제나처럼 빠르게 따라잡아 현대만의 방식을 찾아내길 기원합니다.
P.S.2. 송창현의 행적에 대해서는 정의선 회장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5년 간 믿음을 준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주변의 충언을 외면 혹은 무시했다는 것도 어느정도 알려진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거기엔 수많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회장이자 총수로서 회사를 위한 결정을 해야 할 의무가 우선이 됐어야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avp2UV4-Y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