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에 벌레가 산다②] 그들만의 위험한 축제, 까판을 아시나요?
21세기 ICT 기술이 끌어낸 중세시대 마녀재판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키보드 워리어들은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면서 셀럽 외 일반인 유명인까지 노리고 있다.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특히 이미지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시각적 효과가 강력한 인스타그램이 그들의 주 사냥터다.
▲ 인스타그램 까판, 까계정이 문제가 되고 있다. 출처=갈무리
릴랑드보떼 잔혹사
여선주 대표는 인스타그램 기반의 쇼핑몰 릴랑드보떼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인이다. 요가강사로 활동하며 인스타그램 일반인 셀럽으로 활동했으며, 화장품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미디어 커머스 기반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여 대표가 처음 키보드 워리어들의 먹잇감이 된 시기는 2016년 4월이다. 한 셀럽이 릴랑드보떼의 제품을 정식으로 구입해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누군가 ‘릴랑드보떼의 협찬이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고, 그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해도 믿지 않았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여 대표에게 ‘진실이 무엇이냐’고 추궁했고, 여 대표가 적극적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중 갑자기 ‘공격’이 시작됐다.

▲ 릴랑드보떼. 출처=갈무리
여 대표는 인스타그램 ‘까판’과 ‘까계정’이 등장했다고 전했다. 인스타그램 까판은 말 그대로 공격을 하는, 상대방을 ‘까는 판’이라는 뜻이다. ‘까계정’은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 존재하는 계정이다. 여론을 선동하는 특정인이 까계정과 까판을 통해 추종자들을 모아 누군가를 공격하는 행태가 벌어진다는 게 여 대표의 설명이다. 까판과 까계정은 익명성에 숨은 이들이 누군가를 공격하고 그릇된 유희를 즐기는 21세기 마녀사냥, 사이버 인민재판인 셈이다. 당연히 진실과는 거리가 멀며, 비단 릴랑드보떼의 문제만은 아니다. 광범위한 영역에서 많은 셀럽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릴랑드보떼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찾아와 추측성 댓글을 다는 한편 노골적인 제품 폄하가 벌어졌다고 여 대표는 말했다. 이 과정에서 여 대표 개인은 물론 그의 가족, 지인들에 대한 무차별 마타도어가 벌어졌다고 한다. 2015년 군에 입대해 2017년 4월 야전부대 군의관으로 전역한 여 대표의 남편 이인재 씨는 복무 기간 군 법무부에서 조사까지 받아야 했다. 공격을 하는 이들이 약물 반출과 고객 해킹과 같은 다양한 명목으로 군 부대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여 대표는 당시 남편이 겪은 고초가 전적으로 ‘릴랑드보떼를 운영하는 여 대표의 남편이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동안 불을 뿜은 공격은 당시 5개월 만에 갑자기 중단됐다. 그들의 공격이 갑자기 중단된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여 대표는 2016년 강남패치 사건이 원인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강남패치 사건은 정 모 씨가 2016년 7월 유흥업소나 그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본인이 추정한’ 이들의 신상정보를 인스타그램에 노출한 사건이다. 그 과정에서 유흥업소에 근무하지 않는 사람들의 신상정보까지 무단으로 노출됐고 결국 정 모 씨는 경찰에 검거됐다. 여 대표는 “릴랑드보떼를 공격한 이들이 강남패치 사건이 벌어진 후 정 모씨가 구속되자 겁을 먹은 것 같다”면서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올 수 있으니 공격을 멈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동안 뜸하던 공격은 올해 5월부터 다시 시작됐다. 공격은 더욱 집요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이뤄졌다고 여 대표는 목소리를 높였다. 여 대표는 “릴랑드보떼의 제품을 사용한 후 하혈을 했다는 괴소문까지 인스타그램 까계정을 통해 유통되는 것을 보고 절망했다”면서 “자기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고객에게 메시지까지 보내고, 가족과 지인들의 사업장까지 집요하게 공격하는 한편 갓 태어난 아기에게 악담을 퍼붓는 일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 마타도어의 일부. 출처=갈무리
실제 릴랑드보떼를 공격하는 인스타그램 까계정 목록을 취합해 살펴본 결과, 단순한 마타도어로 보기에는 이해되지 않는 면이 많다. 여 대표의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다운받아 악의적인 비속어까지 사용하며 공격하는 것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악의적인 패러디 이미지를 제작하는 등 ‘열과 성을 다하는 장면’도 보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성토만 하는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인 영업방해, 심지어 별도의 ‘취재’를 하지 않으면 절대 확인할 수 없는 민감한 정보도 파헤치고 있다.
릴랑드보떼와 거래하는 유통사 블러썸의 이정아 대표는 그들의 행태를 두고 “끈질기고 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플라잉 테이블이라는 회사로부터 파인애플 식초 제품을 받아 릴랑드보떼의 플랫폼으로 유통하는 업무를 했고, 이 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행태를 목격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대표는 “인스타그램 까계정에서 제품을 복용하고 하혈을 한다, 설사를 한다는 말이 나돌았지만 전부 사실무근”이라면서 “이들은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에 릴랑드보떼를 통해 유통되는 제품에 부작용이 있다는 콘텐츠를 퍼트리는 한편 연관 검색어 작업도 한다”고 말했다. 드루킹 일당이 벌인 매크로 작업과 유사하다. 실제 네이버 검색창에 릴랑드보떼를 검색하면 ‘부작용’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최상위에 올라온다.
인스타그램 까계정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에 약간의 신빙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대표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 대표는 “문제가 생기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환불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한다. 이 과정에서 제품에 대한 피해를 입증받기 위해 진단서를 요구했는데 대부분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플라잉테이블의 이동건 이사도 사실무근이라고 토로했다. 이 이사는 “누군가 제품을 복용하고 불면증이 심해졌다면서 진단서가 아닌 소견서를 제출한 사례도 있었는데, 제품에 떳떳했기 때문에 직접 고객을 찾아가 설명하려고 했지만 만나주지 않았다”면서 “알고 보니 불면증 소견서를 고객이 살고 있는 동네 내과에서 끊었더라. 답답한 마음에 소견서를 끊어 준 의사를 만났는데 의사가 당황하며 ‘그냥 대충 환불해주시죠’라 했다”고 말했다. 소견서를 끊어준 내과는 불면증을 앓았다는 고객의 단골 병원으로 밝혀졌다. 이 이사는 “제품을 복용하고 문제가 있다고 산부인과 진단서를 끊어 온 고객도 있었지만, 명확한 확인을 위해 정확한 진단을 받자고 하니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면서 “내과에서 받은 소견서, 산부인과 진단서가 문제제기의 전부다. 이외에 어떤 증거도 없었으나 지금 이 순간에도 인스타그램 까계정에는 이를 규탄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글들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 릴랑드보떼를 비방한 이들의 자료를 모은 데이터, 경찰에 제출됐다. 출처=갈무리
엄청난 피해… “모두 고소, 선처 없다”
릴랑드보떼를 겨냥한 인스타그램 까계정, 까판의 공격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피해상황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동건 이사는 “인스타그램 공격이 시작되며 5000박스의 재고가 쌓였다”면서 “식약처에서 직접 현장에 나와 우리 제품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공격은 지속되고 있다. 엄청난 영업방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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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한 공격은 멈추지 않는다. 이에 따른 영업위축도 큰 피해다. 이 이사는 “최근 다른 상품 출시를 준비하며 아예 다른 법인을 세웠다. 대표가 부당한 공격에 공포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선주 대표도 억울함을 토로했다. 여 대표는 “정신이 아픈 사람들이 이런 공격을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절대 잡히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괴담을 퍼트리는 중”이라면서 “CS도 신경을 쓰며 지금까지 문제없이 이어오던 사업이 부당한 공격을 받고, 나 개인은 물론 가족과 지인까지 공격당하는 상황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여 대표는 사이버수사대에 정식 수사 의뢰를 했다. 여 대표는 “공격을 하는 사람들을 추정할 수 없지만, 그들은 자기들의 현실이 어려워 나처럼 소소하게 행복을 찾아 살아가려는 이들을 시기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한다”면서 “일부 신원이 확인된 이들을 보면 2030 아기 엄마들부터 50대 여성까지 다양하다. 자기들의 불행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공격하는 것으로 해소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 대표의 남편인 이인재 씨는 “최근에는 아내에게 인스타그램을 보지 못하게 한다”면서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며 사태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반드시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인재 씨는 “까계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구청에 민원을 넣었는데, 15일간 300건의 전화가 왔다고 한다”면서 “공무원과 이야기를 해보니 5명 정도가 돌아가며 전화를 한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숫자는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여 대표와 이인재 씨, 블러썸의 이정아 대표와 플라잉테이블 이동건 이사 모두 “선처 없이 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