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레드벨벳, 걸그룹. 2018.01.28. (사진 = SM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왜 걸그룹 '레드벨벳'일까? 오는 31일부터 4월3일까지 북한 평양 내 동평양대극장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2회 공연하는 남한예술단 총 9팀에 레드벨벳이 포함되자, 상당수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레드벨벳은 이번에 평양에서 공연하는 유일한 K팝 아이돌 그룹이다. '소녀시대' 멤버 서현도 포함되긴 했다. 하지만 팀 멤버들 중 홀로 참가하는데다, 지난달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서울 국립극장에서 함께 한 인연으로 화답의 성격이 짙다.
◇북한서 K팝 물꼬 신호탄?
2010년대 초반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K팝 열풍은 폐쇄적인 북한마저 비껴가지 못했다. 당시 소녀시대와 '빅뱅'의 노래와 춤이 유행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 방송이 담긴 DVD 등이 중국을 통해 북한에 유통되면서 한류가 확산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일부 부유층 사이에서는 K팝 아이돌 춤을 배운다는 설까지 등장했다.
그러자 당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평안북도가 자본주의의 날라리판이 됐다"며 K팝을 비롯한 남한 풍의 자본주의 문화 유입을 차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 김정은 시대에 접어들면서, 현송월 단장이 이끈 모란봉악단이 전자음악을 도입하는 등 좀 더 개방적이 됐지만 여전히 최신 K팝과 한국 드라마는 음성적으로 유통됐다.
지난 2월4일 북한이 금강산에서 남북 합동으로 개최하기로 했던 문화공연 행사를 돌연 취소했을 당시, 아이돌 K팝이 중심이 돼 무산됐다는 분석도 있었다. K팝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해 북한 병사들을 자극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이미지 원본보기【서울=뉴시스】 젝스키스, 1999년 12월 평양 공연. 2018.01.11. (사진 =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
이런 상황에서 레드벨벳의 출연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레드벨벳은 소녀시대, 최근 아시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걸그룹 '트와이스'에 비해 중장년층 사이에서 인지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이들은 10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동시에 차세대 K팝 걸그룹을 대표하는 팀으로 통한다. 특히 개성 강한 퍼포먼스와 화려한 댄스, R&B를 오가는 팀 콘셉트도 매력적이다.
북한 젊은 층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훈련에서 한 북한선수가 레드벨벳의 '아이스크림 케이크'란 노래를 흥얼거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동시에 남한에서는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라커룸에서 자주 흘러나왔던 것으로 알려진 '방탄소년단',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무대에 오른 '엑소' 등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보이그룹이 등장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 두 팀 등 K팝 보이그룹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예측했다. 보이그룹 소속사 관계자는 "보이그룹의 화려한 칼군무와 음악이 북한 시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안길 수 있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 "영상을 통해 접했더라도, 실제 봤을 때 물리적으로 다가오는 건 다르다"고 했다. 이어 "현송월 단장이 중심이 돼 논의를 한 만큼 레드벨벳을 비롯해 여성 가수들이 도드라지는 느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4월에 방탄소년단이 일본 활동에 주력하고 엑소가 멤버별로 빠듯한 스케줄이 잡혀 있어 일정 조율이 힘들었을 거라는 일부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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