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아이유 부동산 스캔들… 23억 번 투기꾼인가, 2배 비싸게 산 '호구'인가
신문B8면 1단 기사입력 2019-01-12 03:02 기사원문 스크랩 본문듣기 설정
아이유의 과천 빌딩에 무슨 일이
가수 아이유가 공개한 경기도 과천시 본인 소유 건물 내부. 개인 작업실과 가수 지망생들이 쓰는 연습실, 악기와 음향 장비들로 가득 차 있다. 지상 3층, 지하 1층인 건물 내부는 이런 용도 외에 상업 시설로 리모델링한 흔적이 없었다. / 카카오엠
미담이 투기로 변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가수 아이유(본명 이지은·26)의 투기 의혹 논란 이야기다. 그는 작년 2월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에 3층짜리 건물 하나를 샀다. 그리고 소속사가 없거나 연습할 공간이 마땅치 않은 후배들을 위한 연습실을 마련해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보통 연습실 월세가 100만원을 훌쩍 넘는 현실을 생각하면 가요계에선 흔치 않은 일이었다.
분위기가 악화된 건 지난 7일. 정부가 작년 12월 과천을 3기 신도시로 지정하고 수도권광역철도(GTX) 노선 중 하나도 이곳을 지나도록 확정하면서 아이유의 건물 가격이 폭등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를 최초로 보도한 매체는 인근 부동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아이유가 46억원을 주고 산 건물·토지의 시세가 69억원으로 매매 당시보다 23억원 상승했다'고 했다. 곧 아이유가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아이유가 과천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산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같은 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아이유가 어떻게 GTX 노선 정보를 알고 땅을 산 것인지 조사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3만명 가까이 이에 동참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아이유가 정보를 취득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2018년 9월 과천 신도시 정보를 유출하고 다닌 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과천 시장과 과천 지역구 신창현 의원"이라며 "그러니까 이 청원에 청와대는 답 못할 것"이라고 글을 썼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선 "아이유가 여당 고위관계자로부터 과천 개발 정보를 받아 투기했다"는 '지라시(증권가 소식지를 가리키는 은어)'까지 돌았다. 단지 1년 전 과천에 건물을 매입했다는 사실 외에 별다른 근거가 나온 게 없는데도 반나절 만에 '아이유 투기'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왔고, 아이유의 연관 검색어로 투기꾼이 검색되는 처지가 됐다.
취재 결과 아이유가 시세차익을 노리고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근거나 정황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문제의 건물은 대지면적 692㎡(약 210평)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근린생활시설이다. 원래 유통업체 사무실과 자전거용품 판매업체 등이 입주해 있었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아이유는 단독 명의로 건물을 샀다. 등본에 채권최고액 24억원이 기재된 걸로 볼 때 20억원가량 대출을 받아서 산 것으로 보인다. 건물 입지도 우면산 자락에 위치했고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과 1.2㎞가량 떨어져 있어 역세권과 다소 거리가 있다.
게다가 매입 후 건물 가격이 23억원 올랐다는 것도 근거가 희박했다. 아이유는 해당 건물을 평당 2200만원가량에 구입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인근 지역에서 비슷한 시기 거래된 건물은 없고 주택이 평당 50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보통 빌딩이 주택보다 2~3배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아이유가 시세보다 1.5~2배 정도 비싸게 샀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인근에서 영업 중인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투기꾼이 아니라 '호구' 소리 들을 거래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신도시 발표 후 건물 가격이 23억원 올랐다는 증거도 없었다. 과천동 소재 부동산중개업소 6곳에 확인 결과 비슷한 근린생활시설 빌딩의 시세는 대개 평당 2000만~2500만원 선으로 형성돼 있었다. 아이유가 매입한 가격과 큰 차이 없는 수준이다. 이 지역에서 영업 중인 부동산중개업자 김모(50)씨는 "보도대로라면 아이유 빌딩이 평당 3280만원에 거래되는 물건이란 뜻인데 과천동 일대에 그런 가격의 매물이 나온 걸 본 적이 없다"며 "이 지역은 개발 호재지역으로 꼽힌 지 수년째 된 곳이라 시세에 충분히 반영이 된 편"이라고 말했다.
아이유도 투기 의혹에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건물 내부 사진을 공개하며 "본가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건물로 투자 목적으로 산 게 아니기 때문에 매각 계획도 없다"고 해명했다. 보통 투자 목적일 경우 사무실 용도로 내부를 리모델링하거나, 상가 임대 등으로 수익을 올리는데 이 건물은 그런 흔적이 없었다. 거기다 연예인들이 재테크 목적으로 건물을 살 땐 대출 편의나 절세 등을 위해 법인을 설립하는 게 일반적이다. 100억원 이상 대출받아 건물을 사들인 배우 이병헌이나 권상우가 대표적 사례다. 반면 아이유는 개인 명의로 대출을 받고 건물을 샀다.
[권승준 기자 virt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