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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GQ] 오메가와 함께한 ‘스테이지 파이터’ 무용수 4인 화보 및 인터뷰 공개 (최호종, 강경호, 김혜현,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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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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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gqkorea.co.kr/?p=310773

 

최호종한국무용

화이트 크롭트 재킷, 화이트 시스루 후디 드레스, 모두 릭 오웬스. 블루 데님 쇼츠는 에디터의 것.

GQ <스테이지 파이터> 우승 축하드립니다.
HJ 아이, 감사합니다.(합장 인사)
GQ 합장 인사 궁금했어요.(웃음) 이 시그니처 인사는 어디에서 온 거예요?
HJ 합장은 유래가 깊은데, 흐흥, 제가 국립무용단에 최연소로 들어갔을 때 선배님들과 여섯 살, 열 살 넘게 차이가 났어요. 어떻게 보면 한국무용 단체라는 곳이 예법이 잘 갖춰져야 하는 현장일 텐데 목례만으로는 제가 부족했나 봐요. 그런데 제가 좀 소극적이다 보니 인사할 때 도리어 극대화된 제스처가 나왔어요. 극강의 감사를 표현하고자 자연스럽게 손까지 올리게 됐습니다.
GQ 깊은 유래가 있었군요.
HJ 저도 방송에 나오는 저를 보고 내가 손을 저렇게 많이 쓰는구나, 합장을 저렇게 많이 하는구나, 그때 알았습니다. 쟤 왜 저러지···, 혼자 그랬어요.(웃음)
HJ 방송 끝나고 혼자만의 시간 좀 가졌나요? 잠수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HJ 아직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본 하루는 없었습니다.
GQ 평소 그런 시간이 필요한 타입인가 봐요.
HJ 네. 혼자 있을 때 재충전을 많이 하기도 하고 연습, 소위 말해 수련의 시간을 갖는 걸 좋아하고요. 자기계발 목표로도 하지만 춤추면서 즐기는 시간으로.
GQ <스테이지 파이터>가 서바이벌 경쟁 프로그램이기도 했지만 무대는 본래 한정적이니 무용수의 일상은 늘 경쟁이려나 싶기도 해요. 그러한가요?
HJ 경쟁은 당연히. 아무래도 주역으로 설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고 아름다운 미적 가치관을 뽐내는 경쟁의 장이 늘상 도처에 있기 때문에, 선의의 경쟁이든 속으로 나쁜 마음을 먹는 경쟁이든 경쟁은 늘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그런 경쟁 의식 때문에 열등감에 굉장히 많이 시달렸던 적도 있고.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 일도 있는 반면 서로 좋은 시너지를 내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계기로도 잘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경쟁은.
GQ 그 열등감이 그렇잖아도 궁금했어요. “무용수의 무용수”라고 불리는 사람의 열등감은 어째서일까. 그에 앞서 무용수 최호종 이전에 연극배우 최호종이 있었죠? 고등학생 때 연극부에서 무용수로 전향하라는 추천을 받았다고요.
HJ 연극을 시작한 계기는 자발적이었다기보다 약간의 사회적인 치유 목적···? 조금 많이 꿈도 없고 냉소적이기도 하고 무기력한 아이였어요. 부모님은 저의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자극점이라도 찾기 위해 연극 무대를 한번 경험시켜 보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러시아 유학파 선생님들이 운영하는 극단의 오디션 캠프에 갔는데, 연출가님이 치유가 필요할 것 같다며 뽑으셨어요.
GQ 연극 권유에는 그래도 냉소적이지 않았나 보네요?
HJ 일단 시키는 건 하는 편이었습니다.(웃음) 오디션 때는 막상 반항적으로 아무것도 안 했어요. 예를 들어 소품 하나를 택해서 즉흥 상황극을 하거나, 가면을 만들어 그 가면의 감정에 대해 서술하기 같은 미션이 많았는데.
GQ 사회화가 필요한 친구라고 보였을 법하군요.
HJ 그렇죠. 어떤 면이 연출가님의 마음을 자극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극단이 후진을 양성하는 목적에 재능 있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이례적으로 그런, 극복하고 치유하는 인물도 필요하다고 판단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출가님께서 저를 잘 이끌어주셨어요. 무대가 어떤 곳인지 몸으로 새기게 해주셨고요. 무대를 통해서 내가 나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로 존재함으로써 느끼는 자유, 무대에서 좀 더 진솔할 수 있고 나를 벗어남으로써 거듭나게 되는 성찰적인 면들이 저한테 좋게 작용했어요.
GQ 무용에 대한 제안을 받은 건 어떤 연유예요?
HJ 어떤 연극 작품에 춤을 추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어설프지만 즐겁게 춤을 추는 모습을 연출가님이 보시고 무용에 대한 비전을 더 뚜렷하게 느끼신 것 같아요. “네가 연극을 20년 하면 빛을 겨우 요만큼 볼 거 무용은 10년 하면 이만큼 볼 거다”라고 하셨고, “네, 알겠습니다” 하고 바로 전향했죠.
GQ 바로 응할 만큼 호종 씨 역시 춤이 즐거웠나요?
HJ 춤에 대한 강렬한, 빌리 엘리어트 같은 찌릿함을 느낀 건 그 이후 같아요. 춤을 직면했을 때는 그냥 어렵다···, 어려웠어요. 잘 모르기도 했어요.
GQ 그때가 열아홉이었죠. 무용수치고는 늦은 시작이라고요?
HJ 네. 신체적으로도 그렇고, 예시를 들자면 대학교에 막 입학해서 수업을 하는데 저만 모르고 다들 아는 기본기가 공유돼 있는 거죠. 왜냐하면 그들은 고등학교에서 이미 배워왔기 때문에. 선생님이 다른 애들을 평가하는 기준은 동작을 얼마나 잘 수행했고, 얼마나 그 사람답게 췄는지, 굉장히 여러 가지라면 저한테는 “얘는 순서만 외워도 A+”라고, 그게 기준이었어요. 그렇게 해서 A+를 받았습니다. 근데 행복하지는 않았어요. 저한테 보내는 동정이 오히려 처참하게 느껴졌어요. “너 이 ‘감기’ 동작이 안 돼”라고 하면 거울 앞에서 몇 시간 동안 계속 그 동작만 (부드럽게 손목 감는 동작을 하며) 반복한 적도 있어요. 이게 맞는지 틀리는지 저를 잡고 봐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난 알고 싶고,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나으니. 그냥 나아지겠지 하며 맹목적으로 했어요.
GQ 그때가 그때인가요? 더 이상 수분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춤을 췄다던.
HJ 그런 것들이 극에 달해서 어느 날 ‘내가 지금 춤을 춰야겠다’라고, 지금 당장 연습실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춤을 춰봐야겠다고 결심한 게, 네. 대여섯 시간 동안 일말의 쉼도 없이 즉흥(안무)을 했던. 가학적인 수련이었죠. 그게 정점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고통스럽지만 ‘러너스 하이’라고 러닝하는 사람들이 극강으로 뛰면 굉장히 몰입하게 되는 지점에 가잖아요. 그때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힘든 게 무색할 만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춤을 추면서 내가 왜 춤을 추고 있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춤을 춰야 될까? 여러 질문들이 스쳐 지나갔고, 그러다 내가 누군가와 비교한다는 걸 깨닫고 나서 춤이 확 바뀌었어요. 내가 행복한 춤을 추고, 자유롭게 춤을 추고, 행복을 느끼기 위해 춤을 춰야 한다고. 그렇게 마인드가 바뀌고 오히려 인정받게 되는 순간들을 맞닥뜨리면서 열등감을 확 극복하게 된 것 같아요. 그날을 기점으로.
GQ 시기상으로 언제쯤인지 기억해요?
HJ 대학교 3학년 11월에서 12월쯤. 마지막으로 나간 콩쿠르 준비 목전에 그러한 수련을 했습니다.
GQ 마지막 콩쿠르가 혹시 도깨비 이야기로 금상 수상한 동아무용콩쿠르예요?
HJ 네, 맞아요. 정말 행복하게 춤을 춘.
GQ 완전히 몰입한 춤이란 저러하구나, 그 행복한 기운이 정말 느껴졌거든요.
HJ (합장 인사)아주 행복했던, 유의미한 시간이었습니다.
GQ 당시 그 기점에서 든 생각 중 여전히 최호종을 지지해주는 것이 있다면요?
HJ 그때 겪은 것은 고스란히 지금의 저한테 있고, 한편으로는 벗어던짐으로써 탈피하려고도 합니다. 내가 그대로 결정화돼서 이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건 두려워요.
GQ 내가 행복하게 춤을 춰야 한다는 생각은요?
HJ 그건 여전히, 네.
GQ 누군가에게 춤을 가르칠 때 선생 최호종은 무엇을 중요시하나요?
HJ 가르치는 데 소질은 없는데, 흐흥···, 자세. 무대에 설 때의 자세, 관객과의 관계, 그런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춤을 잘 추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대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내가 이 무대에 어떻게 설 건지, 무대에 대한 관계를 끊임없이 성찰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예요. 무대는 두려워해야 하는 곳이죠, 내가 그냥 마음 놓고 올라가는 곳이 아니라. 끊임없이 어려운 곳이고 힘든 곳이어야 해요. 늘 춥고 차가운 곳이지만,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아주 든든한 동료가 될 수도 있다고 여겨요.
GQ 그 무대에 오르는 최호종이라는 무용수는 지금 행복한가요?
HJ 행복, 합니다. 행복하지 못할, 제가 감당하지 못할 해프닝들을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지금은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GQ 행복이 뭐예요?
HJ 잘 거듭나고, 잘 느끼고, 충만해지는 것. 지금의 제게는 그게 행복 같아요.

강경호발레

핑크 슬리브리스 톱 가격 미정, 꾸레쥬. 핑크 데님 팬츠 1백20만원대, 팜엔젤스. 그래픽 햇 6만5천원, 웨스켄.

GQ 발레 슈즈를 늘 가지고 다니나요? 아까 필요한 상황에서 금세 준비되길래요.
GH 네, 맞아요. 늘 가방에 있어요. 빼기 귀찮아서.(웃음)
GQ 그 신발을 처음 신은 순간을 기억하나요?
GH 기억나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신었어요. 여동생이 먼저 발레를 시작해서 아버지가 여동생 통해서 어떤 공연을 보고 오셨는데 거기 나오는 남자 무용수가 되게 멋있었나 봐요. 그래서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말씀하셔서, 또 그때 저는 아버지 말씀을 잘 듣던 시기여서 군말 없이 “한번 해보겠습니다” 하고 시작한 게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그런데 원래 그전부터 춤추고 이런 거 좋아했어요. 춤뿐만이 아니라 예술 쪽에 관심이 많았어서 재밌었어요.
GQ 발레 학원에 가면 제일 처음 무엇을 배우나요?
GH 일단 기본기를 배우는데, 그냥 그 안에 던져져서 막 따라 했던 것 같아요.
GQ 예를 들면 발끝으로 서는 것도요?
GH 네. 엄밀히 말하면 남자는 까치발로 서는데, 그건 어렵지는 않으니까.
GQ 어려운 게 아닌가요?
GH 중심 잡는 건 어렵지만 시도라도 해보는 건 어려운 게 아니니까. 그래서 그냥 막 따라 했어요. 잘 안 되지만. 발레는 엄청나게 오랜 시간을 들여서 연습하며 꾸준히 자기를 계속 갈고 닦아야 하는 무용이에요. 그런 측면에서, 처음에는 처음이라서 실력이 쭉쭉쭉 늘잖아요. 하루하루 내가 가꿔지는 매력에 빠져서 지금까지 하게 됐어요.
GQ <스테이지 파이터> 방송 초반에 스스로에게 표현력, 테크닉, 안무 창작 영역에서 별을 세 개씩 줬어요. 지금 다시 매겨본다면요?
GH 똑같이 세 개.
GQ 세 개를 줬던 이유와 지금도 세 개인 이유는?
GH 저를 완벽한 사람으로 치부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나도 잘 보이고, 또 그렇다고 별을 한 개 주기에는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서. 내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저도 저 나름대로의 프라이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찌 됐든 춤이라는 건 나를 뽐내기 위해서, 나를 예쁘게 가꾸기 위해서,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무용인데 나를 너무 작게만 만들면 그게 춤으로도 그렇게 표현된다고 생각해서, 딱 그 중간에서 조율을 해서 세 개로 하겠습니다.
GQ 플로어 Floor라고 하죠. 하체를 더 많이 활용하고 바닥 위주에서의 안무. 반면 발레는 위로 곧게 뻗는 게 기본이죠. 처음 접해보는 플로어 안무를 경호 씨가 곧잘 따라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GH 사실 금방 잘 따라 한 건 아니고 엄청 어려웠어요. 제가 제 입으로 그런 말을 했잖아요. 발레과 애들은 머리가 엉덩이 밑으로 내려가면 완전 젬병이다. 그렇게 얘기했지만 어찌 됐든 ‘스테파’라는 프로에 나왔고, 내가 발레라는 무용만 보여줄 수는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발레과라서, 발레리노라서, ‘뭐뭐라서’라는 말이, 물론 내가 뱉었지만 그렇게 보여지기 싫었어요. 그리고 그 플로어 동작에 엄청 긴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아니고 몇십 초만 하면 돼요. 내가 몇 시간 연습해서 이거 하나 못 할까 하는 마음으로 그냥 계속 연습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멍 엄청 들고, 부어서 골반에 엉덩이가 하나 더 생기고. 근데 하니까 되긴 되더라고요.
GQ 본인의 한계가 늘어난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하겠어요. 내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몰랐던 영역에서까지 한번 해봤고 배운 거잖아요.
GH 그렇죠. 그런데 한계가 늘어났다기보다는 가늠하게 된 계기 같아요. 아직 제 한계까지 부딪혔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냥 ‘아, 내가 이 정도까지는 그래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가늠했던 순간들 같아요.
GQ 경호 씨에게 춤을 잘 춘다는 표현을 대신하는 극찬은 뭐예요?
GH 부럽다. 아니면 난놈이다.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걸 부끄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저 사람을 부러워하면 내가 위축되고 뒤떨어지는 것 같은 부끄러운 감정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너무 당연한 거거든요. 그게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특히 저희 같은 직업들, 춤이나 자기를 항상 갈고 닦아야 하는, 나를 계속 들여다봐야 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감정을 꼭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부럽다. ‘부러우니까 나도 저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니까. 되든 안 되든 시도라도 하면 다른 무언가가 나올 수도 있는 거고.
GQ 지금의 강경호가 부러운 것은요?
GH 아유, 엄청 많죠. 일단 저기 계시는 호종이 형도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사는 무용수잖아요. 너무나도 완성도 있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움직임을 구사하니까. 같은 전공에서는 ‘스테파’에 나왔던 (정)성욱이 형. 제 신체가 발레를 하기에 적합한 구조는 아니에요. 키가 작은 편이고, 다리가 두꺼운 편이고, 빼어난 라인을 타고나질 않아서. 그런 측면에서 성욱이 형이 가지고 태어난 셰이프가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GQ 스스로에게 너무 혹독한 거 아니에요?
GH 그만큼 저를 알려고 하는 거죠. 계속 나를 알아가려고. 내가 부족한 점을 알아야 고칠 수 있으니까. 어떤 사람이 나보다 뛰어난 걸 내가 알아야 기준치를 정하고 그걸 더 넘어서기 위해서 무언가를 할 테니까. 그 사람의 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어요. 그 사람과 나의 인생이 다르듯이 그 사람의 춤과 제 춤의 역사는 다르기 때문에. 그 사람이 구사하는 움직임을 내 것으로 온전히 가져올 수는 없지만, 그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다른 새로운 움직임을 구축한다, 아니면 그의 몸 쓰임새는 이러한데 내 신체 구조는 이러하니까 다른 방향으로 춤을 춰야지, 그런 식으로 제 것으로 만들려고 해요.
GQ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유튜브 채널 덕분에 경호 씨의 어릴 때 무대도 볼 수 있었어요. 왜 눈을 질끈 감아요?(웃음)
GH 저는 제 SNS 계정에 제 발레 영상을 거의 올리지 않았어요. 더군다나 클래식 발레는 지금은 올라가 있는 게 아예 없고. 왜냐면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이 보이고, 너무 부끄러우니까. 근데 아버지는 적나라하게 다 올리시잖아요.(웃음) 그래서 눈을 질끈 감았어요. 부끄러우니까.
GQ 채널명은 ‘아빠의 소중한 꿈’이죠. 경호의 소중한 꿈은 뭐예요?
GH 제 꿈? 그냥 평안하게 사는 거.
GQ 평안하게 산다는 게 뭘까?
GH 크고 작은 어떠한 불행은 당연히 존재하겠죠. 불행은 어쩔 수 없이 존재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행복도 같이 따라오는, 그냥 평범하면서도 편안한, 그런 삶을 살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GQ 강경호라는 사람은 계속 춤을 추고 싶나요?
GH 이제 와서는 춤을 추고 싶다가 아니라 계속 추게 되는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춤과 나는, 내가 행여나 다른 직업을 가지더라도, 내가 혼자 있을 때 흐물흐물 살랑살랑 움직여본다든지, 아니면 의도치 않게 여기 물병을 떨어뜨려서 그걸 잡으려고 역동적으로 딱 움직였는데 ‘어? 이 무브먼트 좀 괜찮은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게 춤이잖아요. 내가 움직이는 것이 곧 춤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서, 그냥 춤을 계속 추게 되는 거 같아요. 뜬금없는 말이지만, 지금 제 시야에 들어온 저 많은 사람의 움직임들이 저기가 무대라고 생각하고 그게 춤이라고 생각한다면 춤이 되는 거잖아요. 춤이라는 게 진짜 그런 거예요. 꼭 음악에 맞춰서 정해진 춤을 춰야 춤이 아니라 그냥 저 사람이 춤을 추는구나 생각하면 그게 춤이 된다고 저는 생각해요.
GQ 춤을 출 때의 강경호는 평안한가요?
GH 음···, 너무 많은 감정이 들어서 하나라고 정의하기가 어려운데, 평안할 때도 있죠. 마냥 평안하고 마냥 행복할 때도 있고, 마냥 불안하고 마냥 긴장될 때도 있는데···, 평안한가? 그래도 평안한 축에 속하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니까. 내가 선택했고 내가 지금까지 하는 데는, 군말 없이 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거니까. 저는 남들처럼 거창한 계획이나 엄청난 꿈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저는 항상 무언가에 던져지고, 던져진 그 환경에서 계속 충실히 이행할 뿐이에요. 근데 저는 그런 삶이 되게 재밌거든요? 그렇게 하다 보면 계속 새로운 게 보이고, 계속 어떠한 순간들이 제게 찾아온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믿어요. 2024년도 그래 왔고. 2025년에는 조금 더 찬란한 순간들이 제게 찾아오길 바라요. 그리고 제 춤으로, 저희들의 무대로, 저희들의 모습들로, 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도 그런 순간을, 그런 찬란함을 느끼기를 바라요.

김혜현현대무용

슬리브리스 톱 22만원, 영앤생. 화이트 칼라 가격 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GQ 무용수 김혜현이 정의하는 현대무용이란 무엇인가요?
HH 정답 없는 움직임. 개인적인 생각인데 모든 움직임은 현대무용이라 할 수 있고 정답이 없다는 게 매력 같습니다. 정확한 동작을 수행해야 하는 발레의 경우 아름다움의 기준이 있다면 현대무용은 취향 차이 같아요. 내가 추고 싶은 춤을 추면 되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해도 되고. 그런 매력에 빠졌습니다.
GQ 바꿔 말하면 답이 없는 문제를 좇는 일이기에 오히려 헤매게 되지는 않나요?
HH 그래서 춤을 출 때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긴 해요. 내가 추는 춤을 보고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내가 왜 이런 움직임을 해야 하는지, 내가 왜 이런 동작을 넣었는지 저만의 이유를 찾고, 그 이유를 찾았으면 그냥 확신을 가지고 움직이려고 해요.
GQ 어린 시절을 아프리카에서 보냈다고 알아요.
HH 아버지가 유학원을 운영하셔서 세 살 때부터 열한 살까지 가족 다 같이 아프리카에서 살았어요. 그래서 어릴 때 기억을 떠올리면 아프리카밖에 없어요. 친구들이랑 맨날 축구하고 수영하고, 활동적인 건 다 했던 것 같아요.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밤에 엄마랑 마지막으로 집 앞에서 아주 많은 별을 본 기억이 나요. 별들이 엄청 많던 그 하늘이 저한테 당연했는데 한국에 돌아오니까 별도 별로 없고. 내가 아무나 하지 못하는 그런 경험을 하고 왔구나 느꼈어요.
GQ 자연적이고 자유로웠던 그 경험이 현대무용으로 이끌었으려나요.
HH 그렇다는 걸 저도 최근에 부모님이 말씀해주셔서 알았어요. 그때 아프리카에서 방과 후 힙합 같은 춤 동아리에 짧게 든 적이 있는데, 부모님이 그때 보시고 춤추는 걸 재미있어한다,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셨다고 이번에 말씀하시더라고요. 열일곱 살 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부모님이 춤을 춰보는 게 어떻겠냐고 추천하셨을 때, 저는 춤을 한 번도 춰본 적이 없고 잘 모르니까 절대 안 추겠다고 했어요. 그러다 수업 한번 들어보니 재미를 느껴서 시작했어요.
GQ 아까 ‘Moon’이라는 키워드를 보고 춤을 추었어요.
HH 네, 달에서 추면 어떤 춤을 출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움직여봤습니다.
GQ 바닥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던데. 뛰어오르기도 하고.
HH 붙어 있기도 하고 벗어나려고도 하고. 중력을 거스르는 움직임을 해봤어요.
GQ 노래도 직접 고른 거죠?
HH 네, 혁오의 ‘Help’라는 음악인데, 몽글몽글한 느낌을 줘서 선택했습니다.
GQ 중력을 거스르려던 몸짓과 ‘Help’라는 제목이 어울리네요.
HH 가사가 마음에 들었어요. 자유로워진다는 내용이어서 중력을 거슬러서 달에서 내가 추고 싶었던 춤을 추는 느낌으로 해봤어요. 흔히 현대무용이라 하면 생각나는 동작들은 너무 흔하니까 그 길에서 반대로 가볼까, 아니면 가다가 멈춰볼까, 예상치 못하게 가야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최대한 예상하지 못하게 움직이려고 해요.
GQ 최근 경연이나 촬영과는 상관없이 혜현 씨 스스로 재미있게, 즐겁게, 행복하게 춤을 춰본 적이 있나요?
HH 사실 ‘스테파’에서 초반에는 제가 진짜 추고 싶은 춤, 좋아하는 춤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어쨌든 경쟁해서 이겨야 하니까. 그동안 살면서 경쟁을 아예 안 한 건 아니지만, 이번 촬영처럼 이렇게 경쟁만 하는 건 또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더 테크닉적으로 많이 접근했고, 그게 조금 아쉬워서 마지막에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춤을 춰봐야겠다, 딱 한 번 그냥 진짜 좋아하는 춤을 춘 적이 있긴 해요. 지금은 유튜브에 공개됐을 거예요. 최종 20인 남았을 때 각자 솔로(안무)를 짰거든요. 1분 정도. 그 안무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GQ 어떤 이야기를 담은 몸짓이었어요?
HH ‘결국 모든 것은 사라진다’. 저는 주제를 선정할 때도 사람들이 보면 즉각적으로 재밌겠다 싶은 단순한 주제를 좋아하는데, 그래서 고민을 했는데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뭐 하나 정했다가도 계속 바꾸고 바꾸다가 어차피 다 사라질 텐데, 방송도 끝날 텐데, 그냥 내가 추고 싶은 게 뭘까 생각하다 ‘결국 모든 것은 사라진다’라고 정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형태들과 그 형태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최대한 담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작품이 1분밖에 안 되고 급하게 준비하기도 했기 때문에 더 길게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GQ 모든 것은 사라지는데 김혜현은 어째서 춤을 추나요?
HH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것은 질문이기도 해요. ‘모든 것이 사라지나?’라는 물음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그 답에 대해서는 아직 저도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춤을 추고 나면 춤은 사라지지만 한편으로는 새겨지기도 하는 거니까요.

김종철한국무용

실버 초커 가격 미정, 톰 우드. 화이트 티셔츠는 에디터의 것.

GQ 호흡이란 뭐예요? 한국무용에서 호흡의 학문적 정의와 김종철적 정의.
JC 발레가 중력을 거스르는 춤이라면, 한국무용은 그 중력을 타는 듯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무용은 발꿈치를 디디면서 단전에 호흡을 넣는다, 나무처럼 호흡을 발산한다고 선생님들께서 알려주셨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한국무용에서 호흡이 중요한 이유는 호흡을 통해 움직여서인 것 같아요. 각과 선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호흡을 통해 나오는 자연스러운 움직임, 유려한 느낌의 움직임. 폐랑 입에서 나오는 호흡도 호흡이 될 수는 있지만 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공기를 주입한다는 느낌이 맞는 것 같아요.
GQ 그 호흡에 어쩌다 빠졌어요?
JC 어머니가 한국무용을 하셨어요. 제가 미술도 해보고 악기도 해봤는데 앉아있는 걸 어려워해서(웃음), 그러면 무용을 시켜보자는 어머니 생각에 중학교 3학년 때 찾아간 게 한국무용 학원이었어요. 그때 학원 원장 선생님이 엄청 카리스마 있고 너무 존경스러워서 많이 따랐어요.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이걸 하니까 나도 잘하고 싶다, 이렇게 접근했어요.
GQ 재밌었어요?
JC 아니, 재미는 없었어요 처음에는. 그냥 어렵고 이게 맞나 싶고. 그리고 그냥 보기에는 잘 모르면 안 보이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이게 맞아?’ 항상 그 의문을 던지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한국무용을 좋아해서 계속한 것도 있지만 제 성격이 제가 잘하는 걸 했을 때 재밌어하는 사람이라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그래서 더 열심히 했어요.
GQ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심사를 맡은 정보경 안무가가 그랬죠. “종철 씨는 평발이에요. 춤을 못 춰야 하는데 너무 잘 춰요. 신기해요.”
JC 아버지가 평발이 심한데 형이랑 제가 아버지랑 발이 똑같이 생겼어요.
GQ 평발이면 춤추기가 힘들어요?
JC 춤을 추기도 힘들고, 중심 잡기가 힘들어서. 오래 추면 발이 잘 붓기도 하고요. 부전공으로 발레랑 현대무용을 배웠는데 그때 느꼈어요. 아, 이거 춤추기 진짜 힘든 발이구나. 한국무용은 어릴 때는 밸런스가 크게 필요한 움직임을 많이 배우지 않아서, 그때는 완전 기본적인 것들만 배우다 보니까 그에 대해 못 느꼈는데 발레나 현대무용은 ‘업’을 해야 되고, 막 다리를 들어야 되고, 그러면서 중심점이 무너지니까 그때 좀 느꼈어요. 그런데 다행히 발가락이 길어서. 그나마 발가락으로 지지가 잘돼요.
GQ 지금보다 더 어린 나이일 때는 콤플렉스로 느껴질 수도 있었겠어요.
JC 평발이어도, 뭐, 잘하는데. 1등 하는데. 이런 자신감이 좀 있었어요.(웃음)
GQ 이번 프로그램이 그랬듯 실제로 무용수의 삶은 항상 경쟁의 연속 같아요.
JC 그렇게 생각돼 무용을 하기가 싫어져서 그만두려고 했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인데 얘보다 잘해야 하는 상황들이 생기니까. 경쟁을 계속해야 하는 거예요. 회의감이 너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는 무용으로 돈을 벌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 같아요. 근데 어쩌다 보니까 한예종에 들어가고, 한예종에서도 좋은 소리를 듣고···, 이렇게 좀 흘러왔어요.
GQ 그럼 지금은 어때요? 여전히 경쟁이잖아요, 무대 안팎으로.
JC 이제는 어느 정도 내려놓은 것도 있는데, 저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거든요.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고, 연기도 하고 싶고, 춤도 추고 싶고, 뮤지컬도 하고 싶고, 그래서 다 밟아봐야 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GQ 표정이 풍성한 무용수라고 느꼈어요. 오디션 초반보다 후반으로 갈수록 더.
JC 그런가요? 인물에 대해 몰입하는 순간 움직여지는 게 춤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동작을 완벽하게 수행해야 된다기보다는 그냥 그 인물에 몰입하는 순간 움직여지는 게 춤이라고 생각하고, 그게 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기능적으로 잘하는 걸 따지지는 않거든요.
GQ 오늘 영상 촬영할 안무 키워드로 ‘Baby’를 뽑았어요. 베이비를 어떻게 춤으로, 몸으로 표현할지 궁금해요.
JC 즉흥으로, 즉흥으로 해보려고요. 그런데 베이비니까 순수했던 제 모습을 담고 싶어요. ‘스테파’ 때 이 곡으로 솔로 해야지 하고 골라놨다가 못 해서 아까웠던 좋아하는 노래가 있거든요. 독일 아티스트 노래인데 피아노와 보컬만 흘러요. 담백해요. 그 노래와도 어울릴 것 같고, 요즘 뭔가···, ‘이런 걸 슬럼프라고 하나, 사람들은?’ 싶은 생각을 갖고 있는데 베이비라는 단어를 보니까 순수했던 때로 돌아가자 싶었어요.
GQ 갑자기 공적인 일이 많아졌죠?
JC 네. 좀···, 껍데기 속이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오히려 거리를 두고 나의 무용이나 지나온 촬영들을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하는데도 그게 잘 안 되고, 춤을 출 때도 카타르시스가 잘 안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런데 이게 안 좋은 기분인 건 아니에요. 이로써 또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을까.
GQ 순수로 돌아간 베이비 모습을 모두 <지큐> 영상에서 감상해보는 걸로.
JC 네.(웃음) 본질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는 어쨌든 춤을 추는 사람이니까. 춤에 대한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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