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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30년 자살상담가 "종현은 두 개의 '나' 사이에서 고민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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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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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추적>은 30년 가까이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상담해 온 한국 ‘생명의 전화’ 하상훈(57) 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생명의 전화는 1976년 생긴 국내 최초의 전화상담기관이다. 1년 365일 24시간 동안 전국 16개 지부에서 자원봉사자 300여명이 ‘마음 아픈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경북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하 원장은 1988년부터 상담 일을 해왔다. 하 원장은 “자살 보도 권고 기준을 꼭 지켜달라”며 신중한 보도를 신신 당부했다.

-김씨의 유서를 보며 많은 이들이 함께 슬퍼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사람일수록 마음 속에 두 개의 자기를 품고 살아요. 내가 생각하는 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 ‘인기도 많고, 돈도 많고, 선망의 대상인 환상적인 인물’도 자기의 한 축이지만, ‘외롭고, 고통스럽고, 나약하고, 흔들리는 존재’도 자기에요. 김씨는 그 괴리감이 컸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다’는 대목을 보면, 그는 세상 사람이 원하는 모습이 아닌 진정한 ‘나’를 찾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소속사는 ‘김씨가 깊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자신에 대한 부정’이에요. 주변의 기대는 큰데, 자기 부정의 감정은 커져 갔던 것으로 보여요. 자기를 비난하고, 부정하고, 우울해지는 ‘부정적 감정의 홍수’에 빠지면 다른 선택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을 넘어 세상·타인·미래까지 부정하게 됩니다. 삶에 대한 의미부여를 중단하게 되는 겁니다. 김씨는 ‘지금껏 버틴게 용하지. 무슨 말을 더 해. 고생했다고 해줘’라며 결국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했습니다.”

-노래도 잘 하고, 멋지고,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톱스타가 목숨을 끊다니, 그 원인을 알고자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유명한 사람의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많은 이가 큰 상실감과 충격을 느낍니다. 대부분 죽음에 이르게 한 ‘명백한 원인’을 찾고, 그것을 비난하고 책임을 지우게 하려는 심리적 현상이 뒤따릅니다. 김씨를 상담했던 의사나 가까웠던 지인·가족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는 사람들도 있어요. 섣부른 추정이나 비판은 자제해야 합니다. 언론도 보도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자살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리거나, 지나치게 고인을 미화하고 영웅시하는 보도도 해서는 안됩니다.”

-고인에 대한 애도·추모 물결을 다루는 기사도 부적절하다는 뜻인가요?
“네. 언론에서 톱스타의 죽음을 미화하고, 국민적 애도 물결이 일어났다는 식으로 보도를 하게 되면 자살 행동 자체가 일종의 ‘동기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내가 이렇게 세상을 떠나도 추모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 ‘자살 동기’를 부여 받는 것입니다. 실제로 신상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팀이 2005~2008년 전국 주요 대형병원 응급실 85곳을 다녀간 자살시도 환자 2만7605명을 분석한 적이 있어요. 2008년 10월 배우 최진실씨가 숨지기 1주 전까지 자살시도 환자는 인구 1만 명당 63.6명이었는데, 사건 1주 후에는 80.5명, 2주 후에는 82.7명으로 늘었습니다. 베르테르 효과(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해 일반인이 따라 하는 자살)를 통계적으로 입증한 이 논문은 국제학술지에 게재됐습니다.

-유서를 공개한 김씨 지인은 “가족들에게도 알리고 그의 마음을 잡도록 애썼는데 결국엔 시간만 지연시킬 뿐 그 마지막을 막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을 만나면 위기에 처한 사람을 섣불리 비판하지 마십시오. 죽고 싶다고 호소하는 그 마음을 진지하게 경청해줘야해요. 김씨는 삶에 대해 ‘양가 감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죽어야 할까, 살아야 할까 하는 마음이 ‘시소’처럼 왔다, 갔다할 때 누군가 그 이야기를 그대로 들어주면 팽팽한 고무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죽고 싶은 마음이 서서히 약해져요. 마음을 환기시키고, 나쁜 생각을 끄집어내주는 것이죠. 그런데 김씨는 단지 자살 생각이 있는 걸 넘어서서 ‘구체적 자살 계획’을 세울 만큼 상당히 위험한 상태였습니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상징적으로 표현했다면, 즉시 약물·상담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누군가 24시간 지켜줄 수 없다면 입원치료라도 받았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연예인 존재 그 자체로 ‘가치를 창출’하는 엔터테인먼트 직종에선 많은 이가 따라 붙어 매니지먼트를 하는데도, 소속 가수의 우울증을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요.
“김씨는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준다는 소외감과 단절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여요. 사회적 지지망, 관계망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자살하는 사람 10명 중에 8~9명은 누군가에게 사인을 보낸다고 하죠. 유명인은 신분 노출의 두려움 때문에 상담시설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번 사건의 충격으로 정신적으로 힘들거나 고통스러운 경우 정신보건센터(1577-0199), 한국생명의 전화(1588-9191), 복지부 희망의 전화(129) 등 자살예방 핫라인에 상담을 요청하세요. 청소년일 경우 고민 상담이 필요할 땐 청소년전화 1388번에 연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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