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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조선시대 조상님이 18세기에 솔직하게 보고 느끼고 온 에도시대 일본.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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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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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9년(숙종 45년) 조선통신사의 제술관으로 일본을 다녀온 신유한이 
일본에서의 경험을 정리한 '해유록'은 지리, 인습, 풍속, 제도 등에 대해 
저자가 일본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기술한 견문록이며 
문학성이 뛰어나 당대는 물론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행문학의 백미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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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중세 이후 전쟁이 밥 먹듯이 일어났고 
각 주의 다이묘들은 군사를 육성하는 데 혈안이 돼 
평민들의 고혈을 짜냈다. 


백성은 군인이 되지 않고는 살길이 없다.

일단 군인이 되고나면 죽고사는 것이 
모두 다이묘의 손에 달려 있게 되고 
한번 겁쟁이라고 소문이 나면 사회에서 매장된다.


얼굴에 칼이나 창에 맞은 상처가 있으면 
용감한 사나이라 하여 녹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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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승려, 의사, 유학자가 있는데 
이 중 유학자의 신분이 가장 낮다.


과거시험을 치러 관직에 나갈 수 없으며 
각 주에서 서류를 만드는 행정잡무를 하거나 
무사에게 의탁해 생계를 유지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학문과 예술에 대한 갈증은 높았다.
조선통신사에게는 글이나 그림 청탁이 쇄도했다. 

신유한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날마다 시를 써달라고 조르는 일본인들에게 시달려 
우울하고 답답한 심정을 견딜 수 없었다

요청은 심지어 새벽까지 계속됐다.



일본인들은 한글에도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나고야에서 한글을 보여달라고 말하면서 
어느 시대에 누가 창제했는지 물었다.


한글을 써내려가자 그들은 

"글자의 생김새가 별이나 초목 같다. 
용마의 등에 그려진 그림이나 
거북이 등에 쓰인 글의 형상을 취해 만든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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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한에게 일본의 음란한 풍속은 충격적이었다. 


신유한은 "창녀들이 화장해서 용모를 예쁘게 꾸미고 
외설스럽게 구는 형태를 알게 되었는데 
너무 저질스러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었다"고 개탄했다.


남창(男娼) 풍조에 대해선 아연실색한다.

 "열서너 살에서 스물여덟 살까지의 미남자들이 
향기로운 기름을 머리에 바르고 
눈썹을 그리고 분을 바르고 알록달록 무늬를 
수놓은 옷을 입고 있으면 아름다운 꽃 한 송이 같았다.


왕족과 귀족은 물론 부유한 상인에 이르기까지 
이런 남창에게 재물을 쏟아붓지 않는 자가 없어 
밤낮으로 반드시 함께하며 
남창의 애인을 질투하여 죽이기까지 했다."



음식도 상세하게 적었다. 
대부분의 일본 음식을 맛있다고 서술한다. 

하지만 고래회만은 이상했다. 
일본인들은 고래회를 가장 귀중하게 여겨 
비싼 값으로 사들여 손님을 접대했다.


신유한은 "그러나 먹어 보니 부드럽고 미끄러우며 
기름지기만 할 뿐 별다른 맛은 없었다"고 시큰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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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발전상이나 기술을 숭상하는 문화는 높게 평가했다.


그는 "집과 집을 짓는 재료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규격화돼 있으며
건물 주위는 신기하게 생긴 바위와 대나무와 이름난 꽃들이 에워싸고 있다.

여자들이 짜는 비단은 매우 정밀하고 가벼우며 
화초 등도 그냥 두는 법이 없이 온갖 모양으로 다듬는다"고 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도읍으로 삼았던 오사카를 보고선 
천하의 으뜸 도시라고 치켜세웠다. 

곧게 난 길이 잘 닦여 있고 길에는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다.
다리는 200여 개, 절은 300여 개나 되며 
번주나 가신의 좋은 집들은 그 두 배가 됐다. 


평민 중에서도 상공업에 종사해 
부자가 된 집이 수천, 수만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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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는 또한 책의 도시였다. 
신유한은 "천하의 장관이라 할 만하다"고 부러워했다.


우리나라 명현의 문집 가운데 
일본 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것은 퇴계집(退溪集)이었다. 
집집마다 읽고 외우고 있었다.

사람들은 도산서원이 어느 군에 속해 있는지 물었고 
퇴계의 후손이 지금 몇 사람이나 있으며 
무슨 벼슬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퇴계가 평소에 좋아한 게 무엇인지 등등 질문이 지나치게 많아 
다 기록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책은 밝히고 있다.


유학자들은 최치원, 설총으로부터 김장생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문묘에 모셔진 선현의 이름을 
순서대로 정확히 외우고 있었으며 
우리나라 학자들의 문장과 자취도 막힘이 없었다.


국가 기밀에 속하는 서적도 버젓이 일본에서 유통되고 있었다.
김성일의 해사록, 유성룡의 징비록, 강항의 간양록 등의 책들이다. 
통역관들이 밀무역으로 일본에 넘긴 것으로 추측됐다.


신유한은 "우리나라의 기강이 엄하지 못한 때문"이라며 
"적을 정탐하여 적에게 일러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라고 탄식했다.



중세 이후 일왕은 허수아비로 전락했지만 그 위상은 더욱 낮아져 
일본인들은 조선통신사들에게 
일왕의 존재가 알려지는 것조차 극도로 경계했다. 


조선 국왕과 일본 왕 사이에 국서 교환이 이뤄져야 하지만 
쇼군이 이를 대신했다.


첫째아들을 제외한 일왕의 모든 아들은 승려가 돼 
칭호를 법친왕(法親王)이라 했으며 딸도 비구니가 되게 했다. 
부마나 공주라는 명칭도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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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왜군은 수많은 조선인을 포로로 잡아갔는데 
한 마을 전체가 일본으로 끌려가기도 했다. 


교토 인근 요도강(淀江) 기슭에는 진도도(晉州島)라는 마을이 있었으며 
이곳에는 진주 출신 포로들이 모여 살았다.

(아마도 천민계층의 부락촌일것이다. 
임란당시 많은 조선인들이 일본에 끌려가서 노비처럼 팔려다녔다는 기록이 있다. 
천인계층의 업을 가지고 살았을 것이다.)


임진왜란이 터진 지 100년도 훨씬 지난 
신유한의 방문 당시까지도 진주 출신들이 거주했으며 
다른 지역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신유한은 "그때의 일을 생각해보니 모골이 송연해진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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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한 일행과 헤어질 때 그들의 안내를 맡았던 
아메노모로리 호슈(雨森芳洲·1668~1755)라는 
일본인이 눈물을 흘렸다. 


신유한은 그러나 책 말미에,

"겉으로 문인인 체하지만 마음속에 창과 칼을 품고 있어 
권력을 잡았다면 반드시 우리나라에 해를 끼칠 인물"이라고 했다.


실제로 아메노모로리 호슈로부터 내려온 일본 유학자 계층은 
반막부파가 되어 근대화를 이끌었고, 
조선침략의 선봉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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