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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문소영의 컬처 스토리] 왜 명절이 재미 없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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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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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설보다 크리스마스·핼러윈을 좋아하는 사람을 개탄하는 글이 해마다 올라온다. 그런데 그에 대한 반박의 목소리도 소셜미디어에서 해마다 커진다. “외국 명절은 볼거리·즐길 거리가 있는데, 우리 명절은 재미가 없다.” “차례 음식 만드느라 뼈 빠지게 일하고 그다음엔 친지 잔소리 듣는 게 다잖아?” 올해 추석은 긴 황금연휴라 여행 계획하며 들뜬 사람도 많지만, 기혼여성 중에는 “시댁에서 일할 날짜만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도 많다. 

그런데 이렇게 재미없고 스트레스받는 게 과연 우리나라 명절의 전통일까? 조선 후기 명절 풍속을 집대성한 『동국세시기』를 보면 흥미진진한 놀이와 행사로 가득하다. 예를 들어 사월초파일에는 집집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세우듯 기둥을 세워 형형색색 연등을 달았다. 특히 저잣거리에는 기묘한 등이 잔뜩 진열돼 구경꾼이 몰렸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퉁소나 거문고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논다. (조선 버스킹?) 장안은 불야성이 된다.” 이렇게 현대인의 축제와 다를 바 없고, 그래서 부활한 이곳저곳 연등축제는 내·외국인 불문하고 인기를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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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추석 역시 본래 축제일이다. 추수기에 한숨 쉬어가며 ‘닭 잡고 술 빚어 온 동네가 취하고 배부르게 먹으면서 즐기는’ 날이었지, 조상 제사상 차리는 게 주된 일이 아니었다. 국립민속박물관과 성균관에 따르면, 조상의 기일에 지내는 기제사와 달리, 명절에 지내는 차례는 즐겁게 먹고 놀면서 그 김에 조상님께도 인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차례상도 간소해서 술과 과일·포 정도에 송편 같은 절식 하나만 추가해 올렸다고 한다. 따라서 큰 차례상 부담 없이 쉴 수 있었다.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 노래에 따르면, 심지어 추석은 며느리가 친정으로 ‘휴가’ 가는 날이었다. “초록장옷 반물(짙은 남색) 치마 장속하고 다시 보니 여름지어 지친 얼굴 소복(원기회복)이 되었느냐. 중추야 밝은 달에 지기 펴고 놀고 오소.” 

현대 한국인이 전통명절에서 멀어지는 건, 놀고 즐기자는 진정한 전통이 사라져서다. 성평등의 명절문화 만들기가 화두인데, 명절의 근본 의미로 돌아가면 이게 더 쉬워진다. 차례를 한층 간소화하고 집 밖에서 축제 즐기는 시간이 늘어나도록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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