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황혼 전쟁'의 잔영 시절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군요. 그때의 인류는 지금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태초의 지성체(智种)들은 아직 젊은 항성들 사이를 누비며, 죽어간 은하의 나선팔로 무기를 만들었죠——그것은 앰버로드(클리포트)께서 내리신 선물이자, 그들은 대군을 이루어 고대 수인/고수(古兽)들과 맞서 싸웠습니다.
우로보로스가 바로 그 거대한 적 중 하나였습니다. 녀석은 성전을 삼키고, 시간을 집어삼키며, 자신에게 몰려드는 사소한 적들을 모조리 먹어 치웠지만, 그 기아는 조금도 채워지지 않았죠.
한 줄기 승기를 거머쥐기 위해, 저는 녀석의 입속으로 돌진해 어떠한 '무언가'를 도둑질해 나왔습니다. 녀석은 포효하고 닥치는 대로 삼켜대며, 저를 집요하게 추격해 왔습니다.
당신도 들어본 적이 있겠죠? 누군가가 '나무'의 정상에 올랐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 그 신화의 결말을.
당신에게 용서를 구하지는 않겠습니다. 분노든, 의구심이든, 실현될 수 없는 모든 소원과 마찬가지로 내가 전부 받아들이죠.
이것이 바로 '환락(Aha)'입니다——우주가 당신에게 족쇄를 채우려 한다면, 당신은 그 족쇄를 차고 춤을 추며 심지어 그것을 반주 삼아 무대를 완성해 내는 법이죠.
나누크(파멸)는 우주를 엎어버리고 싶어 하지만 앰버로드(클리포트/보존)는 '안 돼'라고 말하고, 양철통 머리(누스/지식)는 세상의 모든 의문을 풀고 싶어 하지만 미토스(신비)는 '어림없지'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의 가슴에 새겨진 그 흉터가 보이나요?
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들은 전부 루머일 뿐이죠.
{파멸}나누크{/파멸}의 약점은 다름 아닌 그 자신입니다. 자신의 무력함을 한탄하고, 그릇된 길로 들어서 자포자기하며 모든 것을 저버렸음에도,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는 사실 그 자체죠.
이것이야말로 '파멸'의 본질입니다. 그의 분노는 뭇별을 향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신과 주변의 모든 존재를 향해 있죠.
당신은 이 점을 이용해 나누크의 사도, 심지어 그 본인을 무너뜨릴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제2의 나누크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어요.
그러니 저는 다른 방법을 더 추천하고 싶군요. 사랑, 희망, 그리고 용기를 믿는 것 말입니다.
아마도 아하의 대사로 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