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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부모와의 관계가 상처인 덬들을 위해 퍼옴 - 오은영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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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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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덕후에 상주하면서

부모의 학대나 학대 수준은 아니더라도 심각한 불화로 힘들어 하는 덬들을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어.


기사보는데 덬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해서 가져왔어.


사람은 누구나 관계를 통해 성장해.

관계에서 오늘을 살아갈 힘과 내일을 꿈꿀 수 있는 희망을 얻지.


그 누가 길잡이 별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망망대해에서

항해를 계속해나갈 수 있겠어.


오늘 덬의 모습이 남들보다 초라해 보일지 몰라도 

오늘까지 버틴 것만으로 덬은 정말로 위대한 사람이야.

정말 큰 힘을 가진 사람이야.


웹이라서 보이지 않겠지만 정말 있는 힘껏 박수 보내 줄게! 브라보! 잘 싸워왔어! 정말 잘했어!









오은영의 화해] 거듭된 낙방… 더 이상 살아갈 힘이 없어요

어릴 적 학대의 기억... 집에서 벗어나고자 시험 준비했으나 실패



일러스트 김경진 기자 jinjin@hankookilbo.com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아요. 꿈이 끝났다는 걸 믿을 수 없어요. 저는 4년 차 수험생입니다.

대학 졸업 후 준비해왔던 시험에 저는 모든 것을 걸었어요. 목표는 가족들로부터 벗어나는 거였어요. 보란 듯이 성공해서 집에서 탈출하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 집 안은 늘 싸움소리로 가득했어요. 엄마, 아빠는 서로와 서로의 집 안을 죽도록 미워했어요. 아빠가 맨 정신에 엄마를 때리는 걸 본적도 있어요. 불화의 주 원인은 보수적인 친가였습니다. 엄마가 시집살이를 많이 했어요. 제 밑으로 여동생 둘이 있는데, 또 딸을 임신한 걸 안 친할머니가 엄마를 병원에 데려가 낙태시킨 적이 있어요. 엄마가 임신한 상태에서 시댁 식구에게 맞은 적도 있고요. 외할머니가 저를 붙잡고 “네가 못 때리게 말리지!" 하며 울부짖었던 기억이 생생해요. 하지만 전 그때 여덟 살이었어요.

싸움의 불똥은 고스란히 제게 돌아왔습니다. 엄마는 욕설을 퍼붓고 절 때렸어요. 머리채를 잡혀 끌려나가고, 항상 "몇 대 맞을래?" 실랑이를 벌이고, 옷가지를 싸서 쫓겨나고, 라면 먹다가 국물이 식탁에 튀었다고 갑자기 때리고. 맞다가 기절한 척한 적도 있어요. 그럼 멈출 수 있었어요.


엄마는 굉장히 감정적이에요. 잘 웃고 잘 화내고 잘 울어요. 무차별로 때리다가 갑자기 끌어안고 우는 엄마의 모습에, 전 더 혼란스러웠어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소변을 못 가렸고, 초등학생 땐 반복적으로 눈을 깜빡이고 머리를 흔드는 등 이상한 행동을 제어하지 못해 호되게 혼났어요. 아빠는 반대로 냉정한 사람이에요. 불우한 환경에서 자수성가해 그런지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돈 문제 외엔 방관했고 육아에도 관여하지 않았지만, 지나가며 툭 던진 말들이 상처로 남았어요. 초등학생 때 거울에 비친 어깨가 기울어 보여서 말씀 드렸더니 "병X같은 병 걸렸네" 했던 게 아직도 기억나요. 중학생 때 학교 건강검진에서 척추측만증인걸 알게 됐어요.


중〮고등학생 땐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선생님들의 칭찬이 좋았어요. 엄마가 때리는 빈도는 줄었지만 그만큼 무관심해진 것 같아 많이 외로웠어요. 학업 스트레스와 외로움을 폭식으로 푸느라 살이 쪘고, 부모님, 특히 아빠와 친가에서 모욕적 말들을 들었습니다. 대학에 진학해 새로운 환경에 놓인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과에 가서 우울증 약을 처방 받았는데, 약을 본 엄마가 화내면서 전부 버리더군요. “물러터졌다”고요.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친구 자식은 좋은 대학 갔더라. 공부한다고 온갖 히스테리 부리더니...”


아무도 모르지만 중학생 때부터 여러 번 자살시도를 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저는 누구보다도 제가 살고 싶어한다는 걸 알아요. 나름 노력도 했어요. 봉사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제가 무너질 수 없었던 건 꿈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시험에 합격만 하면 저에게 새 인생이 펼쳐질 거라고 기대했어요.


그러나 제 인생은 해피엔딩은 아닌가 봅니다. 4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고, 시험은 폐지수순을 밟고 있어요. 부모님이 시험 보는 걸 반대해 아르바이트로 학원비를 벌어 계속 도전했지만 결국 이렇게 됐어요. 지금은 절망에서 다시 일어날 기운조차 없습니다. 낮에는 잠으로 도피하고 밤에는 걱정으로 지새워요. 부모님, 친척들한테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끔찍해요. 정말 너무 지쳤어요.


부모님은 그냥 빨리 취직하라며 “남자도 만나고 아이도 낳고 인간답게 살라”고 하시네요. 제가 인간답게 살지 못했나 봐요. 화가 나서 어릴 적 이야기를 꺼내면 엄마는 기억도 안 난다며 “네가 안된 게 다 내 탓이냐”고 도리어 화를 내세요.


머리로는 이해가 가요. 부모님도 불쌍한 사람들이란 걸요. 이제 부모님도 연세가 드셔서 서로에게 세운 날도 많이 무뎌졌어요. 그런데 저는 아직도 과거에 매여 부모님을 볼 때 문득 화를 주체할 수 없어요. 나만 없어지면 다 행복해지지 않을까란 극단적인 생각이 자주 들어요.


김연주 (가명ㆍ26세ㆍ수험생)


사람이 성장하면서 부모로부터 꼭 받아야 하는 건 뭘까요. 그리고 그것을 못 받았을 때 그 사람의 삶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연주씨의 이야기를 보면서 여기에 대해 더욱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뻔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겐 사랑이 필요해요.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들이 스스로 사랑 받는다고 느끼는 겁니다. ‘아, 엄마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구나’라고 아이가 주관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해요. 부모들은 자식을 사랑한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러나 이 의심 없는 믿음 때문에 오히려 관계에 진전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는 부모의 사랑을 의심할 필요는 없지만, 그 사랑이 아이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는 의심해봐야 해요.


연주씨의 부모님 역시 의심하고 있지 않을 거예요. 자신들이 한 건 사랑에 기반한 따끔한 훈계라고 여길 겁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사랑은 연주씨에게 거의 전달되지 않았어요. 사랑 없이 사람은 살 수 없어요. 물 없이 식물이 살아갈 수 없듯이,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주씨의 부모님은 감정적으로 문제가 있는 분들이에요. 엄마는 감정은 다양하지만, 자기 감정을 표현하고 남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극도로 자기 중심적이에요. 본인의 결혼생활이 힘들다는 이유로 딸을 신체적으로 학대하면서까지 자기 불편을 표현하죠. 그러나 그때 딸이 느끼는 감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아요. 연주씨가 기절한 척 했던 것은, 엄마가 지극히 자기 위주로 남의 감정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이에요. 기절 정도는 해야 엄마에게 ‘힘들다’고 전달할 수 있는 걸 안 거예요. 성인이 된 딸이 도움을 받고자 병원을 찾아갔는데 그것조차 이해를 못해주죠. 엄마의 기준에서 병원은 약한 사람이나 가는 곳이에요.


아버지 역시 감정의 조절과 표현에 문제가 있습니다. 엄마의 감정이 무지개처럼 여러 색깔이 정리 안 된 채 섞여 있다면 아빠의 감정은 딱 하나의 색깔, 회색이에요. 그것도 잔잔하고 안정적인 회색이 아니라 바싹 메마르고 냉정한 회색이죠. 딸과 눈 한 번 마주쳐주지 않았을 거예요. 어깨 한 번 두드려주는 것, “힘드냐”는 한 마디 없었을 거예요. 기껏 한 말은 “병X 같은 병 걸렸네”였죠. 연주씨가 들었어야 할 말은 그런 게 아니에요. “너 그렇게 힘들었어?” “어디가 그렇게 아팠어?” “아유 젊은 애가 아프다니, 걱정이네”. 자녀는 이런 말을 통해 부모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믿게 돼요. 그건 성인이 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인간은 가까운 사람에게 자기 아픔을 말할 수 밖에 없어요. 가까운 사람에겐 자기 어려움을, 상처를, 삶을 이야기할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격려 받고 칭찬 듣고 싶어해요. 우린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연주씨는 이걸 하나도 받지 못했어요. 오히려 받지 말아야 할 걸 받았죠. 연주씨가 입만 열면 비난이 쏟아졌어요. 엄마, 아빠, 그리고 할머니까지, 연주씨의 삶엔 학대와 공격, 모욕, 질책뿐이었어요.


그나마 학교에선 안정감을 느꼈을 거예요. 연주씨가 가진 자아상 중 유일하게 긍정적인 것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었어요. 선생님들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기대할 만한 인정과 칭찬을 해줬고, 이걸로 연주씨는 학교에서 ‘자기’라는 사람을 간신히 유지해나갈 수 있었어요. 생활이 아니라 생을 유지했던 거예요. 그런데 이제 학교라는 울타리가 사라졌고, 시험엔 떨어졌어요. 연주씨는 생이 끝났다고 느끼고 있어요. 공부로 생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이제 생을 마감하고 싶은 거예요. 당신은 지금 벼랑 끝에 있어요. 너무나 걱정스러운 상황이에요.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표면적인 성적이나 시험 결과가 전부가 아니라는 거예요. 중〮고등학교 때의 공부는 그 나이 대 기능 발휘에 많은 부분을 차지해요.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수업에 참여하는 성실성, 시험 기간을 견디는 인내심, 급우ㆍ교사들과의 갈등을 조절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등 매우 다양한 기능을 필요로 합니다. 사춘기 때의 성적은 이 모든 것들의 총합이에요.


 

연주씨가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했다는 건 이 기능을 잘 발휘했다는 거예요. 이걸 절대 과소평가해선 안돼요. 당장 시험에 붙어야만 자신의 생이 유지될 것 같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당신은 남들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공부에 매진해 좋은 결과를 내는 기능을 갖춘 사람이에요. 그게 당신이에요.



그러나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적성에 맞지 않는 직장을 서둘러 택하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아요. 그럼 분노와 원망이 더 커질 수 있어요. 부모님이 원하는 ‘결혼하고 취직하고 출산하는 삶’은 겉으로 보기엔 매우 소박해 보이죠. 그러나 연주씨는 그 이면에 있는 부모님의 자기 중심성을 알기 때문에 갈수록 더 분노하게 될 거예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연주씨가 하고 싶은 일, 원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 전에 치료를 받아야 해요. 연주씨는 지금 ‘다음’을 생각할 기운이 없어요. 당신에게 도움을 줄 만한 의사와 빨리 손을 잡으세요. 당신은 성실하고 선량하고 스스로를 관리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러니 생각보다 빨리 치유될 수 있어요. 그리고 난 뒤에 꼭 연주씨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불안하고 두려울 거예요. 섭섭하고 힘들 겁니다. 그러나 지금 연주씨가 힘든 건 약해서가 아니라 당연한 거예요. 오랜 수험기간을 버텨낸 자기자신을 믿고,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길 바라요. 부모의 기준이 아닌 연주씨의 기준, 부모가 원하는 삶이 아닌 연주씨가 원하는 삶을요.

 

정리=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 오은영의 ‘화해’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가 지면을 통해 진행하는 정신 상담 코너입니다. 해결되지 않는 고통 때문에 힘겨운 분이라면 누구든 신청해 보세요. 사연은 한국일보 사이트(http://interview.hankookilbo.com/store/advice.zip)에서 상담신청서를 내려 받아 작성하신 후 이메일(advice@hankookilbo.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선정되신 분의 사연과 오은영 박사의 상담 내용은 한국일보 지면에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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