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집중취재] 라이브로 둔갑한 립싱크 '시청자 우롱'
박찬형 입력 2017.11.21 09:57
[매경닷컴 MK스포츠 박찬형 기자] 립싱크(Lip sync). 흔히 가수가 미리 녹음된 음성에 입술 움직임을 일치키는 것을 일컫는다. 과거 음악방송 립싱크의 경우 화면 우측에 테이프가 돌아가는 표시를 하기도 했다. 립싱크를 지양하고, 라이브를 지향하기 위해서다.
최근 한 음악방송을 담당하고 있는 CP(Chief producer)는 “댄스, 아이돌 가수 할 것 없이 최대한 라이브로 무대를 소화시킬 것”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대중들은 “이제 방송 음향장비도 개선됐고, 가수들의 실력 또한 엄청나게 늘었으니 립싱크는 없겠지?”, “립싱크는 1990년대 이야기 아닌가?”라고 한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의 생각처럼 립싱크는 정말 사라진 것일까. 현재 음악방송에서 가수들은 ‘진짜’ 라이브를 소화하고 있는 걸까. 이를 잘 아는 관계자들은 코웃음을 쳤다.

지난 2015년 한 장의 음악방송 큐시트(촬영 진행 정보 기록지)가 유출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각종 온라인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다. 유출된 큐시트에는 내로라하는 가수들의 녹화 진행 일정이 기록돼 있다.
그중 시선을 끈 것은 단연 걸그룹 소녀시대의 녹화 진행 기록. MR(Music Recorded)을 바탕으로 녹화를 하는 다른 팀과는 별개로 소녀시대는 ‘Live MR’, 이른바 ‘LMR’로 불리는 음원을 사용했다.
MR은 반주만 녹음된 음원, AR(All Recorded)은 가수의 목소리까지 녹음된 음원을 뜻한다. 그럼 도대체 ‘Live MR’ 그리고 ‘Live AR(LAR)’은 뭘까.
가요 기획사에 몸을 담고 있는 A씨는 “AR은 가수의 목소리와 반주가 모두 녹음된 음원으로 보통 음원사이트나 CD로 듣는 음악이고, MR은 목소리 없이 반주만 녹음된 것이다. 보통 라디오, 행사 등에서 사용되는 CD가 ‘MR CD’”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라이브AR은 진짜 현장에서 부르는 것처럼 녹음 된 음원”이라며 “보통 약간의 숨소리까지 포함돼 있다. 라이브MR은 라이브AR에서 가수가 부를 수 있는 구간만 비워 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음악방송에서 듣는 소리는 사실 ‘가짜’라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흔히 말하는 ‘생라이브’는 없단 이야기다.
▲ 격렬한 댄스 가수·그룹은 현장에서 녹음하기도
격렬한 안무와 함께 보는 이들이 만족할 만한 라이브를 소화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 그 누구도 이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문제는 일반 AR·MR을 쓰면 될 것을 굳이 라이브AR·MR 등을 사용하는 ‘꼼수’를 부린다는 것이다. 일종의 ‘속임수’란 이야기다. 이건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 B씨는 “어떤 음악방송은 현장에서 따로 목소리를 녹음한다”며 “보통 드라이리허설이 끝나거나 사전녹화 직전에 시행하는데, 녹음하는 이들은 걷거나 조금씩 뛰면서 노래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녹음된 목소리가 너무 깨끗하게 나오면 다시 한다”며 “춤을 추면서 라이브를 하는 것처럼 들려야 된다. 노래를 너무 잘해서도 안 된다”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실제 안무를 하면서 노래를 하 듯 녹음을 진행 한다는 거다. 이때 녹음된 목소리가 역동적인 춤사위와 섞여져 전파를 탄다.
관계자는 “너무 안 좋게만 볼 필요는 없다. 방송이란 게 그렇듯 제작진, 가수 모두 최대한 좋은 무대를 보이기 위해 나름의 방법을 쓴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실력파’ 가수들…“우린 억울해요”
모든 가수가 같은 방식의 라이브MR·AR을 쓰는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이른바 ‘실력파’ 가수들은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한 기획사 A&R(Artist and Repertoire) 직원 C씨는 “보통 실력 있는 가수들의 라이브MR은 단순히 코러스, 더블링의 질을 높이는 정도”라고 입은 연 뒤 “반면 아이돌 등 팀들은 메인 음성 자체를 깔아두니까 문제다. 아예 노래를 안 부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컬이 동일한 부분을 두 번 녹음한 후 합친 것을 더블링(Doubling)이라 표현한다.
또 “사전에 따로 녹음하는 건 사전녹화를 할 수 있는 힘 있는 대형기획사 가수들이나 가능한 것”이라며 “소형기획사, 즉 힘없는 이들은 그냥 방송국 측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생방송에서 진짜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데, 오히려 PD들이 음향 사고가 발생할까봐 불안하다는 이유로 라이브AR을 요구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밝혔다.
현재 각 방송사들의 음악방송은 1~2%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여기저기서 ‘음방폐지’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아이돌그룹에 편중되면서 방송국, 대형기획사간의 유착관계는 더욱 심해졌다.
때문에 소형기획사, 더욱이 소형기획사의 ‘실력파’ 가수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라이브MR·AR을 너무 ‘당연하다는 듯’ 쓰고 있는 음악방송 측과 기획사들은 이와 같은 ‘꼼수’를 부려 시청자들을 우롱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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