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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서 자녀 짝 찾아요" 강남 아파트 그들만의 혼맥

무명의 더쿠 | 04-20 | 조회 수 7004

16일 서울 송파구 A아파트 로비에 붙은 '주민과 함께하는 매칭 프로젝트' 공지. 독자 제공

16일 서울 송파구 A아파트 로비에 붙은 '주민과 함께하는 매칭 프로젝트' 공지. 독자 제공

“자녀들의 진정한 짝을 찾아줍시다!”

최근 서울 송파구 A아파트 로비에 ‘주민과 함께하는 매칭 프로젝트’ 공지가 붙었다. 아파트 부녀회 주최, 동 대표회의 후원 행사로 ‘아파트 주민 중 결혼적령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만나자’는 내용이다. 부녀회는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아 저출산 등 문제로 국가 미래가 염려돼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24일 부모들이 먼저 모여 대화(1차 만남)를 나눈 뒤, 부모끼리 마음이 맞으면 자녀들 만남(2차 만남)을 주선한다 방침이다.

자녀 혼처를 자신이 사는 고급아파트 단지에서 구하는 신(新)풍속(?)이 서울 강남지역에 뜨고 있다. 가족보다 정겹다는 이웃사촌이라서가 아니다. 일종의 계급 상징으로 변질된 동네와 아파트가 경제적 부와 사회적 지위를 보증한다 여겨서다. ‘끼리끼리 혼인’이 대세라지만 사회지도층이 다수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서 폐쇄적인 중매 모임을 열고, 자녀 의사를 묻기 전에 부모끼리 혼처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오히려 구(舊)시대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싼 아파트일수록 끼리끼리 혼사에 적극적이다. 자가로 오랫동안 거주한 부모들은 비슷한 조건의 검증된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 심리를 갖는다. ‘위험 회피’도 된다. ‘아파트 첫 입주부터 살았으며, 이웃사촌 주민 중에서 금지옥엽 자란 딸과 인연을 맺을 배우자를 공개 구혼한다.’ 지난해 서초구 한 고급아파트 단지에 딸의 나이와 학력, 직업 등을 살뜰히 밝히며 사윗감을 찾는 저 벽보는 부모세대의 욕망을 여실히 드러낸다. 자산을 관리해주는 금융권 프라이빗뱅커(PB)에게 혼기가 찬 자녀를 둔 이웃을 소개받기도 한다.

이번에 공지가 붙은 A아파트 역시 실거래가 20억~30억원에, 청와대 핵심 참모와 야당 거물 정치인 등이 다수 살아 ‘강남 3대 고급아파트’라 불린다는 게 부동산 업계 얘기다. 물론 남세스럽다는 주민도 있다. 김모(40)씨는 “시대가 바뀌었는데 옛날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포스터가 아파트 이름을 걸고 올라와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녀회 관계자는 “결혼하라는 채근에 자녀들이 거부 반응을 보일 수 있어 부모끼리 자연스럽게 먼저 알아가자는 취지”라며 “주민들이 추천하는 다른 아파트 주민도 참여가 가능하다”고 했다.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끼리 결혼하는 끼리끼리 결혼, 이른바 동질혼(同質婚)은 증가 추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배우자 간 사회ㆍ경제적 격차 변화와 저출산 대응 방안’에 따르면, 1970년 58.1%던 동질혼 비율은 2015년 78.5%로 늘었다.

끼리끼리 결혼이 우리 사회의 경직성을 드러내고 장기적으로 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다는 진단은 어쩌면 당연하다. 사회학자 오찬호씨는 “’강남’ ‘고가 아파트’ 두 요소는 불확실성에 대한 ‘안전장치’와 같다”라며 “자녀를 잘 교육했으니, 장성한 후에도 계층을 이탈하거나 실패하지 않도록 결혼도 안전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절박함이 그들만의 결혼을 부추긴다”고 풀이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하면 결혼이라는 제도에 기대되는 자연스러운 부의 재분배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혼적령기의 장성한 자녀를 여전히 부모의 소유물로 바라보는 대목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자녀 의사를 묻지 않고 부모끼리 만나 검증하는 행위, 자녀 신상을 밝히는 공개 구혼 글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모가 자식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려고 나서기보다, 젊은 세대가 주체적으로 미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mailto: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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