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영국의 하트 매니지먼트 사는 당시 인기를 얻던 Take That이나 East 17 같은 보이그룹과 맞설 걸그룹을 만들기로했다. 1994년 2월, 그들은 이 걸그룹을 위한 오디션 공고를 냈다. 약 400명 가까이 되는 여성들이 오디션에 참가했고, 10명씩 춤 오디션을 보고 각자 솔로로 노래 오디션도 보아야 했다. 몇 주 후에 빅토리아 베컴, 멜라니 B, 멜라니 C, 그리고 미셸 스테픈슨을 포함한 12명이 선정되어 이듬해 4월에 2차 오디션을 보게 되었다. 제리 할리웰 또한 일 때문에 1차 오디션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2차 오디션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2차 오디션 일주일 후에 빅토리아, 멜라니 B, 멜라니 C, 제리, 그리고 미셸까지 5명이 합격하여 'Touch'라는 이름의 걸그룹을 만들게 된다. 이들은 버크셔 주 에 있는 집에서 모두 함께 합숙하며 연말까지 연습생 신분으로 훈련에 돌입했다. 처음에는 아주 틴팝스러운 노래들을 녹음하고, 이 노래들 중 하나의 제목이었던 'Sugar and Spice'에서 그들의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그러다 몇 달 후 원멤버인 미셸 스테픈슨이 방출되고 엠마 번튼이 영입되었고, 제리가 당시 이 밴드 이름을 Spice로 결정했다.
제대로된 계약서도 없이 무기한 연습만 하고 있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 멤버들은 자꾸 틴팝만 부르게 하는 기획사도 점점 마음에 들지 않게 되었고, 결국 1994년 10월에 자신들이 녹음한 데모들을 가지고 음반사들을 돌기 시작했다. 또 기획사 사장에게 음반사 관계자들 앞에서 쇼케이스를 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이때 반응이 아주 좋았는데, 멤버들이 떠날까봐 불안감을 느낀 기획사 측에서 급하게 계약을 맺을 것을 제안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 갑이 되어버린 멤버들은 빅토리아 아버지의 조언을 받고 소속사와의 정식 계약을 계속 미루게 된다.
하트 매니지먼트와 계속된 의견 불일치로 짜증이 난 멤버들은 기획사에서 자신들의 음반에 들어가기로 했던 데모들을 훔쳐 달아난다. 바로 그 날, 멤버들은 쇼케이스에 왔었던 프로듀서인 엘리엇 케네디를 찾아내 자신들과 일해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19 엔터테인먼트와 1995년 3월 계약을 맺게 된다. 'Spice'라는 이름의 래퍼가 벌써 있어서 그룹 이름음 Spice Girls로 최종 결정되었고, 1996년까지 이들은 1집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gJLIiF15wjQ
1996년 7월 스파이스 걸스는 영국에서 데뷔 싱글 'Wannabe'를 발표한다.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가장 잘 나갈 때는 일주일에 73번 방송되기도 했었다. 이 곡으로 스파이스 걸스는 열심히 공개방송을 뛰고 온갖 인터뷰에 참여하게 되었다. '뮤직 위크' 잡지사의 한 기자는 '기타로 무장한 남자들이 팝 시장을 지배하던 와중에, 여성들의 시대의 서막을 여는 걸그룹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Wannabe'는 UK차트에서의 7주연속 1위를 포함, 전세계 37개국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데뷔 앨범이 11월에 발매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해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 2위를 기록했다.
1996년 영국 UK차트 연간 5위 안에 스파이스 걸스는 'Wannabe', 'Say You'll be there', '2 Become 1' 총 세 곡을 올리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게 된다. 데뷔 엘범 'Spice'는 2,500만 장 이상이 팔려나가고 15주간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비틀즈 이후 최고의 브리티시 인베이전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 당시 스파이스 걸스는 주로 비틀즈와 비교되었고, 그들의 팬클럽 스파이스매니아도 세간의 집중을 받게 됐다. 이렇게 초절정의 인기에 있을 때 런던에서 크리스마스 등불 켜기 행사에 등장해 50만 관중을 모았으며, 펩시, 폴라로이드 등 온갖 광고에 나오게 된다.
1997년 1월에는 미국에서 'Wannabe'를 발표했고, 외국 음원이 전혀 힘을 못 쓰던 빌보드 차트에서 최초로 11위로 데뷔하는 기염을 토한다. 이는 과거 비틀즈가 미국에서 데뷔할 때도 이루지 못한 성과였다. 'Wannabe'는 싱글 차트를 쭉쭉 올라가 결국 미국에서도 4주 간 1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데뷔 앨범 'Spice'는 미국에서도 1997년 연간 앨범 차트 1위를 찍게 된다. 1997년 브릿 어워드에서 공연하면서 제리가 입은 유니언 잭(영국 국기) 미니스커트는 팝 역사상 가장 화제가 된 의상으로 오늘날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스파이스 걸스는 각자 'OO Spice' 형태로 담당 컨셉을 가지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아이돌들이 멤버마다 가지는 컨셉도 사실상 시초가 스파이스 걸스이다. 팝 시장에서는 아이돌 그룹이 대부분 데스티니 차일드나 푸시캣 돌스처럼 원탑 체제이거나, 개개인의 인지도가 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스파이스 걸스는 매우 예외적으로 다섯 명의 컨셉이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었고, Ginger, Sporty, Posh, Scary, Baby의 조합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한 잡지사에서는 비틀즈 이후로 가장 기억에 남는 멤버들을 가진 그룹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당시 툼 레이더, TLC와 더불어 1990년대 우먼파워를 상징하는 아이콘이기도 했다. 실제로 여자 그룹이지만 당시에 여성팬들이 더 많았다. 10대 소녀들이 승승장구하며 또래를 대변하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당시 소녀들에게 큰 인상을 주었다고 한다. 지금도 90년대 후반~00년대 초반에 10대 시절을 보냈던 유명 여성스타들은 공공연히 스파이스 걸스 팬이었다고 공공연히 인증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1997년 3월에는 1집의 마지막 활동으로서 'Mama / Who Do You Think You are'로 A, B side의 두 싱글을 발표했고 역시나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연속된 4개의 싱글이 1위를 먹은 것은 70년대 잭슨파이브 이후로 최초였다. 1집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걸 파워'를 강조한 책과 비디오를 발표했고 이것조차 50만장 이상이 팔려나가며 계속해서 엄청난 인기몰이를 한다. 심지어는 칸 영화제에서 'Spice World'라는 제목의 영화도 공개하게 된다. 이는 훗날 우리나라에서 젝스키스가 발표한 세븐틴 같은 영화에도 영향을 주었다.
당시 모든 언론이 스파이스 걸스에 주목하여 이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화제의 중심이었다. 영국 왕실에 초청되어 공연을 할 때 멜라니 B와 제리가 찰스왕자에게 뽀뽀를 하고 엉덩이를 꼬집은 게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스파이스걸스는 1997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에서 신인상, 그룹부문 싱글 대상, 그룹부문 음반 대상, 올해의 앨범상을 모두 꿰차며 4관왕을 차지한다.
스파이스 걸스는 1997년 Spice 앨범 홍보를 위해 한국에도 방문했는데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KBS2 토요일 전원출발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당시 스파이스 걸스가 들렀던 서울의 이태원에 있는 "시골밥상"이라는 음식점에 가면 내한때의 사진도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wfpXI5PKlw
1997년 10월, 스파이스걸스는 2집 Spiceworld의 첫 싱글인 'Spice Up Your Life'를 발표한다. 또 영국 차트 1위를 찍으며 5연속 1위를 하게 된다. 이스탄불에서는 4만 명의 팬 앞에서 콘서트를 하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도 방문해 넬슨 만델라에게 '스파이스 걸스는 나의 영웅' 이라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11월에는 2집 Spicworld 음반을 발표하고, 세계적으로 1,500만 장을 팔아치웠다.
미국에서 영국 그룹이 10위 안에 1집과 2집이라는 두 개의 앨범을 올린 것도 이례적이었다는 점, 스파이스 걸스의 사생활이 심하게 노출되기 시작한 점, 20개 이상의 광고 스폰서를 가지고 있다는점 등 다른 나라에서 와서 자국 시장을 씹어먹던 스파이스 걸스에 대해 안티 또한 이때 엄청나게 불어났다. 이런 악재에도 미국에서 1998년 가장 히트한 팝 그룹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스파이스 걸스는 계속 사이먼 풀러라는 매니저 아래에서 활동을 했는데, 각종 광고 스폰서 때문에 활동에 제약을 받는 것에 화가 난 멤버들은 유럽 MTV에서 공연한 직후 매니저를 잘라버린다. 이 매니저 해고건은 전세계 뉴스 1면을 차지하게 되었고, 사이먼 풀러 없이 스파이스 걸스는 제대로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스파이스 걸스의 컴백 방송을 영국 인구의 5분의 1이 시청하는 등 스파이스 걸스의 전성기는 끝이 없어 보였다.

1998년 AMA에서도 3관왕을 하고, 승승장구를 이어나간다. 그런데 1998년 2월에 발표한 2집 세 번째 싱글 'Stop'이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지 못하면서, 7연속 1위는 벽에 부딪히고 만다. 하지만 'Stop'은 스파이스 걸스의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대표곡으로 뽑힌다. 스파이스걸스는 2집 월드투어를 하고, 영국 월드컵 송 가수가 되기도 한다.(당시 축구 팬들에게 큰 호응을 받지는 못했지만)
1998년 3월, 리더였던 제리 할리웰이 스파이스 걸스를 떠나게 된다. 이유는 다른 멤버들과의 의견 차이, 그리고 계속된 활동으로 인한 피로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때 각종 루머가 떠돌았는데, 특히 제리와 멜라니 B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서로 불화가 있었다는 찌라시도 있었고 서로 좋아하는 커플이었으나 한 그룹 안에 커플이 있는 것이 여러 모로 힘들어 제리가 탈퇴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제리의 탈퇴는 전 세계에서 엄청난 뉴스거리였지만 제리는 탈퇴 후 솔로 활동을 이어나가게 된다.
남은 네 멤버들은 계속 활동을 이어나갈 것을 밝히지만, 이때 항상 '5명'의 완전체였던 스파이스 걸스의 이미지는 타격을 받게 되었고, 디즈니에서 기획하던 관련 애니메이션 제작도 중단되게 된다. 또 제리의 목소리가 포함되었던 여러 음원들도 이때 폐기되어야 했다. 스파이스 걸스를 광고 모델로 출연시키기로 했던 오토바이 회사인 AWS에 고소를 당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스파이스 걸스가 내부적으로, 외부적으로 모두 싱숭생숭한 기간을 겪고 있을 때 2집의 마지막 싱글인 'Viva Forever'가 발표된다.

연말에는 MTV 유럽 뮤직어워드(EMA)에 엠마와 멜라니 C가 참석해 2관왕을 했다. 그런데 나머지 두 멤버가 이때 나오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멜라니 B와 빅토리아가 둘다 임신을 한 것이었다. 멜 B는 댄서인 지미 굴저와 결혼해 딸 피닉스를 출산했고, 한 달 후에는 빅토리아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 사이에서의 아들 을 출산했다. 1999년 말에 빅토리아는 아일랜드에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베컴과 결혼했다.
1999년 8월부터 스파이스 걸스는 세번째이자 마지막 앨범 준비에 돌입한다. 처음에는 앞선 두 앨범처럼 팝적인 색채가 강했지만, 미국의 프로듀서들이 작업에 합류하면서 보다 성숙한 컨셉으로 전환하게 된다. 그리고 2000년 11월 드디어 3집 'Forever'가 공개된다. 같은 주에 웨스트라이프의 앨범도 발표되어 영국 언론은 두 그룹의 정면충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웨스트라이프의 승리. 3집의 리드 싱글인 'Holler / Let Love Lead the Way'는 본국인 영국에서는 1위를 했지만 미국 빌보드 HOT 100에는 들지 못했다. TOP 200(앨범차트)에서도 39위에 그쳤다.
결론적으로 3집은 500만 장이 팔리며 1집과 2집의 성공에는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 2000년 12월에는 스파이스 걸스의 무기한 활동 중단을 선언했고, 솔로 활동에 집중하기로 한다. 해체는 아니라고 못박았지만, 팬들은 사실상 스파이스 걸스의 활동 종료라고 생각해야 했다. 활동 중단 이유가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멤버들 간 불화설도 돌았으며, 무엇보다 멤버들이 하나둘 가정을 꾸리기 시작한 것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OiRQaf4Fnpw
해체 후 7년이 지난 2007년, 스파이스 걸스는 재결합 의사를 밝히며 월드 투어 계획을 공개했다. 재결합 월드투어 티켓은 단 38초만에 매진되었고 영국에서만 백만명, 세계에서 오백만명이 티켓 구입을 위해 스파이스 걸스 사이트에 가입했다. 결국 추가 공연을 해야 할 정도였다. 스파이스 걸스는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 쇼의 공연자로 컴백 소식을 알렸다. 애엄마들이 현역 아이돌에 꿀리지 않는 엄청난 미모로 등장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새롭게 입덕하는 사람들도 속출했다. 컴백 싱글인 'Headlines'는 차트에서 11위, 베스트 앨범 'Greatest Hits'도 앨범차트 2위를 찍으며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여기저기서 명실상부한 레전드로서 여러 상을 쓸어담았고, 그 중에는 섹스 피스톨즈이나 레드 제플린 같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받은 것도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ArTdhNda7k
2012년 7월, 16년 전 'Wannabe'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호텔에 멤버들이 모두 모여, 스파이스 걸스의 히트곡들로 제작된 뮤지컬인 'Viva Forever!' 홍보를 했다. 그리고 8월에 많은 국민들과 언론의 예측과 기대에 부응하며 런던 올림픽 폐막식에서 'Wannabe'와 'Spice Up Your Life' 공연을 했다. 당연히도 영국은 난리가 났고, 스파이스 걸스이 공연을 한 순간은 런던 올림픽의 모든 기간을 통틀어서 가장 많은 트윗이 올라온 순간이 되었다. 스파이스 걸스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도 제작되어 방송되었다.
2016년 7월에 멜 B, 엠마, 제리는 그들의 이름 앞 글자(Geri, Emma, Mel B)를 따서 'The Spice Girls - GEM'이라는 이름의 사이트를 열고 영상을 통해 데뷔 20주년을 기념했다. 재결성에 관한 논의도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태인 듯.
< Spice Girls가 세운 기록들 >
여자그룹 총 음반 판매량 1위 (총 8500만장)
여자그룹 단일앨범 판매량 1위 (1집 Spice, 총판 2800만장)
단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을 보유한 그룹 (2집 Spiceworld)
한 해에 두 장의 앨범을 모두 빌보드 200 1위에 올린 단 2명의 가수 (다른 하나는 롤링스톤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