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마다 다른 세금
美 AT&T 자회사 주식 과세놓고 해석 제각각
삼성·NH·신한, 15.4% 세금 떼..키움 등은 사실상 징수안해
뿔난 투자자들, 청와대 청원·유권해석 요청..사태 일파만파
국내 개인들이 미국 최대 통신회사 AT&T에 투자했다가 이 회사의 자회사가 다른 기업과 합병하면서 받게 된 주식의 과세 문제 때문에 대혼란에 빠졌다. 증권사마다 새로 받은 주식을 배당으로 봐야 할지 다르게 해석하면서 저마다 다른 세금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국세청에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AT&T 투자자들은 지난달 14~15일 AT&T 1주에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라는 신설 상장 주식 0.24주를 받았다. AT&T가 지난달 8일 비상장 미디어 자회사인 워너미디어스핀코를 디스커버리와 합병해 받게 된 주식이다.
투자자들은 배당기준일(지난달 5일) 이후 스핀코 주식을 받았다. 이어 지난달 8일 스핀코가 디스커버리와 합병하자 1 대 1 교환 비율로 WBD 주식을 받았다. 지난달 8일 국내 AT&T 투자액은 2억3975만달러에 달한다. AT&T 주식을 보유한 ‘서학개미’는 최소 50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WBD 주식 입고 과정에서 증권사마다 다른 세금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삼성증권·NH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는 WBD 시가(24.07달러)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원천징수했다. AT&T 1000주를 보유한 투자자는 세금 890달러(약 110만원)를 냈다. 이들 증권사는 법률 자문을 통해 투자자들이 며칠이지만 AT&T에서 스핀코 주식을 무상으로 받은 것은 현물배당에 해당한다고 봤다.
반면 미래에셋·키움·한국투자증권은 WBD 액면가(0.0056달러)의 15.4%를 세금으로 징수했다. 사실상 0원이다. 해외 주식의 주식 배당은 ‘배당 주식 수×액면가액’으로 배당소득을 산정한다는 논리였다.
대신 등 일부 증권사는 아예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스핀코와 디스커버리 합병 직후 권리락으로 AT&T 주가가 22% 급락해 WBD 주식 취득에 따른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배당수익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 증권사마다 제각각 다른 세금을 부과하자 투자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투자자 민원이 쏟아지자 금융·과세당국도 이번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학개미 300만 시대…해외주식 과세 가이드라인도 없었다
수백만원 vs 0원…같은 美주식, 세금은 증권사마다 달라
증권사들이 미국 통신사 AT&T의 자회사 주식에 대해 서로 다른 세금을 적용한 것을 놓고 업계와 투자자들이 큰 혼란에 빠졌지만 이번 혼란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안 자체가 워낙 복잡하고 전례를 찾기 힘든 만큼 투자자와 증권사들이 국세청에 요청한 유권해석이 나오려면 길게는 6개월 넘게 걸릴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작년 300만 명에 달하던 서학개미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증권업계와 기획재정부·국세청 등 세정당국은 지금이라도 조속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해외주식 과세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궁에 빠진 해외주식 과세 문제
이번 사태를 두고 투자자들의 비난은 삼성증권·NH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로 우선 향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는 떼지 않은 세금을 부과해서다. 이번 AT&T 자회사와 디스커버리 합병 과정에서 미국 현지에서도 과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왜 이들 세 증권사의 한국 고객만 세금을 내야 하느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법무법인 등의 자문을 받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T&T가 합병 전에 ‘워너미디어 스핀코’라는 비상장 주식을 주주들에게 무상으로 지급한 것은 단순 분할이 아닌, 현물배당으로 봐야 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내 조세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들 증권사의 판단에 동의하는 의견이 많다. 한 법무법인 소속 회계사 A씨는 “AT&T 주식 수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별도 법인인 스핀코 주식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단순 분할로 보기 어렵다”며 “미국 현지에서 과세를 안 했다고 해도 국내 세법상 과세 대상이라면 세금을 부과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국세청의 유권해석이 나와야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NH·신한 3사는 최근 법무법인을 통해 국세청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일부 개인투자자도 국세청에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주식 지급과 분할, 합병이 연달아 일어나는 등 기존 사례와 다른 점이 많아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일 국세청에서 ‘(삼성·NH·신한 3사처럼) 시가로 배당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맞다’는 해석이 나올 경우 다른 증권사들도 동일하게 원천징수를 해야 한다. 반대로 ‘액면가로 배당소득세를 부과하거나 세금을 아예 매기지 않는 게 맞다’는 해석이 나오면 삼성·NH·신한 3사는 투자자에게 원금과 가산이자(연 1.2%)를 더해 환급해야 한다. 다만 이 경우 투자자는 나중에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 주식을 매도할 때 취득가액을 0.0056달러로 산정하고 차익만큼 양도소득세를 내야 할 수 있다.
-중략
증권업계는 과세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국세청이나 한국예탁결제원에서 해외주식에 대한 과세를 안내하면 좋겠지만 두 기관 모두 본인들의 역할이 아니라고 발을 떼고 있다”며 “해외주식이 증권사에 입고되는 즉시 과세 방식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국세청에 질의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나라마다 조세정책이나 증권시장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어렵다는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은 이미 발생한 일에 대해 유권해석을 줄 수밖에 없다”며 “모든 사례가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원천징수의무자인 증권사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s://news.v.daum.net/v/20220504172804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