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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연금술사 평가

무명의 더쿠 | 04-08 | 조회 수 5565

2. 평가

2000년대 소년만화의 걸작

튼튼하고 치밀한 구성과 줄거리, 현실적이면서 독창적인 설정, 뛰어난 연출과 액션, 줄거리를 관통하며 세련되게 어우러지는 주제의식과 그에 관련된 인간에 대한 철학적 담론, 그 주제의식에 잘 부합하면서도 매력있는 캐릭터, 어두운 분위기와 개그의 완급조절,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떡밥 회수에 성공하면서 작품 테마에 맞아떨어지는 시원하고 깔끔한 마무리로 완성도가 매우 높기로 정평이 나 있는 작품이다. 이 점은 당시 강철의 연금술사와 같이 레전드로 칭송받던 작품들이 폭력의 미화 같은 강한 비판을 피해가지 못한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독보적이다.

스토리 면에서는 소년만화의 정석을 따르는 모험 활극적인 면,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튼튼한 구성, 무게 있는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언제나 개그를 잃지 않아 작품 분위기가 암울해지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구성도 치밀한 편이어서 초반부의 사소한 장면들이 후반부에서 결정적인 작용을 하는가 하면 엑스트라에 불과한 줄 알았던 인물이 매우 큰 활약을 하는 등 [12]의 전개가 매우 많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처음에는 엘릭 형제가 몸을 되찾기 위해 현자의 돌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시작하나, 곧바로 현자의 돌의 정체가 초반에 밝혀진 이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국토연성진을 막는 내용으로 전환된다.

일부 독자가 권선징악적인 전개라고 오독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그보다는 연출상의 문제 때문에 긍정적으로 묘사될 뿐, 등가교환으로 지칭되는 현시창에 가까운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그 이전에 대부분의 인물들이 입체적이기 때문에 권선징악같은 평면적인 전개로 나아가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호문쿨루스와 중앙군, 머스탱파, 엘릭형제 및 기타 인물들(키메라, 그리드)가 협력하기도 배신하기도 이용하기도 하고, 대부분의 인물들 역시 선악관이 아닌 자신의 목적을 위해 싸운다.

작중 주역에 가까운 머스탱 일파 역시 연쇄살인마였던 밸리 더 쵸퍼등을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하기도 한다. 로이 머스탱의 경우도 최종적인 이상은 비교적 긍정적인 편이나, 그를 위해서라면 우선 정권을 얻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묘사되는 편. 단적으로 졸프 J. 킴블리 등의 캐릭터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신념을 관철한다면 그것이 가치있는 것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극단적인 몇몇을 제외하면 선악의 이분법적인 구분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도 볼수 있다.

결말도 주인공 일행만 보면 권선징악형 해피 엔딩이지만 아메스트리아 전체를 보면 국민들을 모조리 희생시키려 한 킹 브래들리는 영웅화되고, 내전 중에 기회를 엿보면서 세력을 온존한 글래먼이 권력을 얻은 점을 보면 애매하다. 거기다 묘사를 보면 국토연성진 추진파중 생존자 및 친 브레드레이파는 보신에 성공할듯한 묘사가 있다. 결말에 나오는 사진을 보면 엘릭 형제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모양이지만 사후에도 문제가 없을지는 미지수.

설정 면에서도 독창성이 높다. 그 예로 연금술 자체만을 봤을 경우에는 이름만 연금술이고 몇몇 상징들과 명칭들를 차용했을뿐 사실상 현실의 연금술과는 화학적인 부분을 다룬다는 것 말고는 거의 비슷한 부분이 없다. 그러나 이 덕분에 작중에 연금술은 현실의 첨단과학 그 중에서도 생물학-화학의 역할을 하는 것 혹은 비유로도 볼수도 있는데, 이 덕분에 생체연구나 인체실험, 클론, 지적생명체 창조등에 대한 고찰을 엿볼수 있으며 무엇보다 물 35L, 탄소 20kg, 암모니아 4L, 석회 1.5kg, 인 800g, 염분 250g, 질산칼륨 100g, 유황 80g, 불소 7.5g, 철 5g, 규소 3g라는 대사로 유명한 인간 자체에 대한 고찰, 알폰스의 영혼 및 자아 존재에 대한 고찰등이 부분부분 작중에 등장한다.

작가가 밀덕이라 군대에 대한 요소가 많이 녹아있다.[13] 하지만 작중에 녹아있는 밀덕적 요소도 이런 요소를 가진 대부분의 작품이 가지는 군에 대한 동경보다는 확고한 반전의식 및 전쟁의 비극을 전면[14]에 내세움으로서 군 자체에 대한 미화라면 몰라도 전쟁 및 폭력 미화 논란에서 비교적 깨끗한 편.[15]

이런 식으로 캐릭터 활용만큼이나 반전(反戰), 근현대 과학의 도덕성, 영혼의 존재, 종교, 민족 등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상당히 많이 던저주는 작품.[16]

후반으로 가면서 스케일은 커졌지만 디테일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평도 있다. 특히 많은 팬들이 아쉬움을 표하는 것은 호문쿨루스의 설정[17]으로, 초반에 매우 중요하게 나온데다가 자체로도 흥미거리가 많은 소재인데도 능력자체의 기원이나 활용도에 대한 상세한 설정이 나오지 않는다. 작중 주어진 단서는 플라스크 속의 난쟁이라는 수수께끼의 생명체가 나타나 자신의 불완전한 측면들(7대 죄악과 관련)을 반영한 분신들을 낳게 되었다 라는 정도로, 정작 이 플라스크 속의 난쟁이가 또 그 출신이 인간이 만든 것, 정도의 묘사에 그쳤다. 이 때문에 호문쿨루스 개별 인원들의 활약상과 각자가 보유한 드라마 비중이 천차 만별이다.

어쨌든 호문쿨루스들 대부분의 스토리 기여도와 작중 묘사는 상당한 편이고, 일각에서는 스토리를 중시하는 작품이 꼭 설정을 자세히 보여줄 필요는 없으며 실제로 이런 세세한 부분을 물고 늘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본작의 전개가 스피디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단행본 12권 후기에 의하면 스토리와 무관한 생년월일, 혈액형등의 캐릭터 데이터는 아예 설정을 안 했다고 한다. 에드워드 엘릭이 키가 작은 이유부터 눈색과 머리색, 인체 연성으로 잃은 부위까지 스토리와 연결된 상당히 디테일한 캐릭터임을 감안해 본다면 설정을 대충 만들었다기 보단 설정놀음을 위한 설정은 만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캐릭터성 면에서는 소년만화의 왕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인공 에드워드와 알폰스 형제는 전투력 면에서는 처음부터 거의 성장이 완료되어 있기 때문에 정신적인 성장에 이야기의 초점이 맞춰졌다. 또한 에드는 팔과 다리를 오토메일로 대체하고 있고, 알폰스는 갑옷을 몸을 대신하고 있다는 설정으로 신선함을 주었으며 장애와 결손에 대한 모에에 대한 선구자로 불리기도 한다.

조연들도 인상적인 캐릭터가 많으며 윈리 록벨, 리자 호크아이 같은 여성 캐릭터들은 비록 역할상 조력자이긴 하지만 주체적인 여성상을 보여주어 호평을 받았다. 대부분 등장인물의 캐릭터성에는 모에 요소나 지나치게 개성적인억지설정은 거의 없으며, 주로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면이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등장인물의 성격들은 약간 전형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야기의 주제나 개연성과 잘 맞아떨어지는 편이다.

또한 조연 캐릭터들이 단순히 주인공 형제의 지지자나 적대자로 머물지 않고, 각자가 추구하는 이상 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아가며[18], 이 과정에서 서로 부딪치고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며 정신적인 성장을 이루고 마침내 하나의 본질에 도달하는, 이야기의 또다른 주체로서 활약한다. 각자의 목표를 추구하던 수많은 조연들이 마지막에 이르러 한 명의 최종보스를 막기 위해 함께 싸우는 작품의 전개는 이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초반에는 단지 복수귀에 불과했던 스카는 작품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이슈발의 영광을 재현하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일족을 위해 황제가 되려던 린은 그리드와의 관계를 통해 싱의 모든 일족을 포용하는 진정한 황제로 거듭나며, 머스탱은 대총통이 되지는 못했으나 과업을 속죄하고 이상에 더욱 다가서기 위해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한다. 호엔하임은 모든 현자의 돌을 소진하고 생의 막바지에 이르러서 에드워드에게 '아버지'라는 말을 듣고 행복하게 임종을 맞으며 엘릭 형제는 연금술의 힘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방법을 찾기 위해 다시 여행을 떠난다. 결국 인물들이 추구하는 모든 이상은 인간을 향한 진정한 사랑이라는 하나의 본질로 귀결되며, 스카의 형이 주장하던 '긍정적인 흐름이 모이면 세상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믿음과, 엘릭 형제가 증명하고자 하는 '10을 받으면 11을 돌려주는' 새로운 원리도 이와 일맥상통. 이는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강철의 연금술사는 단순한 엘릭 형제의 모험극이 아니라 각자의 짐을 짊어진 수많은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리에 다가서는 인간 찬가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최근 만화에서 보이는 캐릭터를 기반으로 미디어 믹스, 후속작, 외전 전개를 목표로 세부적인 섬세함을 내세운 작품들과는 달리, 단편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결말을 염두에 둔 작품으로 전체의 완성도에 중점을 두고 완성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실제로 장기 연재 만화, 그것도 배틀 중심의 소년만화에서 이렇게 완성된 짜임새와 스토리적 재미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인간에 대한 철학적인 담론까지 자연스럽게 엮어낸 작품은 매우 드물다.[19]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캐릭터 성도 적절히 뛰어난 터라 상업적으로도 완성도 측면에서도 성공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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