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 ize 글 오가진(출판편집자)

내게는 거의 새것과 다름없는 알라디너스 노트가 네댓 권 있다. 시즌마다 신간 책 표지로 만드는 이 노트는 책을 받으면서 함께 받는 증정품으로, 이미 알라딘서점 이용자들 사이에서 ‘받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할 수 있는 것은 노트 선택일 뿐’인 스테디 아이템이다. 공짜라고 해서 얇은 커버에 싸구려 종이를 썼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몰스킨노트 라지 정도 크기에 코팅한 하드커버 양장, 만년다이어리처럼 두툼하고, 함부로 펼쳐지지 않게 밴드가 둘러져 있으며, 뒷커버 안쪽엔 포켓까지 있다. 커버가 가죽만 아닐 뿐이지 몰스킨 뺨친다. 우리 출판사 제작 담당자에게 이 노트를 보여주고 제작비가 얼마 정도 나오겠냐고 물어봤다. 그는 “이거 종이 값 빼고 제본비만 하나당 1천 원은 들었겠는데…”라고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증정품들도 마찬가지다. 사무실 책상의 북엔드 두 개도 알라딘에서 받은 것인데, 플라스틱도 아니고 튼튼한 철제다. 얼마 전에 받은 셜록 홈즈 북엔드는 책상에 올려두기만 했는데도, 홈즈와 함께하는 기분이 든다. 검은색 천에 S. 피츠제럴드의 이름이 박힌 화장품 파우치도 알라딘에서 준 것이다. 이쯤 되면 피츠제럴드 소설을 좋아하는지는 상관없다. 그 파우치가 제일 마음에 들었을 뿐이다. 알라딘에서 주는 에코백은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교정지 뭉치를 들고 다닐 때 쓸모가 있다는 핑계와 여름에 패션 아이템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로 쟁여둔 것이 여럿 된다. 아 참, 자취생인 내가 가장 즐겨 쓰는 아이템은 라면물 계량컵이다. 2012년에 받은 것인데 그때부터 라면 끓이는 스킬이 늘었다. 라면 냄비를 식탁에 올려놓을 때 아까운 책으로 받치지 말라고 알라딘에서 만들어준 것도 있다. 역시 책 표지를 이용한 냄비 받침대다. 뒷면이 코르크로 되어 있어서 뜨거운 열이 바닥에 전달되는 것을 방지하는 스마트한 아이템이다. 하지만 냄비 받침대는 하나면 충분할 텐데, 사람들은 굳이 여러 개씩 모으더라…. 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알라딘의 마음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딱딱한 책 베고 잠자지 말라고 책 모양으로 베개도 만들어줬다.

그러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굿즈는 장르소설을 사고 증정받은 유리컵들이다. 그것들은 크고, 투명하고, 아름답다. 첫 번째 컵은 필립 K. 딕이 소설 속에서 묘사한 특이 물질 ‘UBIK’을 모티프로 만든 것이다. 당시 이벤트 페이지에는 아주 진지하게 ‘이 컵에 액체를 담아 마시면 무엇이든 불멸의 음료 유빅으로 변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때부터 나는 알라딘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실상은 그러거나 말거나 엄청나게 흥분하며 이 증정 이벤트에 뛰어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번째는 소설 [비명을 찾아서]와 [1984]를 패러디한 것으로 ‘헤이세이 26년 세계사상경찰 경성지부 창설 30주년’이라는 문구가 멋진 디자인으로 박혀 있는 기념컵이다. 이 컵을 보자마자 나는 중얼거렸다. “저게 대체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가져야겠어.” 2015년 1/4분기 알라딘의 핫한 굿즈는 스티븐 킹의 [샤이닝]에 등장하는 유명한 ‘오버룩호텔 237호실’ 키홀더와 홈즈와 왓슨의 런던 거주지 ‘베이커가 221B’가 새겨진 키홀더였다. 스티븐 킹의 팬인 어느 소설가 선생님께 오버룩호텔 키홀더에 대해 전해드렸더니 당장 주문한다고 말씀하시더라. 유명 작가도 알라딘 굿즈의 매력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 외에도 클리어파일, 책갈피, 신년 달력까지 독자들로부터 “따로 굿즈샵을 만들라”는 원성을 들을 만큼 알라딘은 다양하고 퀄리티 있는 사은품을 만들고 내놓고 있다. 책 표지 디자인을 가져다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어떤 아이템을 좋아하는지, 책에서 굿즈로 살려낼 만한 물성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필사적으로. 사실 이 원고를 처음 구상할 때는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 때문에 할인이 아닌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온라인서점 알라딘의 고군분투에 대해서 쓰려고 했다. 요즘 굿즈가 많이, 자주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면 그것은 착각이 아니라는 사실도. 하지만 알라딘 굿즈에 현혹된 역사를 돌이켜보니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 선생님이 주문한 날에 키홀더는 일시 품절되었고, 담당 MD는 트위터에서 품절을 공지하기 바빴다. 아니, 누가 요즘 열쇠를 가지고 다닌다고 이 난리람? 내가 이렇게 비아냥거리는 이유는 키홀더 이벤트 오픈 바로 며칠 전에 책을 잔뜩 샀기 때문이다. 어차피 내 손에 키홀더가 들어오리란 것은 나도 알고 하늘도 알고 알라딘도 안다. 그러니까 MD님, 빨랑 재입고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글. 오가진(출판편집자)
교정. 김영진

내게는 거의 새것과 다름없는 알라디너스 노트가 네댓 권 있다. 시즌마다 신간 책 표지로 만드는 이 노트는 책을 받으면서 함께 받는 증정품으로, 이미 알라딘서점 이용자들 사이에서 ‘받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할 수 있는 것은 노트 선택일 뿐’인 스테디 아이템이다. 공짜라고 해서 얇은 커버에 싸구려 종이를 썼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몰스킨노트 라지 정도 크기에 코팅한 하드커버 양장, 만년다이어리처럼 두툼하고, 함부로 펼쳐지지 않게 밴드가 둘러져 있으며, 뒷커버 안쪽엔 포켓까지 있다. 커버가 가죽만 아닐 뿐이지 몰스킨 뺨친다. 우리 출판사 제작 담당자에게 이 노트를 보여주고 제작비가 얼마 정도 나오겠냐고 물어봤다. 그는 “이거 종이 값 빼고 제본비만 하나당 1천 원은 들었겠는데…”라고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증정품들도 마찬가지다. 사무실 책상의 북엔드 두 개도 알라딘에서 받은 것인데, 플라스틱도 아니고 튼튼한 철제다. 얼마 전에 받은 셜록 홈즈 북엔드는 책상에 올려두기만 했는데도, 홈즈와 함께하는 기분이 든다. 검은색 천에 S. 피츠제럴드의 이름이 박힌 화장품 파우치도 알라딘에서 준 것이다. 이쯤 되면 피츠제럴드 소설을 좋아하는지는 상관없다. 그 파우치가 제일 마음에 들었을 뿐이다. 알라딘에서 주는 에코백은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교정지 뭉치를 들고 다닐 때 쓸모가 있다는 핑계와 여름에 패션 아이템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로 쟁여둔 것이 여럿 된다. 아 참, 자취생인 내가 가장 즐겨 쓰는 아이템은 라면물 계량컵이다. 2012년에 받은 것인데 그때부터 라면 끓이는 스킬이 늘었다. 라면 냄비를 식탁에 올려놓을 때 아까운 책으로 받치지 말라고 알라딘에서 만들어준 것도 있다. 역시 책 표지를 이용한 냄비 받침대다. 뒷면이 코르크로 되어 있어서 뜨거운 열이 바닥에 전달되는 것을 방지하는 스마트한 아이템이다. 하지만 냄비 받침대는 하나면 충분할 텐데, 사람들은 굳이 여러 개씩 모으더라…. 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알라딘의 마음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딱딱한 책 베고 잠자지 말라고 책 모양으로 베개도 만들어줬다.

그러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굿즈는 장르소설을 사고 증정받은 유리컵들이다. 그것들은 크고, 투명하고, 아름답다. 첫 번째 컵은 필립 K. 딕이 소설 속에서 묘사한 특이 물질 ‘UBIK’을 모티프로 만든 것이다. 당시 이벤트 페이지에는 아주 진지하게 ‘이 컵에 액체를 담아 마시면 무엇이든 불멸의 음료 유빅으로 변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때부터 나는 알라딘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실상은 그러거나 말거나 엄청나게 흥분하며 이 증정 이벤트에 뛰어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번째는 소설 [비명을 찾아서]와 [1984]를 패러디한 것으로 ‘헤이세이 26년 세계사상경찰 경성지부 창설 30주년’이라는 문구가 멋진 디자인으로 박혀 있는 기념컵이다. 이 컵을 보자마자 나는 중얼거렸다. “저게 대체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가져야겠어.” 2015년 1/4분기 알라딘의 핫한 굿즈는 스티븐 킹의 [샤이닝]에 등장하는 유명한 ‘오버룩호텔 237호실’ 키홀더와 홈즈와 왓슨의 런던 거주지 ‘베이커가 221B’가 새겨진 키홀더였다. 스티븐 킹의 팬인 어느 소설가 선생님께 오버룩호텔 키홀더에 대해 전해드렸더니 당장 주문한다고 말씀하시더라. 유명 작가도 알라딘 굿즈의 매력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 외에도 클리어파일, 책갈피, 신년 달력까지 독자들로부터 “따로 굿즈샵을 만들라”는 원성을 들을 만큼 알라딘은 다양하고 퀄리티 있는 사은품을 만들고 내놓고 있다. 책 표지 디자인을 가져다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어떤 아이템을 좋아하는지, 책에서 굿즈로 살려낼 만한 물성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필사적으로. 사실 이 원고를 처음 구상할 때는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 때문에 할인이 아닌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온라인서점 알라딘의 고군분투에 대해서 쓰려고 했다. 요즘 굿즈가 많이, 자주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면 그것은 착각이 아니라는 사실도. 하지만 알라딘 굿즈에 현혹된 역사를 돌이켜보니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 선생님이 주문한 날에 키홀더는 일시 품절되었고, 담당 MD는 트위터에서 품절을 공지하기 바빴다. 아니, 누가 요즘 열쇠를 가지고 다닌다고 이 난리람? 내가 이렇게 비아냥거리는 이유는 키홀더 이벤트 오픈 바로 며칠 전에 책을 잔뜩 샀기 때문이다. 어차피 내 손에 키홀더가 들어오리란 것은 나도 알고 하늘도 알고 알라딘도 안다. 그러니까 MD님, 빨랑 재입고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글. 오가진(출판편집자)
교정.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