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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조선시대 왕들의 합방 절차
20,821 16
2018.10.1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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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동침 절차 중에서 왕과 왕후뿐만 아니라 왕과 후궁·궁녀들의 동침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될 만한 것들만 추려보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과정이 도출된다.

1. 파트너 선정 : 왕의 동침을 관장하는 대전 상궁은 사전에 일진(日辰)을 본다. 운세를 보는 것이다. 특정일에 어느 여인의 운세가 왕의 운세와 잘 맞는지를 판단하여 파트너를 결정한다. 이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는, 왕이 누구와 동침해야 왕자를 낳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왕이 어떤 여인과 함께하고 싶어 하는가는 우선적인 고려대상이 아니다.

일진이라는 것은 인간의 해석을 통해 도출되는 것이므로 여기에 대전 상궁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이 컸다. 경제력이나 권세가 든든한 가문에서는 대전 상궁이 자기 딸의 운세를 좋게 봐줄 수 있도록 금전적·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같은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 왕실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처럼 생각하는 대전 상궁으로서는 왕자 생산이라는 최우선 목표를 염두에 두고 '파트너'와 '동침 날짜'를 결정했을 것이다.

2. 이부자리 준비 : 대전 상궁의 지휘 하에 생각시(어린 궁녀)들이 이부자리를 준비한다. 덮을 것과 깔 것과 벨 것이 준비된다. 이것들은 각각 2벌씩 준비된다. 그런데 세수간(세숫물 준비 부서) 궁녀로 입궁했다가 고종과 잠자리를 가져 실질적인 후궁 대우를 받은 삼축당 김씨(1890~1972년)의 증언에 따르면, 고종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보료(두툼한 요)를 3벌이나 준비하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그리고 요즘 같은 여름이면 모기장을 꼭 준비해야 한다. 대궐에는 숲이 많아서 모기가 유난히 극성을 부렸다고 한다. 그러므로 여름철에 방영되는 사극에서는 왕의 침실에 모기장을 쳐야 하는 것이다. 클레오파트라도 침실에 모기장을 설치했다 하니, 모기장의 역사는 꽤 긴 모양이다.

젊은 궁녀들은 침실 근처에 얼씬할 수 없었다


3. 침실 준비물 완비 : 이부자리를 깔아놓은 뒤에는 그 머리맡에 물수건을 놓는다. 구한말에는 물수건 옆에 초인종도 함께 놓았다고 한다. 또 요강과 타구도 대령한다. 타구란 침이나 가래를 뱉는 그릇이다. 그리고 다섯 개의 촛대에 불을 밝혀 둔다.

한편, 왕의 침실에는 살림살이를 놓지 않는 게 원칙이다. 잠자는 데에 필요한 것 외에는 일절 비치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왕의 신변을 위협할 만한 일체의 도구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4. 일부 궁녀들의 철수 : 침실이 정돈된 다음에 두 남녀가 입장하면, 숙직 상궁들을 제외한 나머지 궁녀들은 침실 근처에서 즉각 철수해야 한다. 숙직 궁녀들은 보통 60대나 70대였다고 한다. 그보다 젊은 궁녀들, 심지어는 50대 후반의 궁녀들도 침실 근처에는 얼씬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숙직 상궁들은 왕의 성관계에 개입했으므로, 이들의 나이가 많아야만 왕이 심리적으로 편안했을 것이다.

두 남녀의 입장이 완료된 다음에는, 연로한 상궁이 침실 이곳저곳을 최종적으로 점검한다. 그는 이부자리를 살핀 뒤에 다섯 개의 촛불을 하나씩 끈다. 그 상궁이 소등을 하고 나오면, 그제야 왕과 여인은 본격적인 잠자리를 갖게 된다.

5. 숙직 상궁들의 보좌 : 왕의 잠자리는, 엄밀히 말하면, 1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가 아니라, 1명의 남자와 최대 9명의 여자가 함께 하는 것이라고 표현해야 한다. 왜냐하면, 총 9개의 방이 우물 정(井)자 형태로 연결된 대형 침실 중에서 중앙의 방에는 왕과 여인이 들어가고 미닫이문으로 서로 붙은 8개의 방에는 숙직 궁녀가 한 명씩 들어가기 때문이다. 약간의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침실의 기본적인 구조였다.

TV 속에 나오는 왕의 침실은 그나마 넓은 편이다. 경복궁 강녕전의 침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왕과 여인이 함께 지내는 공간은 두 사람이 좀 편하게 누울 수 있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바로 옆방에 대기한 상궁들이 왕의 숨소리를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었다.

특이한 것은 숙직 상궁들의 방을 연결하는 미닫이문은 항상 열어두었다는 점이다. 왕의 방과 숙직 상궁의 방을 연결하는 문만 닫아둘 뿐이었다. 이는 숙직 상궁들이 서로의 행동을 관찰 내지는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기여했을 것이다.

왕의 잠자리 목적은 오로지 '왕자생산'

그럼, 숙직 상궁들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했을까? 그들의 임무는 왕을 시중드는 한편 왕의 성관계를 '보좌'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성관계 도중에도 왕에게 이러저러한 조언을 했다고 한다. 왕이 어린 경우에는 이들의 역할이 한층 더 컸을 것이다. 왕이 너무 '심취'한 경우에는 "옥체를 생각하시어 이제 그만하십시오!"라며 왕을 제지할 정도였다고 한다.

숙직 상궁들을 두어 왕을 보좌하도록 한 것은 왕의 잠자리가 쾌락 그 이상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왕이 여인을 가까이하는 것은 성적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왕자의 생산을 위한 것이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왕이 지나치게 쾌락에 빠져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들은 언제라도 왕을 제지할 권한과 책임이 있었다. 이들은 왕의 성관계가 왕자 생산이라는 목적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왕의 행동을 관리할 책임을 지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정리한 바와 같이, 잠자리 날짜나 파트너를 결정할 때는 물론이고 왕이 잠자리를 가질 때에도 왕자 생산이 언제나 최우선적 목표였다. 왕과 여인의 관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원칙상 후사(後嗣)의 생산을 위한 것이어야 했다.

이 관계 속에서 왕의 쾌락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신하나 일반 백성들에게는 쾌락추구가 당연히 허용되었지만, 국왕에게는 원칙상 그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왕은 낮이나 밤이나 항상 '공인'으로서, 아니 '성인(聖人) 지망생'으로서 살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이런 점들을 보면, 왕이란 위치가 '남자'로서는 결코 좋은 자리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남자이기를 포기한 사람이나 만족할 수 있는 자리였다. 공식적으로 최고의 권력을 보유했다는 점에서는 매력적인 자리였는지 모르지만, 남자로서의 삶을 살기에는 아주 '꽝'이었던 것이다. 적어도 이 문제에서만큼은 왕은 신하나 백성들을 무척 부러워했을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는 동이와 숙종의 동침이 애틋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지만, 실제로 왕의 침실에서는 그런 애틋함에 기초한 상황이 연출되기 힘들었다. 왕의 동침은, 다닥다닥 붙은 주변의 방들에서 들려오는 상궁들의 숨소리는 물론 그들의 잔소리까지 의식하면서 '차기 대권주자들의 생산'이라는 목적을 위해 진행되는 일종의 '공식 행사' 같은 것이었다.


출처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1434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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