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가정이라 저녁 7시가 넘어야 집에서 아이를 만나요. 아이한테 이런저런 학교 얘기를 듣다 보면 담임선생님한테 연락할 일이 생기기도 하잖아요. 저도 일을 하다보니 퇴근 후 연락하는 게 어쩔 수 없는데, 예민하게 반응하는 선생님들이 있더라고요. 저녁 시간에 전화는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하는데, 그것도 안 되나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대한민국 근로자의 근무시간이 줄었다. 퇴근 시간이 빨라지자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졌다. 시대는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도록 변하고 있지만, 퇴근 후에도 격무에 시달리는 이들이 있다.
학교 선생님이 대표적이다. 퇴근 후 밤 늦게까지 울리는 전화 벨소리에 교사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학부모들은 교사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과거보다 쉽게 연락할 수 있다. 교사들은 '퇴근 후 개인 시간을 보낼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고등학교 교사 권모씨(27)는 "늦은 밤 게임 초대나 장문의 기도문을 보낸다. 자녀와 말다툼 하다 하소연 하듯 연락하는 학부모도 있다"면서 "학부모한테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만 봐도 무슨 일이 있나 가슴을 졸이는데, 제 업무와 관련 없는 메시지까지 받으면 스트레스는 더욱 커진다"고 하소연했다.
아이 담임선생님에게 퇴근 후 연락하면 실례일까? 현직 학교 선생님 세 명에게 대신 물어봤다.
Q. 퇴근 후에 학부모 연락 받아 보셨나요?
교사 S씨(7년차, 초6 담임): 연락 많이 받죠. 특히 가정통신문을 보내면, 그에 대한 부연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적인 내용을 묻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급해서 연락한 건데, 사실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에 꼭 전해야 할 내용이 아니거든요. 교사도 사생활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은 불편하죠.
교사 K씨(4년차, 초6 담임): 있죠. 주로 아이들 상태나 숙제 같은 것들을 물어봐요. 학생들이 집에 가면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부모님한테 얘기하는데, 그에 대한 설명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항상 늦은 저녁에 연락하시더라고요. 밤 11시 넘어서도 연락하고, 일요일 저녁에 가장 연락 많이 받아요. 아침에 일어나보면 새벽에 연락 남겨놓는 부모님도 있어요.
교사 K씨(4년차, 고3 담임):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 정말 많이 와요. 연락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에요. 밤 11시 넘어서 '가족여행'으로 결석한다는 연락을 할 때도 있어요. 그런 건 학생이 제게 미리 얘기했어야 하는 부분이잖아요. 또 주말에는 행정실에 문의해야 할 내용들을 제게 연락해서 묻기도 해요. 저녁 8시나 밤 9시 넘으면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잖아요. 쉬는 시간을 방해 받는 게 가장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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