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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골목식당 막걸리 논란에 대한 서울대 문정훈교수 페북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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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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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백종원 선생의 방송을 보면 영락없는 한국판 '고든 램지'이다. 근데 곰곰히 보면 나이스한 성격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제이미 올리버'의 느낌도 좀 보이고. 맛알못인 나의 입장에서 그의 '12 막걸리 감별', 눈과 코만을 이용해서 외관만을 보고 '햄버거 재료 감별'하는 능력을 보면 정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리고 그가 직관적으로 (물론 수많은 연습과 경험이 바탕이 된) 제시하는 레시피는 대중들의 선택을 받는다. '골목식당'에서 백종원 선생의 솔루션은 기가막히게 대중의 취향을 공략하며 어려운 자영업자들에게 영감을 준다. 진짜 대단한 분임이 틀림이 없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막걸리 편에서의 '나는 물이 더 중요한 것 같아 vs. 누룩이 더 중요해요'가 방영 되었을 때 명욱 선생, 이대형 선생, 이여영 대표 등의 다수의 주류 전문가들과 황교익 선생 등 음식 전문가들이 백종원 선생의 '물이 더 중요해'에 대해 반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대중들에 의해 처절히 묵살당한다. 이 묵살은 그냥 쌩까는 '무시'가 아니라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나서지 마라'가 바닥에 깔려 있었고, 더 아래에는 '우리 갓종원 선생께서 그렇다고 하는데 웬 듣 보 잡?'의 신뢰가 깔려 있음이 느껴졌다. 특히 황교익 선생이 반론을 제기하니 세상에...... 저 분이 뭘 저리 잘못하셨길래... 토론에 있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잘 모르면 나서지 말고 입닥쳐라'라는 건데 모든 언론과 댓글은..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댓글들에서 제대로 된 반론을 거의 본적이 없다.

골목식당 막걸리 편이 두 편 나가고 나서 나 역시 백종원 선생의 진단이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도 그러하다. 다만 주류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누룩'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나 개인적으론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룩은 누룩을 잘 이해하고 누룩을 잘 만지는 사람의 손에 들어가야 누룩이 되지, 그게 아니면 곰팡이 덩어리와 다를 바가 없다. 누룩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우 까다로운 친구다. 그래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생산되고 판매되는 막걸리의 다수가 누룩이 아닌 일본식 입국(원래는 사케 제조용으로 일제 강점기에 한국에 들어온 일본식 정제 효모)을 활용해서 막걸리를 내린다. 우리가 아는 서울 장수 막걸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각 지역의 주요 막걸리들도 누룩을 버리고 입국을 쓰고 있다. 그 막걸리 청년 사장의 누룩 수제막걸리는 백종원 선생과 일반인 평가단으로부터 혹평을 받았고, 12 막걸리 감별에서도 백종원 선생께 박살난 청년 사장은 레시피를 바꾸기로 결심한다. 재벌집 아들로 취미로 양조하는 게 아니라 장사하는 자영업자라면 팔리는 막걸리를 만들어야 하지 않는가?

그 청년 사장은 호평받는 막걸리들을 연구해서 새로운 레시피로 막걸리를 제조했고, 어저께 '골목식당' 방영분에서 두 개의 시제품을 백종원 선생께 제시했으며, 그 중 하나가 낙점되었다. 그리고 방송은 해피엔딩. 그런데 인터넷에서 이래저래 자료를 찾다보니 이 막걸리 청년 사장의 경력이 심상치가 않다. 방송에서도 잠깐 언급되었지만 양조학으로 대학원까지 다녔고, 심지어는 전통주 양조로 농촌진흥청에서 연구원까지 지냈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아닌가! 누룩의 특성을 잘 모른채 오로지 투지 하나로 돈 벌겠다고 막걸리에 무작정 뛰어 든 건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호기심을 이길 수 없는 나는.. 몇 번을 고민하다가 그 막걸리 청년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말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원래의 막걸리 레시피가 무엇이었는지, 이번 방송에서 백종원 선생께 컨설팅을 받아 새로 나온 막걸리의 레시피는 무엇인지 궁금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그 청년 사장은 매우 친절하고 진중하게 응답해 주었다. 원래의 레시피는 우리 누룩(개량)을 써서 내렸고 마지막에 설탕을 넣어 추가 발효를 시킴으로써 알콜도수와 함께 청량감을 더했다고 했다 (첨가된 설탕을 누룩이 먹음으로써 알콜과 co2, 그리고 누룩 특유의 향미 물질이 나오고 단맛은 사라진다). 그의 기본 컨셉은 시큼털털하고 단맛없이 드라이한 막걸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송이 진행되면서 벤치마킹 후 새롭게 만든 레시피를 물어 봤더니, 누룩을 버리고 대중적인 일본식 입국을 썼으며, 대중적인 단맛을 내기 위해 아스파탐과 감미료를 넣었다고 했다. 그리고 손님들의 반응은 좋다고 이야기 했다.

잘 하신 결정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꼭 돈 버셔서 그 돈으로 다음에는 진짜 사장님이 만들고 싶으신 그 막걸리를 꼭 만드시면 좋겠다고, 그 때 꼭 대전 내려가서 먹겠다고, 꼭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저는 누구누구이고 이런이런 일을 하니 별로 도움은 안되겠지만 혹여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골목식당' 제작진은 장사 잘 안되는 숙성 고기집 하나 문닫게 하고 대신에 성공적으로 또 하나의 '새마을식당' 지점을 안착시켰다. 그래. 돈벌어서 나중에 진짜 제대로 된 숙성 고기집 하나 열면 되지. 제작진은 제작진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래도 뭔가 한 구석이 빈 듯한 이 허전한 마음을 지울수가 없다. 그냥 전화하지 말 걸 그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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