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전에아는 언니한테 톡이 왔는데 한마디로 헐이었어요
이 언니 딸이 요새 질풍 노도의 시기가 왔는지 매사에 삐딱선을 타더랍니다
저녁때 어버이날이라고 시부모님 모시고 시동생 식구 시누이 식구들이랑 외식을 했는데 이 딸래미가 사고를 쳤다네요 그것도 대형 사고를.
시어머니가 자리에 앉자마자 언니 남편 즉 애들 아빠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쥐며 어이구 저것들 먹여살리느라고 살이 쪽 빠졌네 하셨다는데
이 시어머니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자식애가 넘 강하셔서 손자 손에 쥔 과자 뺏어서 아들입에 넣어 주시는 강철 멘탈로 우리 사이에 유명하신 분이에요
암튼 밥먹는 내내 아이구 우리 아들 돈버느라고 힘들어서 어쩌나 아이구 우리아들 고생하네를 마구 마구 연발하시는데 이 언니 맞벌이인데다가 연봉도 남편보다 훨 높다는게 반전사실
이 언니 빈정 상하긴 했지만 늘상 있던 일이라 쿨하게 무시하고 밥만 으그득 으그득 씹고 있었다는데 저쪽편에서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얘가 그러더래요
할머니 아빠가 그렇게 불쌍하시면 그냥 할머니 댁에 데려다가 키우세요
순간 모두들 눈이 똥그래져서 쳐다봤겠지요
근데 얘가 작정을 하고 나온듯 또박 또박 말하더래요
아빠는 회사 다니는 것 빼곤 아무것도 안한다 우리가 어릴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회사 다니는 것 말고 집에서 티비 보는 것 말고 아무 것도 안한다
우리랑 놀아 준 적도 없고 가족끼리 여행 가 본 적도 없고 엄마한테 잘해 준 적도 없고 오로지 돈벌어서 자기 혼자 다 쓴다
엄마는 울 학원비 댄다고 핸폰을 몇년째 같은걸 쓰는데 아빠는 서너달에 한번씩 바꾼다
얼마전에도 혼자 친구들이랑 해외여행 갔다왔다
우리 키우느라고 고생하는 사람은 엄마다
할머니는 혼자 돈벌어서 혼자 잘먹고 잘사는 아빠가 불쌍하다고 난린데 아빠랑 결혼한 죄로 돈도 벌어야되 혼자서 애들도 키워야 해 살림도 하는 엄마를 보는 외할머니 할아버지 마음은 어떨거라 생각하시냐
우리집에서 아빠란 존재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이니 그렇게 불쌍하면 할머니가 데려가서 교육 좀 다시 시켜서 보내라
할머니도 맨날 엄마한테 친정에서 제대로 교육 못받았다고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고 하지 않았냐
내가 볼땐 아빠가 더 못배운 사람이다
이 언니는 그 순간에 딸래미 맞아 죽을까봐 심장이 철렁했다는데 아무일도 없었다네요
애가 넘 차분하게 줄줄 얘기하니 거기 있던 어른들이 암소리 못하고 어버버 하다가 끝났대요
애들 아빠는 얼굴 벌개져서 아무 소리도 못하고요
식사자리 대충 파하고 언니는 애들하고 집으로 아빠는 지금 본가 가있다는데 혼나고 있을까요 자식교육 그따구로 시켰다고
근데 이 언니 아무렇지 않다고 까짓거 잘못되면 이혼밖에 더하겠냐며 말하네요
자기가 숨긴다고 숨겼는데 애들은 다 알고 있었나 보다고 자기도 이제 안참고 싶다고 하네요
제생각엔 애가 버릇없이 군건 잘못이지만 틀린말 한건 아니라고 봐지거든요 사실 좀 통쾌하기도 하고 아닌가요
출처: 미즈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