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로지 1st listen 리뷰는 각 평론가의 앨범/노래에 대한 첫인상을 리뷰하는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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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EVERYD4Y
YG 엔터테인먼트 2018년 4월 4일
미묘)
작년의 히트곡들과 맞붙여 놓으면 언뜻 아이콘의 성향으로 다시 접근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소속사의 전략적 필요- 블랙핑크나 ‘Really Really’의 ‘팝송 노선’ 같은-를 떠나 생각하면 YG의 레거시와 이를 섬세하게 배반하는 구석들의 병립이 눈에 띈다. 이를테면 ‘애 걔’는 YG식의 발라드처럼 들리다가도 YG에서 들어볼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나아간다. ‘Air’나 ‘Special Night’도 작년의 위너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지만 앨범의 색조와 교묘히 맞물리면서 전혀 다른 기조를 선보인다. YG의 새 세대가 열린다면 바로 지금이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갖게 하는 앨범이다. 이 조심스러운 대결의식에 작은 지지를 보낸다. 남성상에 대한 리뉴얼 역시 고대하면서.
심댱)
20대 남성 화자의 끓는 듯한 로맨스와 일상이 돋보이는 위너의 정규 2집이다.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 팝적인 접근은 “ㄱㄱ”, “ㅇㅇ” 같은 초성과 구어체 가사를 통해 흥미롭게 들린다. 철렁철렁한 허슬은 Mino에게 많이 빚진 듯한데, Mino의 솔로곡 ‘손만 잡고 자자’를 들으면서 느낌표가 켜졌다. “남자의 본능” 운운하는 가사를 삼키고 듣는다면 귀엽고 섹시한 사내의 내적갈등을 들을 수 있으니 추천한다. 어쩌면 지루한 ‘하하하쏭’ 같은 ‘La La’를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이유는 이처럼 거리낌 없는 젊은이의 속내 때문일지도 모른다. 종종 한국식 발라드의 터치가 돋보이는 케이팝 트랙은 이 앨범이 가요와 월드뮤직에 한 번씩 담금질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남자의 뜨거운 사랑을 표현하기에 부족한 것 같은 앨범의 통일성을 애매하게 흔드는 것 같아 아쉽다. 그럼에도 휘청이는 듯한 ‘사치’ 등 빛나는 트랙이 있어 재미있는 앨범이다.
유제상)
위너가 잘하는 것을 위너가 하고 있다, 이전의 곡보다는 더 느려졌다, 솔직히 타이틀만 들으면 이게 언제 발매한 건지, 위넌지 아이콘인지도 헷갈린다, 이런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쉽지만 앨범 전체로 봤을 땐 충만함을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인프라의 럭셔리함 탓인지 사운드 자체가 뿜어내는 힘은 해외 유수의 음반 못지않으며, 곡 전반이 일정 퀄리티 이상을 유지한다. 딱 ‘이거다’ 싶은 곡이 없어서 굳이 ‘Pick!’을 부여하진 않았지만, 이 음반을 계속 듣고 나서 한 달 뒤의 평자가 내릴 평가는 지금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시간이 좀 더 지나야 훨씬 긍정적인 평을 받을 앨범.
조성민)
케이팝이 월드뮤직과의 동기화를 이루면서 동시에 어떻게 차별화되고 있는지 누군가 묻는다면 그 예시로 들려줄 수 있을 좋은 레퍼런스. 2010년대 후반에 유행하고 있는 가장 익숙한 소리들이 모여있는데, 동시에 케이팝에서만 찾을 수 있는 특징들이 불쑥 나타날 때마다 생경하기보단 차라리 신기하고 흥미롭다. 이를테면, 솔로를 제외한 모든 트랙에서 칼같이 4명 멤버 전원을 위해 일정한 비율로 구획된 보컬 파트라든가, 굳이 포메이션을 맞춰 소화하는 군무 구간이라든가, 음악에 비해 지나치게 패셔너블한 수트 같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