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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단독] 박근혜 주재 회의서 "박정희 부정 서술 빼라" EBS교재 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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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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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청와대 '캐비닛 문건', 문을 열다 ①]
이재정 의원실, 박근혜 대수비·실수비 문건 등 입수
'교육'에서 '수사'까지 꼼꼼하게 챙긴 청와대
자신에겐 관대했지만 상대에겐 가혹했다

[한겨레]

대통령기록관의 문건 모습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3년 3월25일 제18대 대통령 취임식 모습.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대통령기록관의 문건 모습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3년 3월25일 제18대 대통령 취임식 모습.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한겨레>는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가기록원에서 확보한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 주관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 비서실장 주관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 자료 등 이른바 ‘캐비닛 문건’을 여러 건 입수했다. ‘캐비닛 문건’은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청와대에 방치된 채로 발견된 이전 정부 문건들을 일컫는 말이다. <한겨레>는 이재정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 1000여건이 훌쩍 넘는 문서들을 분류하고 분석해 연속으로 보도한다.

<한겨레>가 입수한 ‘캐비닛 문건’을 보면 박근혜 청와대의 그림자가 다양한 분야에 드리워졌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교육’에서부터 ‘수사’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챙겼고, 비판 세력에겐 여지없이 가혹했다. 1000여건이 넘는 캐비넷 문건에는 박근혜 청와대의 민낯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 EBS 문제집까지 손댄 박근혜 청와대

<한겨레>가 입수한 2014년 8월22일 대수비 자료를 보면, 박근혜 청와대가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내용 등을 삭제하기 위해 교육방송(EBS) 한국사 교재에까지 손을 댄 정황이 확인된다.

이날 대수비 자료에는 ‘EBS 수능 한국사 교재 개발 및 내용 수정·보완’이라는 제목으로 EBS가 당시 만들고 있던 2017년 수능 대비 한국사 교재와 관련해 “교육부는 EBS, 교육과정평가원 등과 협의, 내용 수정·보완 완료”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정 내용은 ‘북한에 대한 부정확한 기술’, ‘사실에 대한 주관적 평가와 해설’이다.

2014년 당시 교육부는 EBS 문제집 집필진에 여운형, 조봉암 등과 관련된 내용을 빼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선포 및 국회 해산 내용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라는 등의 요구를 했다. 이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2014년 8월22일 당시 야당 의원들은 EBS 국정감사에서 신용섭 사장에게 ‘정부가 교재를 사전 검열한 것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신 사장은 “교육부가 난이도 조정을 한 것”일 뿐이라며 “EBS 교재는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사장의 해명과 달리 사실은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EBS 교재를 검열한 뒤 교육부 등에 수정 지시를 내린 정황이 캐비닛 문건을 통해 뚜렷하게 드러난 셈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이런 ‘역사 왜곡’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로 정점을 찍었다. 캐비닛 문건을 보면, 당시 청와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큰 관심을 기울인 정황도 나온다. 특히 2014년 9월26일 대수비 회의 자료를 보면 “이념 갈등 조장(검정) vs 사회통합 실현(국정) 구도로 여론 확산을 통한 국정화 발표 / 국정감사 이후 추진“ 등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검정 교과서를 헐뜯는 여론전 계획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 ‘군 댓글 사건’ 수사 영향력 행사 정황도

캐비넷 문건에는 청와대가 국군 사이버사령부(사이버사)의 온라인 여론 조작 수사 결과 발표 시기를 미루는 등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도 담겨 있다.

2014년 8월8일 대수비 회의 자료에는 “사이버사 수사결과→발표 시점 연기와 함께 비판세력 재결집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정무적·전략적으로 대응방향 강구”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사이버사의 여론 조작 의혹은 <한겨레> 단독 보도를 통해 2013년 10월부터 불거졌다. (▶관련 기사 :[단독] 군 사이버사령부도 대선 ‘댓글 공작’ 의혹)

하지만 이 사건을 수사했던 국방부 조사본부는 10개월이 지난 2014년 8월19일에야 사이버사가 2012년 대선 기간 인터넷에 78만7200여건의 글을 썼고, 이 중 7100여건이 정치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은 사이버사의 온라인 여론 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밝혀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문제는 당시 청와대가 이런 내용을 미리 알고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점을 선택해 수사결과를 발표하도록 하는 등의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특히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 당시 김관진 전 장관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수사 주체가 수사 대상이 핵심 보직을 맡고 있는 청와대와 교감하며 수사한 셈이다. 객관적 수사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김관진 전 장관은 새 정부 들어 사이버사 온라인 여론조작을 한 혐의로 재수사를 받은 뒤 현재 재판을 받는 중이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이처럼 수사에 개입한 정황은 다른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2015년 3월4일 실수비 회의 결과에는 “VIP 비방 전단 살포와 관련하여 경각심 주는 차원에서 범인을 색출, 강력히 처벌할 것(정무수석, 민정수석)”이라는 지시가 담겼다. 실수비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지 50여일 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박근혜 정권 퇴진’ 등 내용을 담은 전단을 뿌린 시민단체 회원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 스스로에게는 관대했던 청와대

비판 세력에게 엄혹했던 박근혜 청와대는 스스로에게는 관대했다. 2015년 9월4일 실수비 회의 결과에는 “국정지지율이 56%(여연, 8.31 발표)이고 더 상승세를 보일 텐데, 임기 중반에 이러한 지지를 얻는 것은 예전에 전례가 없는 현상”이라며 “(높은 지지율을) 강력한 국정 추동력으로 삼고 또 국정 성과로 지지율을 더 높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적혀있다. 또 전 수석을 상대로 “(지지율을) 뒷받침할 의미 있는 VIP 기획 행보, 내각의 개혁정책 가속화, 추석 연휴 민생일정, 민심 제고 방안 등과 관련한 좋은 구상·아이디어를 모아줄 것”이라고 지시했다. ‘여연’은 자유한국당 산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을 일컫는다.

대통령 홍보에도 힘썼다. 2015년 3월16일 실수비 회의에서는 “오늘 ○○일보에 한 유치원 졸업생이 VIP께 보낸 감사 손편지 원본이 그대로 보도되었는데 매우 친근감 있고 대국민 홍보 효과도 좋을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러한 어린이 편지를 (모아서) 하나로 만들고 어린이날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아이디어라 보여지는데 검토”해보라는 지시가 홍보수석에게 내려진다. 2014년 9월26일 대수비 회의 자료에서도 “VIP 순방 성과 후속 방안 홍보”를 위해 “내외신 인터뷰(외교부 장관 등), 방송출연(기후 환경 전문가, 환경부 장관 등), 종편 패널 활용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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