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비명이 터졌다, 악몽 된 ‘K팝 스타의 꿈’
6,957 34
2018.10.22 05:41
6,957 34
한류 미래 망치는 부끄러운 민낯... 아이들 인권 실종
2008년 ‘노예계약’ 논란 후에도 가요 기획사들 갑질 여전

아이돌 그룹활동 2년 넘게 하고 수익금 한푼도 받지 못해

더이스트라이트 폭로 사례처럼 연습생 상습 구타하기도


이미지 원본보기0000335594_001_20181022045355158.jpg?typ[저작권 한국일보] 무대에 서도 제대로 돈을 받지 못했다. 말을 듣지 않는다며 야구 방망이로 맞았다. 세계 음악 시장을 주름 잡는 K팝 아이돌의 그늘이다. 송정근기자

한 5인조 아이돌 그룹은 2015년 데뷔 후 2년 넘게 활동을 하며 수익금을 단 한번도 나눠 받지 못했다. 무대 위에서 열심히 노래 부르고 춤을 췄지만 아무런 금전적 대가를 얻지 못한 셈이다. 소속사 대표는 오히려 큰 소리 쳤다. “말을 듣지 않으면 업계에서 매장하겠다” “멤버를 교체하겠다”란 식으로 그룹 멤버들을 위협했다. 멤버들은 굶기 일쑤였다. 소속사 대표는 “한 끼 안 먹는다고 안 죽어”란 말을 하며 식비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 그룹 멤버들은 법원의 도움을 받고서야 지난 6월 소속사와의 계약을 끝낼 수 있었고, 소속사 대표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돈 떼이고 폭언 듣는 것은 예사. K팝 산업에서 인권 침해가 속출하고 있다. 2008년 ‘동방신기 13년 노예 계약 논란’이 인 뒤 불공정 계약 풍토가 일부 바뀌긴 했지만, 소속 가수에 대한 가요기획사의 폭력적인 행태는 여전하다. 방탄소년단의 활약을 계기로 세계에서 ‘문화혁명’으로 주목받고 있는 K팝의 감춰진 민낯이다. K팝이 부정적인 이미지 확산을 막고 더 높은 도약을 하기 위해선 후진적인 스타 양성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지 원본보기0000335594_002_20181022045355272.jpg?typ6인조 아이돌 록밴드 이스트라이트의 리더이자 드러머인 이석철이 19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소속사인 미디어라인의 프로듀서 A씨로부터의 폭행 사실을 폭로하며 울먹이고 있다. 교복을 입고 온 이석철은 "K팝 시장에서 아동학대와 인권유린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두렵지만 용기를 내 이 자리에 나섰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기획사 ‘폭력 갑질’ 여전한 21세기 K팝


2016년 데뷔한 6인조 아이돌 록밴드 더이스트라이트(소속사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 사례는 K팝의 인권 사각지대를 여실히 드러낸다. 더이스트라이트의 리더이자 드러머인 이석철(18)은 19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까지 2년 넘게 지하 연습실, 녹음실 등에서 야구 방망이와 철제 봉걸레 자루 등으로 엎드려뻗쳐를 당한 상태로 프로듀서 A씨로부터 엉덩이를 여러 차례 상습적으로 맞았다”고 폭로했다. 폭행 이유는 밴드 멤버들의 지각 등 사소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석철의 동생이자 더이스트라이트의 베이시스트인 이승현도 지난해 A씨로부터 몽둥이로 머리와 엉덩이를 맞아 허벅지와 엉덩이 등에 피멍이 들었다. 축구를 했다는 이유로 스튜디오에 갇혀 폭행을 당했다는 이승현은 전치 20일 진단을 받았다. ‘통증과 부종으로 보행이 어려웠다’는 게 주치의의 진단 소견이었다. 더이스트라이트 멤버들의 평균 나이는 16.7세다.

이미지 원본보기0000335594_003_20181022045355418.jpg?typ3인조 혼성그룹 트리플H로 활동했던 이던(왼쪽)과 현아. 두 사람은 교제 인정 후 연예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미지 원본보기0000335594_004_20181022045355491.jpg?typ올해 평균 나이 16.7세가 된 여섯 청소년으로 이뤄진 록밴드 더이스트라이트.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 제공
◇“말 듣지 않으면 내쫓겠다”… K팝의 시대역행


이석철의 법률대리인인 정지석 변호사에 따르면 A씨의 폭행은 ‘교육’이란 그릇된 명분에서 이뤄졌다. 이석철은 A씨의 폭력을 “멤버 전원이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으나 두려움에 참았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말을 듣지 않으면 내쫓겠다’고 지속적으로 협박해서”란 설명이었다. 폭행이 벌어진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는 1990년대 김건모를 비롯해 클론과 박미경 등을 발굴한 유명 프로듀서 김창환 회장이 세운 회사다.

기획사의 ‘폭력 갑질’이 가능한 것은 수요와 공급의 극단적인 불균형 때문이다. 국내에 등록된 연예기획사는 1,700여 개이고, 연예인 지망생은 100만 여명으로 추산된다. K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아이돌을 꿈꾸며 가요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가는 이들의 나이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스타가 되고 싶은 청소년은 많은데, 등용문은 좁디 좁다. 

연습생에게 기획사는 절대권력이다. 데뷔가 기획사의 손에 달려 있어서다. 연습생의 인권이 짓밟히기 쉬운 주종관계다. 연습생 대부분이 청소년이다 보니 기획사의 폭력적인 행태에도 적절히 대처하기 어렵다. 인기가 있어도 기획사의 위압적 행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5년째 활동 중인 유명 가수 B는 최근 소속사와 계약이 끝나 최종 정산을 하는 데 돈 한푼 받지 못했다. 소속사가 B의 활동 지원비를 계약서에 멋대로 책정한 후 B에게 줄 돈이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이돌은 회사가 육성해 데뷔까지 시키다 보니 수직적 관계가 강화된다”며 “‘위기 관리’를 구실로 한 억압으로 아이돌의 인권이 경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돌 입장에선 소속사와 맞서 싸우기도 부담스럽다. 이미지가 실추될 뿐 아니라 소속사와 법적 분쟁을 벌이면 나중에 새로운 기획사에 둥지를 틀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 두 팀을 기획한 한 가요기획사 대표는 “기획사가 많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서로 안면 있는 대표와 매니저들이고 기존 회사에서 나와 새 회사를 차리는 식이라 네트워크가 연결돼 있다”며 “특정 연예인의 정보 등이 알게 모르게 공유된다”고 말했다. 

이미지 원본보기0000335594_005_20181022045355552.jpg?typ더이스트라이트 멤버 이석철, 이승현의 부모가 두 아들을 폭행한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 A씨와 주고 받은 문자. 오른쪽 사진은 A씨가 이승현을 때릴 때 썼던 몽둥이다. 이석철 이석현 법률대리인 제공
◇K팝 부정적 이미지 강화 우려 


가요기획사의 폭력적 행태는 K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할 우려가 크다. 해외 언론은 ‘음악을 수출품으로 만든 제작사의 기획으로 길러진 소년과 소녀들’(2011년 프랑스 일간 르몽드)이라거나 ‘K팝 노예계약과 성로비는 한류의 그늘’(2012년 영국 인간 파이낸셜타임스)이라며 K팝의 어두운 이면을 주시해 왔다. 중국에서 투자를 받아 한국과 중국에서 활동할 남성 아이돌 그룹의 데뷔를 준비 중인 국내 한 가요 기획자는 “이번 일(더이스트라이트 폭행 사건)은 어렵게 되살아난 K팝 한류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성년자들이 몰리는 가요기획사에 연습생들의 인권 실태 조사 및 감독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연습생 등의 법률 상담은 75건이 이뤄졌다. 기획사의 무리한 금전 요구나 계약 불이행에 대한 고소ㆍ고발 관련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현행법상 연예기획사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체로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한다. 연습생에 교육비 명목으로 돈을 받을 땐 학원으로도 등록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등 유관 부처가 연습생 인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구조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가요기획사의 연습생 교육 및 관리 행태 감시를 의무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3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바이오더마 X 더쿠 💦] 내 피부 수분이끌림! 컨디션 2배 끌올! <하이드라비오 에센스로션> 체험 이벤트 259 00:07 3,646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896,756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425,220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192,66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612,931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687,65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4 21.08.23 3,519,40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376,567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52 20.05.17 3,079,193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652,01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8,026,975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02275 이슈 와 웹소 독자들 실질적 문맹률 오진다더니 59 02:58 3,897
2402274 이슈 영상편집 센스 타고난 듯한 아이돌 셀프 브이로그 5 02:53 2,427
2402273 이슈 [연애남매] 음색 좋다는 말 많았던 여출 '지원' 노래...x (연프 맞아요) 9 02:40 1,186
2402272 이슈 꽤 많아진 현지화 남자 아이돌들.jpg 71 02:37 7,220
2402271 유머 인덕션에서 적은 기름으로 튀김을 할수있는 냄비 24 02:35 3,399
2402270 이슈 많이 발전한 한국이 고맙다는 재일교포 2세.jpg 26 02:34 3,730
2402269 유머 우승팀 프차가 우승 후 보이는 팀형과 팀감독에 대한 태도 6 02:29 1,307
2402268 이슈 핫게 니코틴 살인사건 관련 기사 대법원판결까지 나온 후 기사임 54 02:14 4,341
2402267 이슈 오타쿠들 뒤집어진 트위터 2차 창작 연성에 나타난 사람.twt 5 02:11 2,593
2402266 이슈 완전 똘망똘망한 큐브 신인 남돌 막내 어린시절.jpg 6 02:07 1,248
2402265 정보 손흥민 시즌 17호골.gif (PL통산 120호골) (+손흥민 PL 300경기 출전기념 자축포) 117 02:07 4,810
2402264 이슈 소속사에서 가장 반대가 심했다는 (여자)아이들 타이틀곡 168 02:00 13,871
2402263 기사/뉴스 美 미니멀리즘 거장 프랭크 스텔라 별세 1 01:52 2,313
2402262 유머 과학자들이 과학을 연구하다 결국 종교에 빠져드는 이유.jpg 51 01:50 5,571
2402261 기사/뉴스 이스라엘 총리 "일시휴전 가능하지만 종전 수용 못 한다" 3 01:48 722
2402260 이슈 남초에서 만든 굿즈 제작거부 연대기 131 01:48 16,837
2402259 이슈 ebs교육방송 조류 가문 미친 신인 영업합니다 제발 보고가세요 51 01:45 4,279
2402258 이슈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아는 얼굴이 보여서 놀란 보아 영상.twt 1 01:45 2,371
2402257 유머 초밥 5개에 20만원입니다. 손님 12 01:45 5,548
2402256 이슈 세븐틴 초동 종료.jpg 30 01:43 3,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