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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씨네41] 신하균·장혁으로 이런 영화를 찍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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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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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씨네만세 41] '순수의 시대', 정통 사극 아닌 격정 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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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는 오랫동안 사극의 단골무대였다. 본래 난세일수록 영웅들이 돋보이는 법인데 고려의 국력이 쇠하고 왜구와 홍건적의 약탈이 이어지던 시대에 걸출한 인물들이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자기들끼리 죽고 죽이는 정변까지 일으켰으니 쓰고 말하길 좋아하는 이들이 가만히 놔둘 리가 없다. TV 드라마 <용의 눈물>부터 적지 않은 드라마가 이 시대를 다뤄 인기를 얻었고 지난해에는 KBS에서 50부작 대하사극 <정도전>이 방영되어 높은 시청률을 구가하기도 했다.


2014년은 영화계도 사극의 해라고 부를 만했다.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 2013년 <관상>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며 제작사들이 앞다퉈 사극 제작에 돌입했던 탓이다. 그렇게 <조선미녀삼총사>부터 <역린> <군도> <명량> <해적> <상의원> 등이 쏟아졌고 CJ CGV와 롯데시네마의 지원을 등에 업은 CJ엔터테인먼트의 <명량>과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해적>이 돋보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신하균의 첫 번째 사극, <순수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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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가상의 인물 김민재 역을 맡아 몸매를 뽐낸 신하균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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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개봉한 <순수의 시대>는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또 한 편의 사극이다. 조선 초를 배경으로 이성계와 정도전, 이방원이 빚어내는 숨 막히는 갈등 가운데 놓인 김민재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위화도 회군을 통해 군권을 장악하고 공양왕으로부터 강제적으로 선양을 받아 새로운 나라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 전무후무한 토지개혁을 시도하는 등 새 시대 새 나라의 기틀을 다진 개국공신 정도전, 중요한 순간마다 돋보이는 결단력과 행동력으로 장애물을 격파해나갔던 이방원까지. 그야말로 걸출한 인물들 가운데 영화는 김민재라는 가상의 인물을 설정함으로써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고자 했다. 어머니를 상실한 본원적 아픔과 이민족 출신이라는 열등감, 끝없는 전쟁에 지쳐버린 심신, 깊은 외로움까지. 감독은 김민재라는 인물을 통해 참 많은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듯하다.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 신하균이 김민재를 연기했고 장혁과 손병호, 이재용이 각기 이방원과 이성계, 정도전으로 무게중심을 잡았다. 영화는 강한나, 강하늘, 김다예 등 신인급 젊은 배우들도 적극 기용했다. 드라마 <미생>으로 인기를 얻은 강하늘은 김민재의 아들 부마 진 역을 맡아 남몰래 일탈을 일삼는 가증스러운 인물을 연기했다. 연극 <해롤드 & 모드>, 영화 <쎄시봉> 등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강하늘은 <순수의 시대>뿐만 아니라 오는 25일 개봉하는 이병헌 감독의 <스물>에서도 주역을 맡아 을미년 최고의 스타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사실상 영화의 핵이라 할 수 있는 강한나는 김민재, 이방원, 진 사이를 오가며 극적 긴장감을 부여하는 의문의 여인 가희를 연기했다. 그녀는 전라의 파격적 노출을 수차례 감행하며 영화에 격정 멜로의 정체성을 부여했는데 <우는 남자> <친구2>에서 작은 비중의 조연으로 출연했던 그녀에게 쉽지만은 않은 결단이었을 것이다. 첫 등장부터 국어책을 읽는 듯 대사를 소화했다는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녀에게 주어진 대사를 생각해보면 연기력의 문제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경순공주 역을 맡아 단아하고 청순한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김다예는 제한적인 비중에도 맡은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다. 그리 비중 있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만큼은 차분하고 우아한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정통 사극이라기보다는 격정멜로에 가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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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의 시대>에서 가희 역을 맡아 파격적인 노출을 감행한 강한나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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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부터 조연, 노련한 배우부터 신인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고군분투가 엿보였다. 하지만 영화는 그 모든 노력을 완전히 배신했다. 이성계와 정도전, 이방원이라는 무게감 있는 인물 사이에 가상의 인물 김민재를 설정해 불을 뿜는 갈등 구도를 보여주리라 생각한 이가 있다면 일찌감치 기대를 접으라고 조언하겠다. 영화는 정통 사극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격정멜로에 가까우며 역사는 배경으로만 존재할 뿐 최소한의 존중마저 받지 못한다. 이성계는 제힘으론 무엇도 하지 못하는 늙은 왕이며, 정도전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권신이고, 이방원의 캐릭터는 장혁의 내면 연기에만 맡겨져 과잉된 감정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폭발하기 일쑤다. 조준과 하륜이야 말해 무엇하랴.


한글 창제도 안 된 시점에 공주와 가희는 규방문학을 논하고 이지란 등 북방민족 출신의 공신이 여럿임에도 김민재는 여진족 출신이라 열등감을 가진다. 물론 사극이라 해서 역사적 사실, 나아가 디테일까지 완전히 충실하게 복원할 필요는 없다는 반박이 따를 수도 있다. 하지만 사극의 형식을 차용하는 영화가 실제 사실을 비틀고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면 그로부터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야 마땅하다. 정도전과 같은 인물을 평범한 권신으로만 묘사했다면 마땅히 그로부터 다른 역사적 해석을 이끌어냈어야 했다. 그의 업적이 실은 다른 이의 공적이라거나 하는 따위의 시도라도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기존 지상파 드라마가 보여준 캐릭터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범한 인물만 그려냈을 뿐이고 그 과정에서는 일말의 노력도 엿볼 수 없었다.


전작 <블라인드>를 통해 전형적이긴 하지만 나름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은 안상훈 감독은 이번 영화에선 실망스런 연출만을 거듭했다. 영화는 초반부터 끊임없이 섹스신을 삽입하는데 그야말로 넘실거리는 섹스신의 향연에 비해 인물 간의 갈등이나 드라마가 꿰어지지 않아서 무엇에 중점을 두고 찍었는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왕권을 둘러싼 싸움이 이야기의 구조상 가장 중요해 보이지만 특별히 방점이 찍혀있지 않다. 또 역사극은 어디까지나 배경일 뿐 격정멜로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조차 그리 감동적이지는 않다. 클라이맥스 이후부터는 손을 놓은 듯 급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데 유치찬란하고 어수선한 결말이 실망스럽다.


마음은 슬퍼도 체위는 현란하게, 대업은 무너져도 연애는 절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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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의 시대>에서 이방원의 억압된 감정을 표출하려 과잉된 연기로 일관한 장혁

ⓒ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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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원과 김민재가 각기 군대를 거느리고 궁에 침입해 백병전을 벌이는 장면은 <역린> 등에서 수없이 보인 궐에서의 대결전 장면을 연상시킨다. <역린>이 희고 검은 색채의 대비와 현빈과 조정석의 액션을 통해 제법 멋스러운 장면을 만들었다면 <순수의 시대>에선 비슷비슷한 배우들이 무기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닐 뿐이다. 결말 부분, 나루터에서 이뤄진 대결은 <황제를 위하여> 류의 누아르 물에서 수도 없이 반복된 부둣가 액션신을 참고한 듯하다. 긴박하고 중요한 순간에 오히려 말이 많아지는 단점도 여전하다.


그나마 장점을 꼽자면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한 미술, 소품, 의상 등이다. 기존 사극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남성의 귀고리나 복식을 비롯해 여러 부분에서 다르게 만들고자 노력한 흔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미덕의 전부다.


요약하자면 마음은 슬퍼도 체위는 현란하게, 대업은 무너져도 연애는 절절하게 하는 영화였다. 극 중 인물들의 선택이, 그리고 감독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았기에 영화에 몰입할 수 없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좋은 배우들을 기용하고도 그 수고에 보답하는 영화가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점이 너무도 안타깝다.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087067



보러갈거긴한데 평이 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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