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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스포/스압주의) 후르츠 바스켓 주인공 혼다 토오루는 너무 성녀 스타일이라 별로야. 쟨 성녀도 아니고 왜 다 쟤만 만나면 치유돼고 그래?-라고 말하는 덬들이 많아서 써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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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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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BQsU



안뇽. 명작 순정만화 '후르츠 바스켓'의 주인공 혼다 토오루에 대해 얘기해볼까 싶어서 글을 써보려고 해


이 만화를 봤거나 보다가 중도 하차 했거나 원작은 따로 안보고 애니메이션만 본 덬들도 많을거야.

원작자인 타카야 나츠키 선생이 워낙 몸이 약한 사람이라 연재하는 도중에 장기휴재도 좀 몇 번 있었고 그래서 원작 코믹스 자체가 정발로 발매되는데 더 텀이 길어서 원작 제대로 끝까지 안본 덬들도 많을거구.


어쨌거나 애니메이션은 원작6권 정도 스토리에서 완결이 되는 바람에 이후 원작 스토리와 설정을 모르는 덬들은 원작 읽게 되면 좀 많이 충격 먹고 그러는 경우가 많은 작품이기도 해.


원작/애니 둘 다 주인공 토오루를 통해 등장인물들이 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모습을 담아냈는데, 이 과정에서 토오루가 지나치게 성녀다, 왜 쟤는 호구도 아니고 저런거 다 감내하면서 주변인들을 품냐-하는 반응들이 곧잘 보이곤 해.


근데 이게 후르츠 바스켓 애니가 아니라 원작을 끝까지 다 본 사람들이나 재탕 삼탕하면서 본 사람들은 토오루가 마냥 호구라 착한게 아니라 얘도 얘대로 어릴 때 큰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는걸 알 수 있어.


이 부분을 작가가 직간접적으로 중후반에 묘사 했는데 이상하게 언급이 안되더라 ㅠㅠ

그래서 마냥저냥 호구갑 성녀 캐릭터라고만 치부되는게 속상해서 한 번 내가 토오루라는 캐릭터에 대해 좀 얘기해보고자 해.



토오루의 부모님은 일단 작중에선 두 분 다 고인이 된 상태로 이야기가 시작돼.

사실 두 분 다 되게 젊은 나이에 요절했지.


근데 이 부모들이 양가 어른들의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 했어. 

유일하게 두둔해준게 토오루의 친할아버지 한 분 뿐이고 그나마도 토오루의 외가쪽은 토오루 엄마랑 아예 절연한 상태라 그냥 엄마는 혈혈단신이고 학력까지 짧아. 아빠는 무려 엄마가 다니던 학교 교생으로 왔던 신출내기 교사였고. 당연히 성인이었고 겨우 고딩정도 된 엄마랑 집안반대 다 물리치고 결혼에 골인해.


그리고 나름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다가 토오루도 태어나고 그래도 며느리인 쿄코(토오루 엄마)와 토오루를 예뻐해주시는 친할아버지와만 교류하며 살고 있었는데 작중에서 정확히 토오루의 나이가 몇 살 떄였는지는 묘사가 안됐지만 한 5살 남짓 됐을 때였을거야.

아빠가 일 때문에 지방 출장을 갔는데 거기서 감기에 걸렸다가 그게 그만 악화되면서 그대로 타지에서 병사하게 돼.


이걸 또 토오루의 친가쪽 일가친척들이 토오루 엄마 탓을 하는 말도 안돼는 막장짓을 하는데 그걸 다 토오루가 지켜보게 돼.


어른들이 아무 잘못 없는 엄마를 대놓고 손가락질 하고 욕하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그 와중에 또 한 돼먹지 못한 친척 어른 한 명이 아직 어린 토오루한테 대놓고 이렇게 말해.


'카츠야(토오루의 아빠)랑 조금이라도 닮은 구석이 없어. 밖에서 낳아온 아이가 아니냐. 이래서야 조금도 위로가 될 수 없다' 


이딴 말을 지껄이고 이걸 친할아버지도 목격하게 돼.
나중에 친할아버지가 이걸 또 쿄우에게 언급하면서 '어른들은 어린아이가 자기에게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를거라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다 안다. 알아듣는다'라고 말씀하시고.


아무튼 저 때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충격에 쿄코가 제정신이 아니었어.

쿄코 자신도 아직 어린데다가 워낙 학교 다닐때 날라리로 주변인들에게 안좋은 시선을 많이 받아오던 자신을 유일하게 제대로 봐주면서 손을 내밀어준 카츠야였는데 그런 남편이 어이없게 자길 두고 떠나버렸으니까.

그 충격에 스스로도 못 돌보고 당연히 어린 토오루 살필 겨를도 없었어.

할아버지가 그래서 오며가며 토오루 챙겨주고 그랬지


그러다 쿄코가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돼.

그래 내가 카츠야의 뒤를 따라가면 돼- 라고.


이걸 실제로 자기 입으로 중얼거리는데 이 중얼거림을 곁에 있던 토오루가 들어버리게 돼.


그 이후 쿄코가 실성한 사람처럼 자살하려고 집밖으로 나가서 정처없이 거닐다가 어느 다리에서 뛰어내려던 찰나에 근처를 지나던 엄마와 아이의 대화를 듣게 돼.

대단한 대화는 아니고 그냥 평범한 대화인데 그 대화를 듣고 그제서야 쿄코가 토오루의 존재를 떠올린거야.

맞아, 나에겐 토오루가 있어. 근데 내가 지금까지 토오루에게 어떻게 대했지? -라면서 장례식 날부터 장례식이 끝난지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슬픔에 짓눌려 방치했던 자기 딸을 떠올리고는 자살할 생각을 접고 황급히 집으로 돌아와.


그러니 보이는건 현관 근처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아직 너무 작고 어린 딸의 모습.

토오루는 꾸벅꾸벅 졸다가 돌아온 엄마를 보고 환하게 웃으면서 '어서오세요'라고 아빠의 말투를 흉내내며 인사를 건네.

엄마가 자살하겠다고 집을 나섰던 그 순간 충격먹고 엄마가 돌아올 수 있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내다가 문득 아빠를 떠올리며 아빠가 살아생전 구사했던 특유의 말투를 혼자 중얼거리면서 연습했거든.


내가 아빠처럼 똑같이 말하면 엄마도 다시 나를 봐주고 돌아올거야. 엄마가 아빠 뒤를 따라 가서 나를 떠나지 않을거야-라고 그 어린애가 저런 생각을 한거야.


저런 생각을 하게된 바탕엔 위에 썼던 장례식장에서 한 친척 어른이 중얼거렸던 말이 엄청 크게 작용해.

아빠를 하나도 안닮아서 위로가 안된다-라는 막말이 애 가슴에 진짜 엄청난 비수를 꽂은거지.


그래서 아빠를 안닮아서 엄마가 나를 떠나려나봐-하고 생각한 어린 토오루는 눈물을 뚝뚝 흘려가며 거울로 자기 모습까지 관찰해.

조금이라도 아빠랑 닮은 구석이 있을까 싶어서.


하지만 아무리 봐도 스스로 생각해도 아빠랑 닮은 구석이 없어.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게 뭘까?

하고 생각하며 고개를 드니까 아빠가 생전에 입었던 정장 재킷이 눈에 들어왔어.


아직 어렸지만 분명히 아빠의 목소리, 말투, 체온 이런건 기억하고 있으니까 기억을 더듬어서 아빠의 말투를 따라해보기 시작한거야.

이게 국내 정발 판에선 토오루 말투가 딱히 특이하다는 느낌이 없이 평범하게 번역 되었는데 원래 원작에서 토오루가 경어를 써. 아빠 말투를 따라서.


그리고 열심히 연습하다가 앉은 채로 잠들어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때에 드디어 엄마가 돌아왔어.

자길 버리지 않고 돌아와준 엄마와 끌어안고 그 자리에서 둘이 진짜 펑펑 울고 그 기억이 토오루에게 일종의 트라우마가 돼.


저걸 계기로 '착한아이 콤플렉스'가 생겨버린거야.

동시에 아빠 말투를 따라하게 되면 엄마가 나를 봐주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 아빠가 엄마마저 데려갈까봐 그 순간 아빠를 미워했던 자신을 아직도 용서못한채 나는 나쁜 아이다-라고 괴로워하기도 해.

아빠가 분명 나에게 엄청 다정하게 대해줬고 충분히 사랑해줬던게 어렴풋하지만 기억 속에 존재하는데 그런 아빠를 나쁜 사람으로 여기고 엄마를 데려가지 말아줬으면 하고 잠깐이라도 아빠를 나쁘게 본 것을 못견뎌 하면서 쿄우에게 털어놓기도 하고.



그러다 또 자라면서 한 번 크게 따돌림 당하는 아픔도 겪게 되어서 작중에서 이 '왕따'의 아픔을 직간접적으로 겪게된 캐릭터들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보다 더 공감능력을 발휘하게 돼. 아예 대놓고 왕따를 경험했던 키사나 사키는 물론이고 무조건 왕자님이라고 떠받을여지면서 오히려 그걸로 '특별한' 취급으로 고립되었던 유키라던가 집안에서 대놓고 추하고 천한 존재라 여기던 쿄우라던가. 아키토도 유키랑 비슷하게 당주이자 십이지들의 지배자라는 역할 때문에 오히려 고립되고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였는데 토오루가 그런 그들의 아픔을 잘 이해하고 다가가서 트라우마를 벗어나게 도와줘.


이스즈와는 '십이지의 저주를 풀 방법'을 찾는 공통점과 이스즈가 친부모에게 학대 당했던 경험 때문에 아무에게도 기대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동해서 먼저 손을 내밀었던 거고, 모미지와는 모미지가 최초로 소마가 사람이 아닌 외부인에게 자기 비밀을 알려주면서 비밀을 공유한 사이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크던 작던 도움을 주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는 거고.


일종의 동료의식과 유대감 등이 작용된건데 그렇다고 모든 십이지가 다 치유 받고 그런것도 아니야. 카구라만해도 오히려 토오루랑은 딱히 치유적인 관계가 아니었고 쿠레노도 마찬가지고. 오히려 쿠레노는 토오루 친구인 아리사를 만나면서 달라졌지. 카구라는 오히려 나중에 토오루를 때려서 기절까지 시킴;;(아 악의로 그런건 아니고 순간 욱해서 손이 나갔는데 하필 워낙 힘이 세다보니까 토오루가 그만 기절한거)


하토리도 엄청 거하게 트라우마를 극복했다기 보단 토오루에게서 자기 손으로 기억을 지운 옛 연인인 칸나의 모습을 일부 겹쳐보면서 경계를 풀어도 되겠구나- 칸나처럼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구나-하고 마음을 열었던 거고. 물론 하토리 나름대로는 토오루를 아끼지만.


여하간 그래.

토오루도 본인의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은연중에 착한아이처럼 굴어야 한다-라는 제약 아닌 제약이 있는 상태인데다가 본인이 왕따 당했던 기억이나 친척들의 냉대 등을 겪어 와서 자기랑 비슷한 처지를 겪은 주변인들을 품을 수 있었다고 보면 돼.


물론 그걸 다 감안해도 주인공 버프(?)에 만화적인 과장이 좀 더해져서 성녀 소리 듣는 캐릭터가 된 것도 무시할 수는 없는데, 절대로 쟤가 호구라서 다 품고 감내한게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


후르츠 바스켓 원작 끝까지 다 봤다면 중후반에 이따금씩 토오루와 토오루의 가족 이야기에 포커스 맞춰진거 보면 진짜 맴찢이야.

특히 이젠 토오루 밖에 남지 않은 할아버지가 쿄우와 대화하면서 했던 말이 정말 슬펐어.


쿄우가 할아버지에게 '토오루를 쿄코(토오루 엄마)라고 부르는거 너무 악취미 아니냐'하고 물으니까 할아버지가 자기도 안다고. 하지만 토오루도 종래엔 자기 뜻을 알아차리고 그냥 받아주는 거라고 말하시면서 '그냥 나를 위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 뿐이다. 모두(아내와 아들, 며느리) 다 나를 두고 먼저 떠나버리니까. 하다못해 그런식(손녀를 며느리 이름으로 부르는 것)으로라도 붙잡아 두고 싶어서..'라고 하는데 진짜 몇 컷 안되는 짧은 장면에 토오루와 할아버지의 관계와 아픔이 잘 드러나. 저 말을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할아버지 뒷모습이 그렇게 쓸쓸하고 슬퍼보일 수가 없어 ㅠ


상대적으로 십이지 캐릭터들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아서 그렇지 토오루도 꽤 큰 상처 안고 자라난 아이고 너무 성녀같이 묘사 된다 해도 그 부분에 대해 작가가 또 나름 타당성이나 의미를 부여 안한게 아니라는 점만 알아줬으면 싶어서 글 쓰게 됐어.


끝을 어떻게 마쳐야 할지 모르겠다;;


여하간 토오루라는 캐릭터가 마냥 인간미 없는 성녀형 캐릭터는 절대 아니란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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