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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음악평론가가 덬의 시점에서본 에이핑크와 레드벨벳 콘서트의 차이점.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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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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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과 작년엔 에이핑크, 올해엔 레드벨벳 콘서트를 봤다. 매년 50회 이상의 공연을 꾸준히 관람하는데 이런 거 하나씩 곁들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술의전당, 서울시향 월간지에 글 쓰는 사람 중 걸그룹을 덕질하는 건 내가 유일하지 않을까?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다. 35년 가까이 록, 클래식, 재즈, 블루스에만 탐닉해오다 마흔을 앞두고 비뚤어졌다. 불혹(不惑)은 낭설임을 몸소 입증한 셈이다.



 에이핑크 본진, 레드벨벳 멀티 구도로 덕질하다 보니 결국 두 팀의 콘서트를 다 보게 됐다. 모두 내 돈 내고 본 사람으로서 황희 정승처럼 판정하자면 현장감과 유대감은 에이핑크가 낫고, 완성도와 디테일은 레드벨벳이 낫다. 그러고 보면 두 팀의 음악, 퍼포먼스, 이미지 등과도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에이핑크 공연은 뮤지션과 관객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0에 가깝다. 완벽하게 짜인 안무와 동선에 집착하기보다는 멤버들의 재량에 맡기는 부분이 많고, 그들은 그걸 친근한 분위기에서 판다들을 조련하는 데 할애한다. 눈 맞추며 소통하는 건 기본이고, 소소한 선물과 응원 소품을 받아 들고 무대에서 자랑하는 것도 종종 볼 수 있다. 때로는 관객이 건넨 스마트폰에 직접 셀카를 담아 돌려주기도 한다. 공연 내도록 하트 뿅뿅 분위기를 유지하며 ‘우린 지금 여기서 함께 추억을 만드는 중’이라는 느낌을 자아내는 게 특징이다.



 라이브 밴드와 함께하는 점도 그런 유대감을 돋우는 데 한 몫 한다. 신나게 달리는 부분에선 드러머가 화끈하게 밟고 두드리며 클라이맥스에선 기타 솔로도 빵빵 터진다. 멘트를 할 때에도 분위기에 맞춰 즉흥으로 반주를 깔아주는데 그 효과가 쏠쏠하다. 물론 음악 자체의 현장감도 확연히 좋다. ‘NoNoNo’의 인트로 기타 리프가 라이브 연주냐 녹음된 음원이냐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2015년 첫 콘서트 이래 계속해서 고태영 밴드와 호흡을 맞추고 있으며 앙상블은 충분히 안정적이다. 



 반면 레드벨벳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치밀하게 기획된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주는 데 주력하는 경향이 짙다. 안무와 동선은 보다 정교하게 준비되어 있으며, 멤버들은 그를 가급적 깨뜨리지 않는 가운데 주어진 콘셉트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데 집중한다. 최고 기획사가 키운 최정예 부대다운 실력을 바탕으로 ‘무대 위 아이돌’의 본분에 충실한 느낌이다. 그를 위해서인지 관객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자제하며 돌출 무대를 통해 관객에게 다가갈 때에도 최소한의 거리는 유지한다. 두 시간 반을 넘나드는 긴 시간 동안 ‘완벽하게 준비한 수준 높은 무대’를 관객에게 선사하려는 게 특징이다.



 빈틈이 없다. SM 스태프의 총체적인 역량이 곳곳에 스며있다. 큰 틀, 작은 틀에서 다양하게 스토리와 콘셉트를 짜고 그에 어울리는 무대와 의상을 준비한다. 옷 갈아입는 시간에 상영되는 자투리 영상물 또한 정식 뮤직비디오 못지않게 완성도가 높다. 뭐 하나 대충 때운 게 없다. 23년간 축적된 SM의 인적, 물적 자산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싶다. 스태프가 치밀하게 기획해서 판을 깔아주면 멤버들이 정확하게 구현하는 게 레드벨벳 공연이다. 라이브 밴드가 없는 건 아쉽지만 음악 스타일을 감안할 때 보통의 밴드 편성으로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확장된 편성으로 편곡도 곁들여야 할 텐데 언젠가는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위의 이야기는 상대적인 관점에서 풀어놓은 것이다. 절대적인 기준에서 평하면 에이핑크 공연의 완성도와 디테일에도, 레드벨벳 공연의 현장감과 유대감에도 큰 문제점은 없다. (팬덤이 약한) 걸그룹이라는 핸디캡을 안고도 단독 콘서트, 해외 투어를 치르는 단계까지 온 두 팀이니만큼 평균은 훨씬 넘는다. 다만 모두 관람한 입장에서 위에서 이야기한 측면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게 다가왔다는 이야기다. 괜히 이상하게 왜곡해서 좌표 찍어 사람 잡으려고 들면 버럭 화를 내주겠다.



 순전히 내 기준에서 두 팀 콘서트를 대표하는 멤버, 그러니까 MVP를 뽑으라면 에이핑크는 보미, 레드벨벳은 슬기다. 보미는 공연을 진심으로 즐기는 게 눈에 보인다. 중반을 넘어서면 스스로 흥을 주체하지 못해 슬슬 시동을 걸다가 결국 신이 나서 달린다. 노래를 애교 섞어 장난스럽게 부르거나 막춤을 추며 팬들의 응원 구호를 따라하는 건 예고된 수순. 2016년 콘서트의 솔로 타임에선 넘치는 에너지로 싸이의 ‘챔피언’을 불러 공연장을 뒤집어놓기도 했다.



 슬기는 그냥 ‘에이스’다. 어떤 음악, 콘셉트, 안무, 노래가 주어져도 찰떡같이 소화해낸다. 잘한다는 건 익히 알았는데 콘서트에서 한데 모아 보니 더욱 빛난다. 레드벨벳 콘서트의 지향점을 감안할 때 든든한 중심축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한국 걸그룹을 통틀어 최상위 반열의 실력자가 아닐까? 요즘 <프로듀스 48>에서 한국 연습생이 일본 프로를 압도하고 있다고 들었다. 슬기가 나가면 장판파의 조자룡마냥 쓸어버릴 것 같다. SM 연습생 기간만 7년이었다니 괜스레 대견하다. 포기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두 팀을 덕질하며 새삼 느낀 건 SM이라는 조직의 역량이다. 장기적인 플랜 아래 체계적으로 콘셉트를 준비하고 작곡가 팀이 국내 트렌드에 한발 앞선 음악을 지속적으로 뽑아낸다. 신곡 낼 때마다 콘셉트 짜내고 작곡가 섭외하느라 안간힘인 중소 기획사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거기에 다른 소소한 디테일도 훨씬 세세하게 챙기니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여기까지 성장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단 소리다. 물론 이 정도 컸으니 그리할 수 있는 측면도 다분하겠지만. 닭과 달걀 같은 건지도?



 에이핑크 한길만 걷다가 레드벨벳 멀티로 확장한 계기는 2집 <perfect velvet>이다. 별 생각 없이 전곡을 듣고선 깜짝 놀랐다. 걸그룹이라는 선입견을 빼고 들으면 영미권 주류 팝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한데 나 외에도 그런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음악 평론가 딱지를 달고 심각한 장르에 천착해온 양반들이 연달아 호평했고, 다소 삐딱한 성향의 음악 웹진 <weiv>는 아예 2017년 올해의 앨범 1위로 선정했다. 1위감인지는 모르겠으나 매우 잘 만든 앨범임엔 분명하다.



 그런 측면에서 수록곡 'Kingdom Come'을 콘서트에서 부르지 않은 건 제법 아쉽다. 팬덤에서 '갓킹덤'으로 불릴 만큼 절대적인 지지를 얻는 곡인데 아직 무대에서 선보인 적은 없다. 계속 콘서트를 찾다보면 언젠가는 볼 수 있는 건가? 이렇게 더욱 노예가 되어가는 모양이다. 아이, 행복해.



 당분간 매년 1~2회씩 걸그룹 콘서트를 관람할 계획이다. 에이핑크와 레드벨벳에 일단 몰빵하고 마마무도 한번은 볼 듯하다. 그 이상의 전선 확대는 자제할 생각이다. 나는 불혹은 모르지만 중용은 알기 때문이다.






음악평론가가 에이핑크덬질을 하게되어 멀티로 레드벨벳콘서트까지 가서 두그룹의 콘서트 차이점을 느껴보고 쓴글임.

어느콘이 더좋다 별로다는 의미없음. 두콘서트만의 특징을 잡아낸것뿐임

다만 에핑은 콘서트를 많이해본 경험이 있고 레드벨벳은 두번째콘서트라는 같지않은 상황이지만,읽어볼만함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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