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성 안에서 조선 사람의 빙수 집치고 제일 잘 갈아주는 집은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종로 광충교 옆에 있는 환대상점이라는 조그만 빙수점이다. 어름을 곱게 갈고 딸깃물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분명히 이 집이 제일이다. 안국동 네거리 문신당 서점 위층에 있는 집도 딸깃물을 상당히 쳐주지만 그 집은 얼음이 곱게 갈리지를 않는다. 별궁 모퉁이의 백진당 이층도 좌식이 깨끗하나 얼음이 곱기로는 이 집을 따르지 못한다.
효자동 꼭대기나 서대문 밖 모화관으로 가면 우박 같은 얼음 위에 노랑물 파랑물 빨강물을 나란히 쳐서 색동 빙수를 만들어주는 몇 집이 있으니 이것은 내가 먹는 것 아니라해도 가엾어 보이는 짓이다.삼청동 올라가는 소격동 길에 야트막한 초가집에서 딸깃물도 아끼지 않지만은 건포도 네다섯 개를 얹어주는 것은 싫지 않은 짓이다.
그리고 때려주고 싶게 미운 것은 남대문 밖 봉래동하고 동대문 턱에 있는 빙수 집에서 딸깃물에 맹물을 타서 부어주는 것하고 적선동 신작로 근처 집에서 누런 설탕을 콩알처럼 덩어리 진 채로 넣어주는 것이다.
-방정환의 수필 '빙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