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으로 우정여행을 갔다 참사를 당한 서울 대성고 학생들을 조롱하는 온라인 게시글들이 이어지자 학교 측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경찰 역시 친구를 잃은 슬픔에 빠진 대성고 학생들이 악성 게시글로 인한 이중 고통을 호소하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대성고 관계자는 19일 “조롱글이 계속 올라오면서 학생들이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학생들 자체적으로 게시글에 항의도 해봤지만 (게시자들이) 응하지 않아 수사 의뢰를 하기로 했다”고 중앙일보에 알려왔다.
앞서 대성고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모욕글을 수집하고 삭제요청을 했다. 하지만 이런 글들이 계속되자 학생은 물론 교사와 학교 관계자들이 이같은 사실을 학교전담경찰관(SPO)에게 알렸다.
대성고 담당 경찰관은 피해사실을 접수해 관할 은평경찰서 여성청소년과로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성고 학생은 “우리와 함께한 친구들을 상식 밖으로 모욕하는 글 때문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 꼭 엄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후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글들이 수차례 올라왔다가 삭제됐었다.
일부 역술인 블로그에는 목숨을 잃은 학생들의 이름 풀이가 게시글로 올라와 주목을 받는 등 참사로 희생된 어린 학생들을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행태도 나타났다.
대성고 관계자는 “아직 꽃을 피우지도 못한 어린 학생들이 귀한 목숨을 잃어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 있는데 이런 상식 밖의 글을 올리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며 “안 그래도 상심이 큰 가족과 친구, 교사들 모두가 이런 글 때문에 더욱 큰 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발생했었다. 일부 커뮤니티에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조롱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세월호 희생자를 모욕한 회원에게는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경찰은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관계자는 “수사 의뢰가 오는 즉시 피해자와 가족들에 대한 모욕 행위를 최우선으로 신속히 수사해 엄단할 방침”이라며 “이미 인터넷상의 모욕글 등을 모니터링하고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청 디지털포렌식 요원 2명을 수사본부에 파견해 이미 삭제한 글들도 복원ㆍ분석하고 있다. 모든 수사 기법을 동원해 게시자를 찾아 엄벌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