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의 '쪼개기 상장'을 두고 논란이 인다. 미국·일본 등 해외에서는 자회사 중복 상장이 없거나 줄이는 추세인 만큼 글로벌 증시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과도한 자회사 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심화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가운데 상장회사가 2개 이상인 집단에 속한 상장사는 208개에 달했다. 국내 상장사 전체(2457개)의 8.47%에 이르는 규모다.
최근 IPO(기업공개) 시장은 역대급으로 뜨거웠다. 상장 열기의 중심에는 대기업 계열사의 줄지은 상장이 있다.
SK그룹은 지난해와 올해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을 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시켰고, 카카오그룹은 카카오게임즈·카카오뱅크에 이어 카카오페이가 상장을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모빌리티 등도 증시에 입성한다. 이외 현대중공업·LG에너지솔루션·쓱닷컴 등 대기업 계열사도 상장을 준비 중이다.
해당 수치는 자회사의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 등을 대상으로 한 만큼 앞서 언급한 국내 기업 수치(8.47%)와 직접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이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만큼 전체 상장사로 확대한다면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눈여겨볼 점은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오히려 모자회사 중복상장을 줄이는 추세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이다. 지난해 9월 일본 최대 통신회사 NTT는 이동통신 회사인 NTT도코모를 44조원을 투입해 완전 자회사한 뒤 상장폐지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해 2019년 11월 상장 자회사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서기도 했다. 상장 자회사를 복수 보유하는 상장사는 상장 자회사의 보유 의의를 자회사별로 기재하도록 했다.
미국은 모회사인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 80~100%를 보유하고 자회사를 비상장으로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5년 구글은 지주사인 알파벳을 설립하면서 알파벳의 100% 자회사가 됐다. 당시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던 구글 주식은 알파벳 주식으로 대체됐다.
유독 국내 증시에서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지주회사 체제가 온전히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대기업들이 상장되고 난 뒤인 1999년에야 지주회사 설립이 허용됐다. 1997년 외환 위기를 계기로 부실 기업 정리·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지주회사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잡한 대기업들의 지분 관계로 인해 지주회사 설립 후에도 소유 구조가 단순화되지 못했다. 다수의 계열사들이 이미 상장된 상태에서 지주회사까지 신규 상장되면서 '더블 카운트(중복 계산)'가 지적됐다.
모·자회사 동시 상장은 결국 대기업의 승계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최대주주의 지분율 희석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현오 서스틴베스트 책임투자전략팀장은 "순환출자로 지배력을 공고히 해오던 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 도입으로 어려워지면서 나타난 대안 중 하나가 자회사 상장"이라며 "불투명한 지배구조 체제가 지속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로 이어질 것"고 지적했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국내에 국한된 자회사 상장 이슈는 지분율 희석을 꺼려하는 지배주주와 승계 이슈, 자금 조달 수요, 증권사들의 이해관계 등이 맞물린 결과"라며 "주주 및 기관투자자들의 꾸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ttps://news.v.daum.net/v/2021090406420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