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한줄평 : 139분의 시각적 폭력.
기대감을 완벽히 빗나갔다. ‘트리플 천만 배우’ 송강호와 청소년관람불가(이하 청불) 영화의 흥행 신화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이 만난 겨울 기대작 <마약왕>의 진짜 얼굴은 폭력적이고 조악했다. 화려한 포장지 속 불량식품을 선물 받은 기분이랄까.

<마약왕>은 1970년대 유신정권 하급 밀수업자였던 ‘이두삼’(송강호)이 우연히 마약 밀수에 손을 댔다가 ‘마약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상류사회를 향한 욕망부터 부패한 권력, 부조리한 시스템 등이 여지없이 등장하며 익히 봐오던 ‘기득권 저격 범죄물’을 완성한다.
이 작품은 필름이 돌아갈 수록 객석과 멀어지는 묘한 재주를 지녔다. 송강호, 조정석, 배두나 등 황금라인업에 마약, 불륜, 폭력 등 청불 등급을 방패 삼아 필요 이상으로 자극적인 장면들을 담아내지만, 풍자와 해학 대신 선정성만 남는다.
러닝타임 종종 이런 ‘욕심’이 ‘영화적 본질’을 넘어서니, 보는 이는 통쾌함 대신 찜찜함만 맛본다.
필로폰 투약 장면이 빈번하게 큰 스크린을 채우고, 헐벗은 여성들이 전시품처럼 진열된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1970년대 기득권과 인간의 헛된 욕망을 꼬집으려고 했다는 제작 의도가 무색하다. 눈이 자극되니 관객의 사고회로가 마비돼 영화의 메시지가 뭔지 생각할 겨를도 없다.
영화가 끝난 뒤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란 볼멘소리가 튀어나오는 건, 메시지가 선정성에 증발했기 때문이다. 일부 마음 여린 관객은 오히려 영화가 폭력적이라고 느낄 정도다.
매무새도 그다지 단정하진 못하다. 극 초반 무 자르듯 툭툭 잘라낸 리듬감 없는 편집은 흡인력을 무너뜨린다. 금단의 열매를 맛본 평범한 남자가 괴물로 변해가는 서사 역시 특색 없이 진행된다. 이뿐만 아니라 ‘이두삼’을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해 들러리처럼 비친다. ‘송강호의 원맨쇼’만 139분이란 긴 시간 이어지는 셈이다. ‘<내부자들>로 호평 받은 우민호 감독의 신작이 맞나’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영화 본질과 매무새 모두 기대에 어긋나니 공감과 재미를 잡는 건 무리다. 송강호의 파격적 변신이 담긴 클라이막스가 지나가도 좀처럼 감탄하지 못한다. 감독은 이를 두고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달라. 호불호 갈릴 수 있는 엔딩”이라고 밝혔지만, 따뜻한 연말연시 이 무리한 도전을 봐야 하는 이유를 좀처럼 찾을 순 없다. 다만, 송강호가 지닌 ‘천의 얼굴’엔 박수를 보낸다.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독 더 아쉬운 결과물이다. 전국 극장가서 상영 중.
■고구마지수 : 3개
■수면제지수 : 3개
■흥행참패지수 : 3.5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