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2만2007보… 택배기사는 1분도 쉬지 못했다
1,235 19
2018.04.26 10:42
1,235 19

[View&] 데이터로 본 택배기사 여성윤씨의 하루
수당 한푼 없는 분류작업 선 채로 5시간 

쏟아지는 상자에 눈 못 뗀 채 컵라면 끼니

전화만 200통… 택배는 감정노동

16년차 베테랑도 고객 응대는 진땀 

13시간 노동에 열량소비 3838㎉

“몸이 밑천, 다칠까봐 급해도 안 뛰어”


0000296171_001_20180426094418541.jpg?typ

지난 18일 베테랑 택배기사 여성윤씨가 충남 아산시 좌부동의 한 택배 터미널에서 배송할 물품을 분류하며 차량에 싣고 있다.

0000296171_002_20180426094418569.jpg?typ

여씨가 배송품 분류 작업 도중 도시락으로 식사하고 있다. 식사도 앉아서 하지 못할 정도로 여유가 없다.

0000296171_003_20180426094418598.jpg?typ배송지로 무거운 짐을 운반하고 있는 여씨.

이른바 ‘다산 신도시 사태’를 비롯해 택배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지만 정작 택배기사 본인들은 여기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개당 몇 백원 하는 배송 수입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면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쉴새없이 상자를 날라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View&(뷰엔)’팀이 주 6일 근무에, 하루 12시간을 훌쩍 넘겨 일하는 ‘평범한’ 택배기사의 하루를 사진과 데이터로 기록, 정리해 보았다. 그가 이동한 거리와 도보 수, 심박 수 등을 수집하는 데는 생체 데이터 측정 센서와 GPS가 장착된 스마트워치를 활용했다. 

#분류 작업만 5시간, 15분 만에 2끼 뚝딱 

18일 오전 6시30분 충남 아산시 좌부동의 한 택배 터미널. 16년차 택배기사 여성윤(44)씨가 분류기 벨트 앞에 섰다. 벨트에 실려 쉼 없이 전달되는 상자들 중에서 본인의 배송구역 물품을 분류하는 것으로 그의 일과가 시작됐다. 잠깐 한 눈을 팔면 물품이 순식간에 밀려 쌓이기 때문에 편하게 앉아서 할 수 없는 고된 작업이다. 상자에 시선을 고정한 채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운 여씨는 5시간 가까이 계속된 분류작업 도중 점심식사까지 뚝딱 해치웠다. 여씨는 “비수기라 이게 가능하지 성수기 땐 꿈도 못 꾼다”며 트럭 적재함 문을 닫았다. 시계는 오전 11시20분을 가리켰다. 분류작업은 따로 수당이 나오지 않는다.

#문자메시지 300통, 통화 200통

이날 여씨가 나를 물품은 총 308개, 이 중 배송이 278개, 발송 및 반품은 30개다. 운송장을 일일이 단말기로 인식한 뒤 배송 예정시간을 문자메시지로 고객에게 통보했다. ‘경비실에 맡겨 달라’ ‘문 앞에 두고 가라’는 등의 답장은 미리 정리해 둬야 배송 일정이 꼬이지 않는다. 배송하는 틈틈이 고객과 나눈 통화만 200통에 달했다. 오랜 경력의 베테랑이지만 고객 응대는 매번 쉽지 않다. 이날도 “현관 앞에 두고 가라”는 말에 “분실 책임은 못 진다”고 했다가 불쾌한 소리를 들었다. 택배기사는 감정 노동자다. 

0000296171_004_20180426094418626.jpg?typ



0000296171_005_20180426094418655.jpg?typ

0000296171_006_20180426094418690.jpg?typ

0000296171_007_20180426094418716.jpg?typ

0000296171_008_20180426094418751.jpg?typ


#차로 70㎞, 도보로 17.8㎞

운송장 정리를 마친 여씨가 트럭에 시동을 건 시간은 12시17분. 외딴 농가부터 고층 아파트까지 다양한 배송 구역 특성상 배송지 간 이동 거리가 만만치 않다. 이날 총 이동 거리는 98.1㎞, 그중 17.8㎞는 22,007걸음을 걸어서 이동했다. 계단이나 비탈길을 걸어 오른 고도는 51층 높이였고 운전석도 140번 오르내렸다. 여씨는 “그나마 내 구역엔 트럭이 못 들어가는 아파트가 없어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몸뚱이는 밑천, 절대 뛰지 않는다

택배기사에게 몸이 곧 자산이다. “급하게 뛰다 발목이라도 접질리면 큰 일이다. 대타를 못 구하거나 빨리 회복하지 못할 경우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여씨가 아무리 급해도 뛰지 않는 이유다.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이른바 ‘똥짐(무거운 짐)’ 앞에선 소용이 없다. 대형 상자를 옮기는 동안 심장 박동수는 127bpm까지 치솟았다. 이날 여씨가 소비한 열량 3,838kcal는 성인 남성 평균치(2,200~2,400kcal) 보다 월등이 높았다. 

#수수료는 10년 전 그대로

“물건 하나당 수수료 수입은 800~960원으로 10년 전이나 비슷하다. 출혈 경쟁이 심한 곳에선 이보다 못 받는 사람도 많다.” 오후 7시40분 긴 하루를 끝낸 여씨가 텅 빈 적재함 문을 닫으며 말했다. “여기서 대리점 수수료10~20%, 기름값, 차량 유지비, 보험료 떼고 나면 실제 수입은 얼마 안 된다. 물건 파손 비용도 떠안아야 한다. 그렇다고 욕심 부리다 몸이라도 망가지면 그땐 끝이다.” 이날 그는 13시간 10분간 일하면서 단 1분의 휴식도 취하지 못했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그래픽=강준구기자 wldms4619@hankookilbo.com

0000296171_009_20180426094418787.jpg?typ

0000296171_010_20180426094418812.jpg?typ0000296171_011_20180426094418837.jpg?typ

0000296171_012_20180426094418862.jpg?typ
목록 스크랩 (0)
댓글 1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드라마 이벤트] 장기용X천우희 쌍방구원 로맨스! JTBC 새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릴레이 댓글놀이 이벤트 8275 05.03 30,065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857,940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408,792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173,57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579,204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660,97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4 21.08.23 3,512,18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365,81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51 20.05.17 3,071,982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647,43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8,016,485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01246 이슈 집에 세럼 박스째로 쟁여놨을 거 같은 분에게도 세럼 나눔하는 광희.jpg 08:56 367
2401245 이슈 인피니트 'Begin Again' 2 08:54 47
2401244 이슈 페이커 손민수하기 2 08:54 217
2401243 유머 한국 드라마 속 술 취한 놈들 따라하는 프랑스인 12 08:43 1,797
2401242 이슈 [MLB] 오늘 선발등판한 에릭페디 등판결과 3 08:43 791
2401241 정보 뇌 손상이 심한 사람들의 습관 13 08:40 3,311
2401240 이슈 전남편을 그냥 딸의 아빠라고만 말하니까 좋아하는 연하남 3 08:36 2,782
2401239 이슈 슬슬 해외에도 퍼지고 있는 방탄소년단 사재기 의혹 42 08:35 3,019
2401238 이슈 낭만의 계절 여름이다 vs 겨울이다 14 08:34 555
2401237 이슈 제로콜라 많이 드시지 마세요 18 08:33 3,031
2401236 이슈 감히 4세대 걸그룹 메댄 댄스실력 원탑으로 둬도 되겠지싶은 신인 아이돌?.ytb 1 08:31 609
2401235 유머 주말 아침 남편의 사랑스러운 행동 12 08:30 2,907
2401234 정보 신한플러스/플레이 정답 7 08:25 429
2401233 이슈 아이스티에 얼음대신 넣으면 좋은 거 10 08:24 2,223
2401232 이슈 해외에서 난리난 켄드릭 라마의 드레이크 디스곡.ytb 13 08:24 1,160
2401231 이슈 삼성에서 새로나온 ai 올인원 Pro (아이맥 같은 일체형 PC).jpg 10 08:24 1,666
2401230 이슈 [KBO] 5월 5일 각팀 선발투수 & 중계방송사 & 중계진 & 날씨 5 08:23 791
2401229 이슈 9년 전 오늘 발매♬ KARA(카라) 'サマー☆ジック/Sunshine Miracle/SUNNY DAYS' 1 08:22 162
2401228 유머 가족은 큰집가고 연휴 혼자 보내는데 ㅅㅂ 외로윰ㅋㅋ 08:20 2,937
2401227 유머 내성적인 사람이 쇼핑할때 2 08:18 1,0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