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지하철·박물관등서 갈등
A(여·34) 씨는 지난 1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도서관 열람실에 음료를 들고 진입하려다가 사서에게 제지를 당했다. 대부분의 도서관에선 책, 논문, 신문 등 종이로 된 출판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음료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A 씨는 이를 근거로 한 사서의 조치에 강하게 항의했다. 이를 지켜보던 도서관 이용객 B(여·71) 씨는 “열람실에 있는 시민들이 시끄러워하니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라”고 꾸짖었다. A 씨는 이에 발끈해 “당신이 뭔데 간섭하냐” “쓰레기 같으니라고”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서울서부지법은 7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도서관을 비롯해 버스와 지하철, 박물관 등 공공장소에서의 ‘음료 반입 금지’를 놓고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법과 제도로만 규제하기에는 음료 반입 금지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버스의 경우 범칙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는 ‘조례’로 규정돼 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조례로 시내버스 내 음식물 반입을 금지했고, 지난 4월엔 △일회용 컵에 담긴 뜨거운 음료나 얼음 등 음식물 △일회용 컵에 담긴 치킨과 떡볶이 등 음식물 △뚜껑이 없거나 빨대가 꽂힌 캔 △플라스틱병 등에 담긴 음식물 등 반입 금지 품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최근 C(30) 씨는 뚜껑을 개봉한 음료 캔을 들고 버스에 탔지만, 기사는 제지하지 않았다. 자리가 없어 서 있던 C 씨는 버스가 급정거한 탓에 앉아 있던 승객의 바지에 음료를 엎었다. 다행히 승객이 “그럴 수도 있다”며 웃어넘기며 상황을 수습할 수 있었다. 지하철은 조례에 포함되지 않아 상황이 더 심각하다. 안내방송, 포스터 등으로 음료 반입 금지를 홍보하는 수준이다.
도서관과 박물관에서도 A 씨와 같은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종로구 도서관의 배모(여·28) 사서는 “음료 반입이 왜 안 되냐며 따져 묻는 이용객들이 종종 있다”며 “책이 훼손될 것을 우려한 조치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막무가내인 사람이 많아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