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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취재파일] 태풍 밀어내는 폭염…폭염 밀어내는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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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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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밀어내는 폭염…폭염 밀어내는 태풍

하루도 쉬지 않고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된 지 이제 10일 다되어가지만 폭염의 기세는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연일 전국의 낮 최고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역대 최고 기온인 40℃를 곧 넘어설 태세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필리핀 북동쪽 먼 해상인 일본 오키나와 남남동쪽 470km 부근 해상에서는 제10호 태풍 '암필(AMPIL)'이 북상하고 있다. 20일 오전 9시 현재 중심기압 985hPa(헥토파스칼), 중심에서는 초속 27m(시속 97km)의 강풍이 불고 있고 강풍 반경이 270km인 강도 중급의 소형 태풍이다. 태풍 암필은 앞으로 타이완 북쪽 먼 해상을 지나 22일 오전에는 중국 상하이 남쪽에 상륙할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예상진로 참고)


제10호 태풍 암필 예상진로 (사진=기상청)태풍 암필이 한반도나 일본 쪽으로 북상하지 못하고 중국 남부로 향하는 것은 바로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폭염 때문이다. 한반도 상공 상층에는 티베트지역 확장해온 뜨거운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있고 하층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지표 부근 대류권 하층부터 12km를 넘는 대류권 상층까지 2층으로 두 개의 고기압이 한반도를 솥뚜껑처럼 덮고 있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열돔(heat dome)'이 만들어진 것이다.

한반도와 일본, 중국 동해안 일부까지도 덮고 있는 고기압(열돔)의 크기는 직경이 2000~3000km 정도에 이른다. 반경이 270km 정도인 태풍과 비교하면 면적만 비교해도 폭염을 몰고 온 고기압의 크기는 태풍보다 20배 정도는 크다. 또한 지상뿐 아니라 상층까지 3차원으로 크기를 비교하면 태풍과 폭염을 몰고 온 고기압의 차이는 훨씬 더 커진다.

태풍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태풍 암필의 경우는 현재 6km이상 고도에서는 태풍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상의 고도에서는 태풍과 같은 저기압이 아니라 정반대인 고기압의 형태로 나타난다. 태풍 암필의 키가 5~6km에 불과한 것이다. 반면에 폭염을 몰고 온 고기압은 지상부터 상층으로는 12km 이상 고도까지 고기압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과 상공에 직경이 2000~3000km, 높이가 12km를 넘는 커다란 열기둥이 서 있는 것이다. 폭염을 몰고 온 고기압을 건장한 어른에 비유한다면 태풍 암필은 갓 태어난 어린아이 정도도 채 안 된다.

때문에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태풍이 폭염을 몰고 온 고기압을 밀어붙이고 한반도나 일본 쪽으로 북상할 가능성은 없다. 태풍이 택할 수 있는 길은 현재로서는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 것뿐이다. 10호 태풍 암필이 타이완 북쪽 해상을 지나 중국 상하이 남쪽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폭염을 몰고 온 고기압이 태풍이 올라오는 것을 막고 중국 쪽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태풍도 밀어내는 폭염의 기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을 기준으로 볼 때 다음 주 초에는 폭염의 기세가 1차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음 주 화요일(24일)과 수요일(25일) 서울의 최고 기온은 36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하고 있다. 물론 1차 절정이 지난 뒤에도 적어도 이달 말까지는 서울의 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가는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폭염을 몰고 온 고기압을 조금이라도 밀어낼 태풍이 북상할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현재와 같은 강력한 고기압을 밀어내기 위해서는 고기압의 크기에 버금가는 말 그대로 슈퍼태풍이 북상해야 한다. 하지만 슈퍼태풍이 자칫 육상으로 북상하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 문제다. 가능한 한 많은 태풍이 발생해 중국이나 한반도, 일본으로 향하지 않고 일본 동쪽 태평양으로 북상해 한반도와 중국 동해안까지 확장한 무더운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을 조금이라도 약화시키는 것이 어찌 보면 현재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실제로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까지 폭염이 이어진 뒤 폭염을 몰고 온 고기압의 세력이 조금 약해지고 때맞춰 대형 태풍이 일본 동쪽 태평양으로 북상한다면 폭염의 기세가 꺾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물론 1년 중 가장 무더운 시기인 7월 말~8월 초인 만큼 대형 태풍이 지나간다고 올여름 더위가 그대로 물러갈 가능성은 없지만 그래도 막강한 폭염의 기세는 일단 꺾을 가능성은 있다. 희망 사항이지만 폭염이 심하다 보니 마치 기우제를 지내는 것처럼 대형 태풍까지 기다리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자연현상을 사람 뜻대로 할 수는 없지만 현재 태풍 발생 지역인 북서태평양 저위도 지역에서는 대류활동이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태풍의 씨앗인 소용돌이 구름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재 태풍 발생 지역의 해수면 온도는 28~30℃ 정도로 예년과 비슷하거나 예년보다 최고 1℃ 정도나 높다.


태풍의 씨앗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바닷물도 뜨거운 만큼 대형 태풍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는 기록적인 폭염을 몰고 온 고기압의 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태풍을 기대해 본다. 북상 중인 제10호 태풍 암필은 폭염에 밀려 중국 남부로 향하고 있지만 다음에 북상하는 태풍은 폭염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는 태풍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폭염을 몰고 온 강력한 고기압이 스스로 약해지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다. 티베트 고기압이나 북태평양 고기압은 계절변화에 따라 서서히 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태풍이 많이 발생해 고기압의 세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지 않는다면 폭염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폭염을 밀어내는 태풍을 기대하는 이유다. 물론 강력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태풍이 북상한다 하더라도 태풍이 한반도로 직접 올라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안영인 기자(young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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