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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내 친구 20살에 자살했는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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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30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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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일이어서 좀 전에 납골당 다녀왔음

기분도 울적한데 얘 이야기는 

다 쉬쉬하는 분위기라 어디 얘기할 사람도 없어서 글써봄


18살때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났는데 옆자리 앉아서 친해짐. 

얼굴 하얗고, 쌍커풀 없고, 입술이 

정말 그린것처럼 예뻤음. 이러니까 무슨 첫사랑 얘기하는 거 같네. 

전체적으로 청순하고 귀엽게 생겼는데 입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처연하다 그래야되나, 그냥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서 

괜히 말걸기 힘들고 그랬었는데. 난 지금까지도

그런 분위기를 가진 사람 못봄. 그때는 어린마음에 좀 부러웠는데, 

그런 분위기는 흉내내도 못가지는 거니까 지금생각해보면

얼마나 맘고생을 했으면 17살 짜리애가 

그런 분위기가 났을까 싶음. 


낯가리는 편이었는데, 친해지면 잘웃고 농담도 잘하고. 

아 특히 웃을때 애기같이 웃었음. 속에서 뭔가 탁 터지는 그런느낌. 

좀 친해지고 알게됬는데 담배를 폈음. 생긴거랑 안어울리는데 

또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쨋든 볼때 기분이 묘했음. 

아파트 제일 좋다는 데 살아서 잘사는 건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까 진짜 금수저더라. 엄마쪽은 

대대로 약간 지주? 집안이라서 땅부자고, 아빠는 대기업 임원이고

영어학원도 같이 다녔는데 가끔 기사가 데리러왔었음. 

그런데 애는 집얘기나 자기 얘기를 거의 안함. 

그냥 자기 얘기 하기 싫어하는애보다 했는데 19살때부터 

진짜 눈에 띄게 피곤해하고 툭하면 조퇴하고, 

공부잘했는데 성적도 떨어지고 그래서, 

물어봐도 둘러대고 대답을 잘안해줌. 난 철이없어서 

그런거에 괜히 맘상해서 나도 일부러 좀 쌀쌀 맞게 대했는데

나중에 정말 후회했음. 내가 혼자 좀 빡쳐서

여름방학때 일부러 연락안했는데, 고삼이니까 바쁘기도 엄청바빴고,

방학끝났는데도 학교에 안돌아오더라. 전화했는데 전화기 꺼져있고. 


그리고 선생님이 몇일있다가 아침조례시간때 

걔가 몸이 안좋아져서 학교 얼마동안 쉰다고 말함.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엄청 쎄했음.

걔 핸드폰 꺼져있는데 보면 꼭 전화해달라고 

문자 수십통 보내놓음, 쌀쌀맞게 굴어서 미안하다고, 

아프면 말하지 그랬냐고. 근데 연락안와서 

나도 사실 그냥 포기하고있었는데, 10월 즘에 전화가 옴. 

자기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잠깐 예전에 가던 까페로 나올수있냐고. 

학원이고 뭐고 째고 바로 달려감. 이상하게 

그 날 엄청 흐릿하고 추웠던게 생각남. 

까페에 사람 엄청 많았는데 문열자마자 

걔만 딱, 뭐라그래야되지, 혼자 엄청 선명한 느낌. 

그날 엄청 얘기많이 했는데, 자살시도했는데 

실패해서 병원에 입원해있었다고 말해줌. 

그리고 자기 가족 얘기, 지금까지 살아온 얘기

그런거 해주는데 난 영화보고도 안울어서 

사람들이 감정이 메말랐네 어쨌네 했었는데 

눈물이 펑펑 나서 사람들 쳐다보는데 걍 움. 

오히려 걔는 덤덤한데. 그냥 자세하게 설명할것도 없고 

걔네 부모님이 임. 딱히 원해서 나은애도 아니고

어쩌다 임신되서 나아서 태어나자마자 외갓집에 맡기고 

엄마는 외국으로 무슨 석사학위따러 떠나고,

아빤 워커홀릭이라 집에 안들어오고. 

그러다 어느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찾으러와서 데리고 

서울로 갔는데 둘이 사이도 안좋아서 매일 싸우고 

엄마가 그 화풀이를 다 걔한테 했다고함. 

유치원때부터 머리채잡고 던지고 개패듯이 

발로 차고 죽어버리라고, 너때문에 이혼못한다고 욕하고. 

그리고 성적 안좋으면 진짜 반죽을 정도로 맞아서 

이악물고 공부했다고함. 오학년때 따돌림 당했는데, 

그걸 걔네반 반장이 알고 학교끝나고 위로해주고 

그래서 집에 좀 늦게 도착했는데

그랬다고 한시간 넘게 맞았다고 함. 

아빠는 그냥 집에 잘 안들어오고. 엄마는 점점 미쳐가고. 

들어보면 걔가 지금까지 학교에서 

멀쩡한척 한게 진짜 믿겨지지가 않을정도로. 

마지막에 걔가 몇달전에 외할아버지돌아가시고 

외할머니도 치매 판정 받으셨다고, 이제 다됐다. 

그러면서 억지로 웃는데 내가 오열함. 제발 죽지말라고, 

내가 도와주겠다고, 우리집 와서 살겠냐고.

근데 걔가 그냥 웃으면서 안죽어 안죽어.

아직그래도 외할머니도 살아계신데. 

너랑 얘기해서 오랜만에 기분좋다 

그러고 집에서 전화와서 들어가봐야된다고 돌아감. 


내가 막 장문으로 문자보냈었는데 고맙다고 걱정하지말라고

답장와서 좀 안심했었는데, 그렇게 얼마더 연락 주고받다가

나도 진짜 수능이 코앞이라 너무 바빠져서 

한동안 연락못하다가 연락 끊어짐. 

다시전화해도 핸드폰도 계속 꺼져있고. 


나도 대학붙고, 애들이랑 우정여행 그런거 가고, 

입학하고 새친구사귀고, 똥차만나서 연애도 하고 

그러면서 문득문득 생각나긴하는데 걔 잊고살았음. 

제작년에 오랜만에 고등학교때 친구들 만나서 술마시는데, 

걔 얘기가 나왔음. 걔 이름 듣는데 뭔가 술이 확깨더라. 

그런데 걔랑 같은 아파트 산애가 있었는데 좀 신나서? 

막 무슨 찌라시얘기하듯이 걔 작년에 자살했다고 몰랐냐고 그러더라. 

애들이 놀라서 막 어떻게 죽었는지 아냐고 물어보는데 

워낙 쉬쉬해서 잘 모른다고, 그리고 그일있자마자 

그 집이사갔다고 하는데 진짜 그 자리에서 뛰쳐나와서 밖에서 다 게워냄. 

분명 잘 생각도 안나고 흐릿했었는데

진짜 다시 18살때로 돌아간것처럼

걔 얼굴, 목소리, 말투 표정이 머리가 깨질정도로 

선명하게 생각남. 누가 억지로 머릿속에 사진을 때려박는 느낌. 

그 친구한테 걔 어디에 있냐고, 화장했냐고 묻었냐고 물어보는데 

잘 모른다그래서 다음날 고등학교 찾아가서

그때 담임선생님한테 물어봄. 담임선생님이 안알려주려다가 

자기도 확실하진않다그러면서 알려주셔서 바로 찾아갔는데, 

납골당에 왜 선반같이 되있잖아.

근데 보통 거기에 가족들이 막 꽃도 갖다두고 

사진도 갖다두는데 걔는 진짜 아무것도 없고 

걔 이름만 덩그라니 있더라. 

그거보고 혼자 주저앉아서 엉엉 움. 

뭔가 속에있는게 와르르 쏟아지는 느낌. 

웃긴거암. 뭐 소꿉친구도 아니었고 겨우 2년알았던 애인데

뭐 그렇게 유별나게 그러냐고. 그런데 걔는 친구일때도 

늘 눈에 걸렸음. 분명 친한데 걔가 무표정으로 혼자있는거 보면

말걸기가 망설여졌었음. 그런 이상한 불편함. 도와주고싶은데 

외면하고싶은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음. 

18살때 같이 스티커사진 찍은거 있는데 아직도 갖고있음. 

앨범에 넣어뒀었는데 요즘은 지갑에 들고다님. 

조카 갑자기 눈물나네. 술마셔서 그런가. 

말이 뒤죽박죽이어도 이해해주길바람. 


국화 사기 싫어서 매화나무에서 가지 잔뜩꺾어서 두고옴. 

걔네부모님도 그래도 딸인데 한번씩 보러오긴 할까 

난 사실 더이상가기가 싫은데, 걔이름볼때마다 

속이 꽉조이는 느낌이라서. 그런데 아무도 안찾아오면 

너무 불쌍하니까. 늘 혼자였는데

죽을때까지 혼자면 너무 불쌍하니까 그래도 가야겟지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 있을까. 

취해서 막 싸질렀는데 좀 속이 후련하다 

나 지금까지 이런글쓰는 사람들 오글거린다고

이해가 안갔는데 왜인지 좀 알것같네


시은아 사후세계같은거 없었으면 좋겠다 그냥 죽어서

딱 끝나서 네가 더이상아무것도 안보고 안느꼈으면 좋겠다 

그래도 너보러 일년에 한번은 찾아갈게 미안하다 사실 그때 

나 내 인생이 더 중요해서 수능도 코앞이고 잡아야되는거알면서 

그냥 아닐거라고 자기합리화했어 그리고 사실 잊고있었던게 아니라

확인하는게 무서워서, 정말 니가 죽었을까봐, 

찾으려면 충분히 찾을수있었는데 그러지않았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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